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한국의 괴벨스를 눈앞에 볼지도 모른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후보자 청문회에 나왔을 때 이 위원장의 MBC 선배인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했던 말이다.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는 나치 정권 당시 여론을 조작·선동해 '유대인 학살' 등 히틀러의 반인륜적 만행을 적극 도왔던 전범자(戰犯者)다.
지금까지 국회 청문회장에서 공직자 후보를 '나치 전범자'에 빗대 비난한 적이 있었던가?
공개석상에서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망언'을 퍼부었다면 반드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할 터.
그런데 뒤이은 정 의원의 주장이 빈약하기 그지 없다. 이 위원장이 MBC 간부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한 정황이 있고, '5·18'과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 우파 성향의 시각을 여러 차례 내비친 적이 있다는 것.
야당이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쓰고 있는 '법카 논란'은 아직까지 변죽만 울렸을 뿐 이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도 이 위원장이 공직자로 임명되기 전 자유롭게 개진했던 견해이므로 이를 괴벨스의 '프로파간다'와 비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괴벨스적 선전·선동의 예는 민주당의 정치 행보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원전 오염처리수 논란이 뜨거웠을 때 서울과 목포 등지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에 독을 뿌리는 것"이라며 "태평양 전쟁 때는 총 칼로 인류를 살상했으나 지금은 환경 범죄로 전 세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어이 없는 점은 이 전 대표가 목표 집회를 마친 뒤 인근 '활어 횟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사인까지 남긴 것이다. 그동안 오염수 방류가 심각한 바다 오염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내로남불'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괴벨스적 선전·선동이 아닐까? 팩트는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오염처리수 방류 후 수산물 방사능 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는 점이다. 과거 광우병 사태와 마찬가지로, 동해안 일대나 일본산 수산물을 먹고 방사능 피해를 봤다는 한국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인터뷰'를 퍼 날라 '반윤(反尹) 여론'을 조성하고, 정권 교체가 되자 MBC의 '바이든-날리면 자막오보'로 윤석열 정부를 공격한 것도 민주당의 대표적 프로파간다라 할 수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과 '바이든'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MBC는 두 단어를 자막에 달아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장기간 '대여공세'를 펼쳤다.
이후 법원 판결로 해당 보도의 '허위성'이 입증됐으나, 민주당과 MBC의 집요한 선전·선동에 가려져 여전히 이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최근 민주당이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불법적인 '방송장악'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포장한 것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선전·선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탄핵 사유로 거론된 '공영방송 이사 선임‧추천 안건 의결' 등은 방통위설치법에 근거한 적법한 행위라 이 위원장을 탄핵해야 할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고, 탄핵소추안 역시 야당 일방의 표결로 가결됐으므로 '여야 합치 정신'에 부합하는 정당한 권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현 정부와 이 위원장을 향해 '방송장악'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내로남불이라는 게 여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부터 방송을 장악했다면 △바이든 자막오보 △청담동 술자리 괴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과장보도 등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뉴스'나, 집권당과 정권을 한없이 깎아내리고 민주당을 비호하는 '편향보도'가 난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방송장악'은커녕 집권 내내 MBC 등 거대 방송사의 '위력'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체통을 구겨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어떤가. 2017년 8월 민주당(전문위원실)은 '공영방송 사장 퇴진 운동 문건'을 만들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각 방송사 수뇌부를 퇴출시킬 계획을 꾸미고, 이를 자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과 공유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문건 내용대로 공영방송 기자들이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시민단체들과 학생들까지 들고 일어나 우파 성향의 경영진을 모욕하고 이들의 퇴출을 강력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반대 여론에 부딪힌 이사들이 속속 사임계를 냈고, 여야 구도가 바뀐 방송사 이사회는 각 사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일사천리로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이사는 업무추진비 320여만 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반려견 판매업자를 협박했다는 억지성 주장 등으로 해임되는 일도 겪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 들어 겨우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동을 건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방송을 장악해 나갔다.
경영진이 물갈이 되자, 방송 및 보도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도 송두리째 교체됐다. 이때부터 모든 이슈를 민주당의 관점으로 다루는 불공정·편파보도가 쏟아졌다.
양승동·김의철 사장이 연달아 경영권을 잡으며 6년간 '편파방송'에 매진했던 KBS는 지난해 취임한 박민 사장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공영성'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반면 MBC의 경우 최승호·박성제·안형준 사장이 내리 수장 자리를 꿰차고 무려 7년째 '친민주당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위원장이 취임 첫날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안을 의결한 것은 무려 2017년부터 지속된 공영방송의 '좌경화'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발로(發露)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방송장악을 획책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
국민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그저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공영방송을 보고 싶다는 것.
민주당에 고한다. 방송은 '장악'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무조건 정부·여당을 몰아낼 궁리만 하지 말고,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먼저 고민하라. 그것이 '국민은 주인이요, 당은 민복(民僕)'이라는 당명(黨命)을 제대로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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