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러-우크라 전쟁에 이어 이-하마스 전쟁, 북·러 간 군사동맹 복원행보로 기존 국제질서 및 안보정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트럼프와 경합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대선 판이 요동치며 이해상관국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 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의 핵위협 증대현실은 곧 안보 취약성이 높아진 위기상황임을 방증한다. 북한핵 위협을 상쇄(Offset)할 대응책 마련 필요성과 다급함은, 무려 70%대의 핵무장 찬성여론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외교안보참모들이 한국의 핵무장, 핵 역량 강화, 핵추진잠수함 등의 필요성 운운으로 기존 핵무장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그간 현 정부는 미중 경쟁 심화로 인한 국제질서 유동성과 북한핵·WMD 고도화 등 안보위협 감소·대응에 진력해 왔다. 특히 2023년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강화,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에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이어, 올해 7월초 한미 정상의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 공동 서명으로 [한반도 맞춤형 핵·재래식통합(CNI)억제]를 공식 문서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한미 확장억제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화 노력에도 국민들의 핵무장 지지여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안보가 위태롭고 절박하다고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제기되는 핵무장 방안은 대체로 ①자체 핵무장 ②전술핵 재배치 ③나토식 핵 공유 ④잠재적 핵능력 확보 등으로 집약된다.
주지하듯이 한 국가의 핵무장은 국제 비확산체제 훼손, 핵강대국 반대, 국제사회 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친북좌파 정권과 추종세력의 [평화가 안보] 라는 거짓 프레임과 북한핵위협의 축소·왜곡 후유증도 큰 걸림돌이고, 핵무장의 실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가나 개인이 높은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는 처지가 절박하거나 배분될 몫이 클 때다. 찰나의 희망적 사고나 정치적 목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할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과거 인도·파키스탄·남아공·이스라엘 등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엄혹함에도 불구 핵무장의 길을 택한 배경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질서재편, 김정은의 핵 협박과 적대적 2국가체제 선언은 우리의 생존이 위협하는 분명한 안보위기이다. 정치권과 시민 주도의 핵무장 주장을 마냥 금기시만 해서 될 성질이 아닌 이유다. 회자되는 핵무장 방안에 대한 옥석 가리기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옵션을 택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하게 추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분석·평가에는, 국제협상을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상호 연계 작용하는 과정으로 본 로버트 D. 퍼트남의 [양면 게임이론(Two Level game theory)]이 유용하다.
예컨대 한미가 핵무장 방안을 놓고 협상을 한다면, 핵무장 지지여론이 높은 한국은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과 한미 워싱턴 선언, 핵 도미노 우려 등을 들어 협상을 결렬(현상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하는 핵무장 옵션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협상전략에서 탈피해 수혜자부담 원칙기반의 전향적 대미 협상전략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또한 시민사회, 기업 등의 자발적인 핵무장지지 대국민 서명운동 전개와 정부의 서방국가 및 글로벌 사우스 협조·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가 상호 연계·수반은 물론이다.
핵 자강(自强)은 국가통수권자의 강한 의지와 리더십, 다수 국민의 동의·지지, 핵강대국 등 국제사회 협조·용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반도 맞춤식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 정착·제도화에 진력하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자체 핵무장의 최소 저항선을 찾고 가능한 옵션 선택과 추진노력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정권이 남한을 핵 인질 삼아 미국의 확장억제를 허물려고 하는 비대칭 확전 기도를 거부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동서고금 역사에서 고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신기원을 이룬 나라는 없었다. 그림자를 보지 않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담대함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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