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국민담화가 갖는 헌법적 의의》
■ 탄핵, 탄핵, 그저 탄핵
어제 12월 26일(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거운 마음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헌법재판관 3인의 충원과 임명 문제에 관한 권한대행의 고민을 토로했다.
이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의 여야 합의 없는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보류하겠다, 여야가 합의해서 헌법재판관을 선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이하에서는 이 선언의 헌법적 의의와 정당성을 논증해 본다.
우리 헌법(제111조)은 헌법재판관 9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그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국회 선출 3인에 대한 대통령 임명’의 헌법적 의미를 놓고 타협 없는 정쟁(政爭)이 계속》되고 있다.
거대 야당은《대통령 탄핵도 모자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 의결로 겁박》해 버렸다.
■ 횡포, 횡포, 그저 횡포
이 겁박이 얼마나 도를 넘어선 것인지 헌법적으로 살펴본다.
이 정쟁의 발단은 그동안《국회가 <국회 3인 선출>의 헌법조항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즉 소위 <정파간 나눠먹기식 선출> 방식으로 헌법재판관을 선출해 온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배경을 먼저 소개한다.
지난 10월 17일 헌법재판소장(이종석)과 2인의 헌법재판관(이영진·김기영)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모두 2018년에 국회가 선출했던 재판관들이다. 《국회 선출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국회를 구성하는 각 정파(교섭단체)가 몫을 나누어 추천하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소위 《정파간 나눠먹기식 선출 관행》이다.
2018년에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여당), 자유한국당(제1야당), 바른미래당(제2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해서 선출했었다.
현재는 정파(교섭단체)가 국민의힘(여당)과 더불어민주당(야당) 둘 뿐이다. 각자 1명의 몫을 가져가고 나머지 1명의 몫을 놓고 서로 가져가겠다고 싸우는 통에 두 달이 넘도록(71일)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이다.
※ 원래 헌법재판소는 7인이 있어야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장도 권한대행 체제임. 현 6인 체제의 재판관이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을 향해《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라는 쓴소리를 해야 하는 모습은 희극이자 비극임.
■ 도대체 왜 그러는지 답하라
그런데 이 지점에서 여러 가지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① 대체 헌법재판관 자리가 국회의 각 정파가 나누어 먹는 몫인가? ② 그렇게 선출된 헌법재판관은 과연 ‘대한민국의 재판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각 정파가 나눠먹기로 합의했고 본회의를 통과했으니, 형식적으로는 국회가 선출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실질은 <특정 정파의 재판관>으로 선출한 것》이 아닌가? 특정 정파가 추천하면 그냥 그대로 재판관이 보장되는 절차에서, 그는 다른 정파에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③ 그렇게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과연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파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④ 오히려 자신을 추천해 준 정파의 이익에 맞게 헌법을 해석해 왔던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의 경험적 사례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지금의 탄핵정국에서《여야가 서로 자기 정파에 충성할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헌법재판관으로 넣겠다고 기를 쓰는 모습》은 추해 보이기까지 한다.
거대 야당은《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천을 아예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다가,《6인 재판관 체제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불리하니까 급하게 추천》을 서두르고 있다.
⑤ 과연 헌법이 <국회 3인 선출>을 규정했을 때 이런 선출 관행을 상정한 것이었을까?
민주주의 국가의 3권분립 체제에서《사법부(司法府)가 입법부·행정부와 맞먹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이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즉,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가 승인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를 구성할 때 이 방식을 취한다. 사법부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기 때문에,《국민적 신임을 직접 가진 대통령과 국회가 그 신임을 함께 몰아주어서 사법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독립된 대등한 위상과 권위를 갖게 된다. 이는 국민을 구속하는 법률(法律)을 성립시킬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국회가 다수결로 제정하고 대통령이 추인(追認)하는 것이다. 그래야《온전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가의 법>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된다.
■ 나눠먹기, 나눠먹기, 그저 나눠먹기
이런《헌법의 원리를 이해해야 <헌법재판관 3인 국회 선출 및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헌법 규정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국회 3인 선출은 <정파간 나눠먹기식 선출>이 아니라 <정파간 합의에 의한 선출》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각 정파가 모두 합의하는 후보자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상대 정파가 반대하는 사람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그 후보자는 그나마 국회가 가진 국민적 신임을 온전하게 가지고,《특정 정파에 종속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재판관>이 될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고《지금의 관행처럼 <정파간 나눠먹기식 선출>을 계속한다면, 이는 <헌법재판관 3인 국회 선출>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왜곡하고 위반》하는 것이 된다. 사법부의 구성원리에 전혀 맞지 않다.
■ 무시, 무시, 그저 개무시
다음으로,《국회 선출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라는 규정의 헌법적 의미》이다. 《야당에서는 국회가 선출하면 <대통령은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임명 행위는 <형식적이고 요식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위에서 살핀 ‘사법부의 구성원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헌법이 <대통령 임명권>을 인정한 것은 대통령이 가진 국민적 신임을 함께 보태어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완성시키라는 의미》이다. 대통령이 가진 국민적 신임은 국회와 별도로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것이다. 성립 자체가 국회와 무관한 것이고 그 신임을 보탤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
⑥ 국회는 무슨 근거로 대통령이 가진 국민적 신임을 내놓으라고 강제하는가?
자신이 가진 국민적 신임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쳐야지, 별도로 성립된 대통령의 국민적 신임을 빼앗아 갈 어떤 정당성도 없다. 《국회가 대통령의 임명권을 막무가내로 찬탈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 권력분립의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거대 야당은 더 이상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국회는 자신이 가진 헌법상의 권한(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잘못 행사함으로써 독립성과 중립성이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헌법재판소를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우》를 범하여 왔다.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를 <정치(政治)의 장>이 아닌 <사법(司法)의 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책임 있는 다수당의 모습이다. 정치적 협상과 타협이라는 의회주의(議會主義) 본연의 모습을 우리의 여야가 멋지게 보여줄 수 없을까?
그런데 이런 기대를 이재명 일극 당은 아주 쉽게 걷어차버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2/28/2024122800002.html
이재명이 급합니다 하루 하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