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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한동훈의 용꿈? 멸치의 헛꿈일수도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의 담론

신기루처럼 바스라져버릴 용꿈 지양하길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지역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구전(口傳)돼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중 하나다(잔잔히 깔리는 전설의고향 배경음…). 출전(出典)은 심의린(沈宜麟‧생몰연도 1894~1951)이 1926년 편찬한 한국 최초의 한글 설화집 조선동화대집(朝鮮童話大集)이다.

 

때는 아주아주 먼 옛날 호랑이 파스타 먹던 시절. 동해(東海) 용왕님 왕궁(王宮) 근처에 가진 건 놀부욕심밖에 없는 갑부 멸치가 살았더랬다. 멸치 대감은 어느 날 해괴한 꿈을 꿨다. 구름을 타고 승천(昇天)했는데 날씨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변덕을 부리더니 갑자기 흰 눈이 내리면서 끝나는 내용이었다.

 

잠에서 깨어서도 꿈이 생생했던 멸대감은 하인으로 부리던 가자미‧낙지를 불렀다. 그리곤 멀리 육지 너머 서해(西海)에서 무려 1천년을 살아 득도(得道)했다는 용한 해몽가(解夢家) 망둑어(망둥어) 노인을 모셔오라 일렀다. “옛썰” 외친 낙지가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이 가자미는 날렵하게 현해탄(玄海灘)을 넘고 한려수도(閑麗水道)를 지나 망노인을 만났다.

 

가자미 등에 업혀 한려수도를 지나고 현해탄을 넘어 동해까지 온 망노인을 멸대감은 버선발로 맞이했다. 맨들맨들 낙지가 이제 겨우 제주도 인근 바다를 지날 무렵이었다. 그런데 멸대감은 수고한 가자미에게 상을 내리기는커녕 빨리 주안상 차리라며 엉덩이를 걷어찼다. 가자미는 화가 났으나 상전(上典)에게 대들었다간 경을 칠 게 뻔했으니 꾹꾹 참으며 술상을 마련했다.

 

맛난 안주에 이름난 술로 여독(旅毒)을 씻어 내린 망노인은 흰 수염 쓰다듬으며 멸치의 꿈을 해몽하기 시작했다. “보자… 아주 길몽(吉夢)일세 그려. 그건 필시 그대가 용(龍)이 돼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이네. 구름은 자고로 용의 전통적 자가용인 법.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는 건 용이 변화무쌍하게 기후를 바꾸는 걸 의미하네. 필시 그대는 황룡(黃龍)이 돼 천하를 지배하게 될 걸세”

 

이 말을 들은 멸대감은 너무 좋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싶었던 가자미는 옆에 서 있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에이, 그건 아니구먼유. 잘 들어보시어유. 승천한다는 건 나리가 용이 되는 게 아니라 어부의 낚시바늘에 걸려 수면 위로 들어 올려지는 것이구유. 더웠다 추웠다하는 건 석쇠에 구워지면서 부채질을 당한다는 것이구유. 눈이 내리는 건 맛나게 구워지라고 소금이 뿌려지는 것이구먼유. 나리는 필시 인간세상에서 한 끼 밥반찬이 되고 말거구먼유”

 

흥이 깨진 멸대감은 대로(大怒)해 “이런 발칙한 놈” 꾸짖으며 온 힘을 실어 가자미의 싸다구를 날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가자미는 그만 두 눈이 한 쪽으로 몰리면서 기절해버렸다. 이를 본 망노인은 경악한 나머지 눈알이 툭 튀어나와버렸고 머슴 꼴뚜기는 눈이 왕방울처럼 커져버렸다.

 

(민물에 있어야 할 애가 왜 바다에 있는진 미스터리이지만) 지나가던 메기 아저씨는 이 풍경에 호탕하게 껄껄 웃다가 그만 입이 찢어져버렸다. 새우 총각은 허리를 굽히고 자지러지다가 허리가 영원히 구부러져버렸다. 병어 처녀는 입을 가리고 호호 웃다가 멸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고 입을 오므리던 나머지 입이 콩알만큼 작아져버렸다.

 

불쌍한 갈치는 성난 멸치를 피해 우르르 달아나던 물고기들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발 밑에 깔려 납작해져버렸다. 고등어는 무서운 나머지 온몸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문어 선비는 시커먼 먹물을 내던지며 멀리멀리 달아났다. 그제야 겨우 서해에 당도해 대머리 땀 닦으며 한숨 돌리던 낙지만 오로지 변(?)을 면할 수 있었다.

 

허나 용이 돼 훨훨 날아오르려던 멸대감의 대권(大權)의 꿈은 산산이 바스라지고 말았다. 수면 위로 올라가 파란 하늘 올려다보고 팔짝팔짝 뛰던 그는 “이게 웬 떡인겨” 기뻐한 어부에 의해 승천 아닌 승선(乘船)했다. 멸대감은 결국 가자미의 예언대로 항구 공판장에 실려가 연탄불에 올려져 굵은 소금으로 전신팩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이 전설의 고향의 고향이 바로 예로부터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멸치의 꿈’ 전래동화라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실제로는 20세기 초 들어 만들어진 동화란 설이 유력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할 예정이라 한다. 당권(黨權)‧대권 분리 규정은 여전히 유효(有效)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나중은 생각 말고 일단 당권을 차지한 뒤 야권의 이모 씨처럼 당헌당규(黨憲黨規) 개정 등을 통해 대권 발판으로 삼는다는 식의 생각인 듯하다.

 

한 전 위원장이 근래 어떤 용꿈을 꿨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해몽이 주변 누군가의 꼬임‧장난에 의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은 아닌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전통적 당원들이 과연 ‘야권에서 굴러와 총선을 말아먹은 돌’을 쌍수로 환영할지 고민해볼 문제다.

 

많은 이가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반대하는 지금, 한 전 위원장은 만에 하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낙선하면 최악의 경우 ‘괘씸죄’로 당정(黨政)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야권은 이미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바라기도 힘들 수 있다. 멸치의 길을 택하는 대신 거시적 안목에서 신중히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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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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