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가도멸괵(假道滅虢) 고사가 남긴 교훈
괵(虢)‧우(虞)나라는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존재했던 소국이다. 두 국가는 주변 강대국들에 맞서 협력‧공존하는 관계였다. 괵‧우는 서로 다른 뿌리‧계파임에도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다.
이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본 이는 진(晉)나라의 19대 국군 헌공(獻公‧생몰연도 ?~기원전 651)이었다. 그는 기원전 667년 괵을 치려다가 사위의 만류로 그만뒀다. 괵나라를 공격하려 하면 괵‧진 사이에 낀 우나라가 괵과 연합해 전쟁이 어려워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사기(史記) 등에 의하면 헌공은 수년의 준비 끝에 기원전 658년 드디어 거병(擧兵)했다. 그는 우나라에 사람을 보내 “괵을 치러 가니 길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말뿐만이 아닌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가 곁들여진 요청이었다.
원래 원수는 가까운 데 있지 먼 데 있지 않은 법. 안 그래도 괵과의 사소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였던 우공(虞公)은 헌공의 손을 덥석 잡으려 했다. 이 때 대부(大夫) 궁지기(宮之奇)가 나서서 우공을 강력히 질타했다. 궁지기는 “괵은 우리의 담장으로서 괵이 망하면 우리도 (각개격파 끝에) 끝장입니다. 순치보거(脣齒輔車)이니 명을 거두십시오” 말했다.
그러나 우공은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서 진군(晉軍)이 지날 수 있게끔 성문을 열어젖혔다. 궁지기는 “올해 중으로 우리나라는 멸망할 것이다”며 가족과 야반도주했다.
노도(怒濤)처럼 우나라 영토를 통과한 진군은 괵나라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개선 도중 “잠시 쉬었다 간다”며 우나라에 눌러 앉았다. 당황한 우공은 따졌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진군은 공성(攻城)무기 몰고 도성으로 쳐들어가 우나라마저 흡수합병했다.
우공은 헌공이 선물한 재물들은 물론 본래 제 재산마저 모두 빼앗겼다. 그는 진(秦)나라에 시집가는 헌공의 딸의 잉신(媵臣) 즉 몸종이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우공은 그것도 모자라 옛 신하였다가 진(秦)나라의 중신이 된 백리해(百里奚)를 “나리”라 부르는 치욕도 겪었다.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67.7%(109명)가 친명계라고 한다. 이는 곧 나머지 약 32%는 비명계임을 뜻한다. 32% 중에는 ‘샤이 반명(反明)’도 상당수일 것이란 추측이 있다.
국회는 곧 다수결(多數決)이다. 총선에서 지역‧비례 모두 합쳐 108석이란 초라한 성적 받아든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뭘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는 차기 지방선거‧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머릿수를 불리기 위해선 ‘적의 적’과의 협력 또는 적대적 공생(共生)이 불가피하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때가 된다면 괵나라를 치기 위한 우나라 설득의 지혜가 국민의힘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