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이 칼럼은 《최보식의 언론》에 게재된 것입니디. 제목 등은 본지에서 보완·편집했습니다.
■ 21세기에 아직도 텃세?
전원 생활하겠다며 시골로 내려갔다가 동네 텃세에 견디다 못해 쫓겨난 사람들의 사연이 유튜브나 블로그에 잔뜩 올라온다. 발전기금 강요에 자기들끼리의 이상한 규약을 만들어놓고 동의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온갖 행패와 찌질한 고소고발로 못살게 군다. 평화로운 노후를 꿈꾸다가 자칫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지난 5일 이종찬 《광복회》 회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독립기념관》 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나섰다. 이미 지난 1월에 독립기념관장의 임기가 끝난 지라 전임자가 계속 맡고 있던 터였다.
광복회장은 《독립기념관》의 당연직 이사인지라, 이종찬 회장 자신도 후보 심사에 참석하였다. 헌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1위가 되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박차고 나가 동네방네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
■ 거짓 험담 기자회견[뉴라이트]라고?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였던 적이 없단다. 그는 역사학자로 [뉴라이트]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아 굶주린 북한 동포들 돕는다고 북한을 백 번 넘게 들락거리느라 [뉴라이트] 근처에 가 본 적도 없다고 한다. 헌데 여러 언론에서 이종찬 회장의 말을 그대로 옮겨 자신을 [뉴라이트]로 만들었다며 어이없어 하였다.
더 황당한 일은, 그 기사를 쓴 기자들 중 전화해서 “뉴라이트 맞습니까?” 고 확인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단다. 이게 현재 이 나라 기자들의 수준이다.
■ [뉴라이트]가 뭘 어쨌다고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한 번 물어보자. [뉴라이트]는 독립기념관장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일제 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이나 그 후손들은 공직을 맡아서도 안 되는가? 친일파나 그 후손들은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도 다 무효인가?
이종찬 회장은 또 신임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1948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하였다.《광복회》는 1948년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을 건국으로 기산하여 ‘대한민국105년’을 주창하고 있다. 독립선언만 외치면 바로 [국가]가 된다던가? 역사를 제 집 족보에 끼워 맞춘, 상식을 한참 벗어난 억지 주장에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신판 친일족] 이라고 매도하다니!
김형석 관장은 2022년에 펴낸 《끝나야 할 역사전쟁》에서 상해임시정부(처음엔 한성임시정부)가 구성된 1919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의 독립투쟁하던 시기와 해방 후 다시 3년간 미군정의 통치를 받은 기간을 건국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우리가 주권을 완전히 찾은 1948년 8월 15일을 진정한 건국일로 봐야 한다고 기술했었다.
보다 객관적인 역사 해석이다(1945년은 일제로부터의 해방, 1948년은 나라를 정식으로 뒤찾은 광복- 편집자 주). 김형석 관장이 이런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종찬 회장의 주장처럼 독립기념관이 건국기념관이 될 리는 없다.
■ [김구 손자]라는게 어사 마패?이종찬 회장은 또 독립기념관장 후보 신청자 중 김구의 손자가 배제되었다며, 그게 [뉴라이트]들의 소행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말을 간특하게 잘도 꼰다. 배제시킨 게 아니라 심사에서 점수가 낮아 탈락된 거다.
《광복회》가 그동안 《독립기념관》을 자기네 텃밭으로 여겼던 모양이다.독립투사의 후손이면 능력을 검증할 필요도 없이 우선적으로 뽑아줘야 한다?
■ [친일] 딱지 몰이, 그만 해라
내친 김에 상상을 조금 진전시켜보자. 해방 후 만약에 이승만이 아닌 김구와 임시정부 사람들이 국가 건설을 맡았더라면, 과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건국은커녕 분명 김일성 에게 날름 잡아먹혔을 것이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시위로 인해 총리가 해외로 도피했다고 한다. 애초 시위는 방글라데시의 독립유공자 자녀들에게 공무원 자리 30%를 할당하는 과도한 특혜에 청년들이 분노해서 일어났다고 한다. 개국공신과 그 후손들이 자자손손 영광을 누리는 공산당에 비하면 그다지 큰 특혜라 할 순 없지만,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인지라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대한민국도 분명 건국공신들이 있었고 그들의 특권 또한 보상되었어야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방글라데시가 겪고 있는 과정을 피할 수 없었는데, 그게 바로 4‧19의거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6‧25사변과 5‧16군사혁명 바람에 건국공신들의 특권이 농지개혁 때 발행한 지가증권처럼 휴지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산업유공자들의 공적도 민주화 바람에 한 줌 재로 흩어지고 말았다.
그 대신 지난날 대한민국 탄생을 방해했던 공산주의 세력들이 잡초처럼 번성해서, 건국공신들과 산업보국 유공자들에게 [친일] 혹은 [정경유착] 딱지를 붙여 그들의 공적을 가로채 영광을 누리고 있다. 광복회장의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뉴라이트 몰이] 도 이미 특권 세력이 된 그들의 텃세로 볼 수 있겠다.
■ 더 이상 그런 꼴 못 봐준다
헌데,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 않던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 그리고 민주화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의 과도한 특혜, 볼썽사나운 갑질과 텃세는 머잖아 부메랑처럼 그들 자신들을 때릴 것이고, 그들 조상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조상이 훌륭했지, 그 자손들이 훌륭한 건 아니지 않나? 솔직히 말해서 광복군이 광복을 찾은 준 것도 아니지 않나? 민주투사들 덕분에 경제선진국이 된 것도 아니지 않나? 봉건시대도 아니고 공산사회도 아닌 민주사회에서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됐지 않나?
지금의 MZ세대는 더 이상 그런 꼴 못 봐준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8/12/20240812000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