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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공학적 사고와 옳고 그름에 대해서

참보수의길

[선거공학적 사고와 옳고 그름에 대해서]

 

얼마 전, facebook에서 사정없이 독설을 날리는, (내가 느끼기에) 합리적이고 맞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한 여자분이 계셔서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 며칠 걸리긴 했지만, 친구요청을 받아주셨고, 자주는 아니지만 그 분 페북에 가끔 들러서 글을 읽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대선 관련해서 글을 하나 올리셨던데, 내용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댓글로 반론을 제기하려고 했는데, 글 내용 마지막에 마음에 안 들면 페절해라고 단정적 표현을 쓰기에 망설임 없이 페절하고야 말았다.

 

글 내용은 다름 아닌, 최근 윤석열 후보에 대한 페친들의 비판이 영 못마땅했던 모양인데, 자기도 윤석열 싫은데, 이재명이 더 싫다, 보수 지지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저쪽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는 잘 지내지 않느냐,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냐, 자기도 국민의힘이 싫지만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건 더 싫기에 페친들에게 윤석열 찍기 싫으면 이재명을 찍어라, 뭐 이런 내용이었다.

 

전형적인 진영논리이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없이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모습이었다. 결국 둘 중에 한명을 선택해야 하는데, 차마 이재명을 찍을 수는 없으니 나는 그냥 윤석열 찍을거다, 너네한텐 윤석열 찍기 싫으면 이재명 찍던가의 태도인 것이다.

 

일반인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겠지만, 바로 그 그래서, 이재명 찍을거야?”의 태도가 지금의 윤석열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이 (범죄가 아닌 한) 무슨 짓을 해도, 누구를 영입해도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건 더 싫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주니, 윤석열 후보 측이 더 막나가게 되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신지예의 영입에 2030세대에서 온갖 비판이 와도 꿈쩍도 하지 않고, 가족 비리 혐의가 나와도 관례였다”, “시간강사 이력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식의 태도가 나오는걸 보면, 지금 이 사람들이 진짜 정권을 잡아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맞나 하는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

 

흔히 선거는 차악을 뽑는 것이지, 최선을 뽑는 게 아니다라는 말들을 한다.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상, 대부분의 국민들이 제1당 혹은 제2당에 소속되어 있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여야 모두 옳고 그름의 기준이 아니라 선거공학적으로 모든 이슈에 접근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공학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선거에 유·불리함을 잘 따지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 옳고 그름의 가치에 따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모든 가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여야 정치권에서 내가 쟤보다는 낫다의 상대적 우월 논리가 판을 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거법을 바꾸어서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없애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양당제에서는, 거의 모든 이슈가 “A 아니면 B” 식의 양자택일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선거공학적으로 무엇이든 움직이게 되고, 옳고 그름보다는 쟤보다는 내가 낫지가 되어버린다. 적군 아니면 아군이 되어버려서 아군이 되는 순간 잘못된 것도 서로 감싸줘야 하고, 그것을 폭로라도 하면 내부고발자 혹은 반골, 배신자가 되어버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52시간제 강제 등에 따른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민심이반이 심상찮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55%에 육박(정권유지는 35%내외)할 정도로 높은데, 1야당 후보라고 하는 사람의 지지율은 그보다 훨씬 못한 25~40%에 머물고있다. 이는 결국 정권은 바꾸고 싶은데, 윤석열 후보는 싫다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부분에서, 선거공학적 사고를 한다면 결국 지금 정권을 바꿔야되지 않겠냐며, 1야당이 무슨 짓을 하든 그 당에게 표를 줄 수 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인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최다득표자 1명만 당선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공학적 사고가 아닌, 옳고 그름에 의한 사고를 하게 되면, 여당, 1야당이 아닌 다른 당에 투표를 하거나, 무효표를 던지는 식으로 의사표현을 하게 된다. 이 경우, 내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꺼려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많은 유권자들은 이 선택지를 택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제1당 혹은 제2당이 정권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는 상황에서, 양당이 아닌 다른 당에 투표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나 역시 내 표가 사표가 되는 일은 너무 싫어서, 두 당 중에 한 당에 투표를 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닌 건 아닌 것이다. 1, 2당 중에 하나를 찍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몰가치적 행동이나 기회주의적 행동, 내로남불의 행태마저 용납한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그만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재명 찍을거야?”라며 2030 세대를 조롱, 무시하거나, 당의 이념과 가치에 맞지도 않는(심지어 완전히 반대쪽이라고 봐도 무방한) 사람을 중도확장이랍시고 모셔오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다 역선택, 민주당 프락치 취급을 하고, 다른 당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가 그것이 나의 당의 일이 되면 변명으로 일관하는 구태적인 행태를 보여도, 비판적 사고 없이 무조건적으로 표를 준다면, 저런 행태가 바뀌는 일은 점점 요원해질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제1, 2당 중에서 택1을 해야한다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제1, 2당 외에 다른 당에게 투표해본 적이 있지만, 거의 없다. 다만 양자택일의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판적 사고 없이 무조건적으로, 진영논리로 한쪽을 옹호하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페친이었던 분은, 전형적인 진영논리로 한쪽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진영논리와 선거공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별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의 영역으로 판단하게 되는 성숙한 영역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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