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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양정철‧박영선’ 문재인 태황시대 오나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尹 양정철‧박영선 중용설에 보수 발칵

해명대로 풍문이라면 ‘적극’ 해명해야

 

비의(費禕‧생몰연도 ?~서기 253)는 삼국시대(三國時代) 촉한(蜀漢)의 정치가다. 유비(劉備)의 정촉(征蜀) 무렵 그를 따른 비의는 뛰어난 역량으로 제갈량(諸葛亮)의 신임을 얻었다.

 

비의는 겉보기에는 놀고먹는 것 같아도 업무처리가 정확하고 속도 또한 남달랐다고 한다. 동윤(董允)이란 자는 평소 비의를 게으르다 욕했다. 그런데 훗날 비의의 후임 상서령(尙書令)이 된 직후부터 상서성(尙書省) 업무가 마구 꼬이기 시작하자 비로소 “비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제 알겠도다!” 감탄했다고 한다.

 

비의는 제갈량의 후계자 장완(蔣琬)의 뒤를 이어 상서령에 임명됐다. 이후 대장군(大將軍)‧녹상서사(錄尙書事)에 올라 나라의 모든 대소사를 살폈다. 244년에는 위(魏)나라의 대대적 침공을 왕평(王平) 등과 함께 막아내 성향후(成鄕侯)에 봉해졌다.

 

그런데 250년 촉한의 장수 강유(姜維)의 북벌 과정에서 위장(魏將) 곽순(郭循)이라는 자가 붙잡혔다. 곽순은 저항하는 대신 촉한에 투항했다. 좌우는 “귀공이 짊어진 책임이 막중하니 (후한 개국공신인) 잠팽(岑彭)‧내흡(來歙)처럼 경거망동 말라” 말렸으나 천성이 너그러웠던 비의는 곽순을 중용하고 곁에 뒀다.

 

하지만 곽순은 사실 두 마음을 품고 있었다. 당시 위나라 국법(國法)상 배신자의 가족은 중형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곽순은 뼛속까지 위나라 사람이었다. 그는 무려 촉한의 황제 유선(劉禪)을 암살해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을 살리고 본국(本國)에 충심(忠心)을 입증키로 했다. 허나 황제가 어디 동네 땅강아지도 아니고 철통같은 경호 앞에 암살이 여의치 않자 대신 조정 2인자 비의로 타깃을 바꿨다.

 

253년 1월 성대한 연회를 개최한 비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코가 빨개진 비의는 알딸딸함에 흥이 올라 곽순에게 친히 폭탄주 한잔 말아줬다. 비의에게 다가간 곽순은 품속에서 번개처럼 흉기를 꺼내 비의의 숨통을 끊었다. 곽순도 당연히 주변 장졸(將卒)들의 창칼에 다져진 고깃덩이가 됐다.

 

촉한이 국정(國政) 구심점을 잃고 흔들린다는 소식 접한 위나라는 죽은 곽순에게 장락향후(長樂鄕侯) 시호와 작위를 내렸다. 또 섭정(聶政)‧부개자(傅介子) 등 고대의 쟁쟁한 협객‧충신들에 비유하며 그 공을 크게 치하했다. 작위는 곽순의 아들이 승계했다. 비의 사후(死後) 국정 지휘봉을 받아든 진지(內政)는 제갈량‧장완‧비의‧동윤에 크게 못 미치는 인물이었다. 서서히 국력이 기운 촉한은 비의 사망 10년 후인 263년 위나라의 침공 앞에 무너졌다.

 

윤석열정부의 새 대통령비서실장‧국무총리에 각각 ‘윤 대통령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검토되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발(發) 소문이 확산된다. 대통령실은 급히 “사실무근”이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공교롭게도 박 전 장관은 미국에서의 조기귀국을 결정했다고 한다.

 

양정철‧박영선 두 사람은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에 추천했고 부부 동반모임도 종종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 방미(訪美) 당시 하버드대 연설에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 스타일대로 외부의 피를 수혈(輸血)해 국정혁신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건 이제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런데 양 전 원장, 박 전 장관이 어떤 사람들인가. 양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핵심 측근그룹인 ‘양철’ 중 한 사람이다. 박 전 장관도 문재인정부에서 중기부 장관을 지내는 등 중용(重用)된 인물이다. 문재인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보수 괴멸(壞滅)’ 앞장 논란의 중심에 선 보수진영의 주적(主敵) 중 하나다. 그런 이들을 대통령실‧내각 핵심 요직(要職)에 앉히려 한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때문에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 민심은 급속도로 흉흉해지고 있다.

 

영부인의 과거 ‘우리 남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충신’ 발언, 문 전 대통령 의혹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소극적 대응과 겹쳐 심지어 윤 대통령이 본심(本心)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친문(親文) 진영에 대통령실‧내각을 들어다 바치고 문 전 대통령을 ‘상황(上皇)’으로 모시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해도 양정철‧박영선 중용으로 인해 보수진영이 곽순의 촉한 흔들기 같은 대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대통령실 해명대로 풍문(風聞)일 수도, 제3세력의 농간일 수도, 범야권을 갈라놓으려는 용산의 고도의 술책일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은 ‘적극적인’ 해명‧행동을 통해 보수 측 우려를 일소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경우 당리당략(黨利黨略)이고 뭐고 성난 보수민심 앞에 초당(超黨)적인 VIP 단죄(斷罪)라는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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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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