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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준표에게서 제갈량을 보다

흥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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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사마의 최후의 승자 中)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 번쯤은 읽어봤을 중국의 4대 고전 중 하나인《삼국지연의》에는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홍준표는 그중 제갈량과 맞서 위나라를 수호하고, 고평릉 사변으로 진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기다림의 미학, 사마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유비를 따라 촉한을 건국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번 도망치는 인생만 살았던 유비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악의 무리인 조조, 주유에게 설욕했던 장면에서 고구마만 먹었던 내 속을 뻥 뚫어줬던 게 첫 번째 이유이고, 제갈량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 사악한 무리를 벌하는 심판자로서《삼국지연의》의 메시아같은 그의 활약을 기다리며 흥미가 생겼던 게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그가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치는 무모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합류 이후 유비는 적벽대전, 익주 침공을 통해 기반을 확대하였으며 한중에서 일생일대의 라이벌 조조와 싸워 승리함으로써 기세를 떨쳤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한 고조 유방이 항우에 의해 벽지인 파촉으로 보내졌다가 힘을 길러 관중지방으로 진출한 일을 떠올렸으나 유비는 조조와 손을 잡은 손권의 협공으로 형주를 잃고, 이릉대전에서 대패함으로써 유비의 한 왕실 재건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유비는 백제성에서 숨을 거둘 때, 제갈량에게 태자 유선의 보필을 부탁하며 "내 아들을 도와 일을 이룰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리하되, 그렇지 못할 것 같다면 승상이 짐의 뒤를 잇도록 하시오"라는 했다.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옛 주군과 새로운 주군에게 충성서약을 했고, 이때부터 제갈량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의 북벌은 후반부를 장식하는 클라이막스에 해당된다.

독자는 급작스럽게 관우의 죽음, 장비의 죽음, 유비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질감과 공허함을 느끼지만, 제갈량이라는 마지막 히든카드가 먼저 떠난 이들의 바람을 이뤄내어 성공하기를 바라게 된다. 가스라이팅의 달인인 나관중은 독자의 이런 심리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결국 실패하게 되는 북벌이라는 요소에 제갈량의 신적인 능력, 위군을 관광 보내는 신묘한 계략 등을 가미시킴으로써 독자들이 마지막까지 제갈량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게끔 했다. 1차 북벌에서는 계략을 통해 위의 대장군 조진을 관광시키고, 서강의 철기병을 몰살시켰으며, 마속의 뻘짓으로 인해 가정을 잃어 퇴각할 때도 사마의의 대군 앞에서 거문고를 타 심리전을 이용해 사마의를 이겼다. 2차 북벌에서는 위의 용맹한 장수 왕쌍을 죽여 조진을 병들게 하였으며, 3차 북벌에서는 진창성의 학소가 미처 대비하지도 못했을 때 기습하여 진창성을 넘었다. 조진이 대촉 전선의 사령관에서 물러나 사마의가 등장할 때에도 언제나 제갈량은 사마의의 예상을 간파하였으며, 대비하고 그를 골탕먹였다. 북벌의 말미에 해당되는 제갈량의 마지막 북벌인 추풍오장원에서 제갈량은 상방곡에 수많은 화약을 설치해 사마의 부자를 불태워 죽이려 하였으나, 때마침 내리는 빗줄기에 의해 그의 계략은 실패하게 된다. 제갈량은 "꾸미는 건 사람이되, 이루는 건 하늘이다(모사재인 성사재천)"라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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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의 죽음, 사마의 최후의 승자 中)

 

 제갈량은 상방곡에서의 전투에서 사마의가 달아나고, 싸움을 피하자 그에게 여성들이 입는 옷을 보내 '여자처럼 숨지말고 사내답게 나와 싸워보자'는 의미를 담아 그를 격동한다. 사마의의 장수들은 이런 치욕을 참지 못하고 분개하였으나 사마의는 제갈량의 도발에 응하지 않고, 제갈량이 보낸 사자에게 그의 일상을 물으며 오히려 앉아서 제갈량을 간파하는 통찰력을 보이게 된다. 언제나 싸움의 키를 잡고 전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제갈량이 초조해지고, 사마의는 급할 거 하나 없이 기다림 하나로써 승리를 바랄 수 있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촉한과 동맹을 맺어 동쪽에서 북벌을 감행했던 동오의 대군 또한 위나라 황제 조예가 이끄는 군대와 결전을 벌여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갈량은 쓰러지고, 제갈량은 후계자 강유의 조언을 받아들여 12년의 수명을 얻기 위해 7일간 하늘을 향해 제사를 올리게 되지만 결국 실패하여 오장원에서 눈을 감음으로써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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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는 이정미 재판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보수우파 진영은 궤멸했고 정권교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두달 후 예정되어있는 대통령 선거는 승자의 화려한 등장을 장식할 겉치레에 불과하였고 보수우파는 '희망'을 잃었다. 유비가 사망하자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이릉대전에서 주 전력을 모두 상실한 상태였기에 바람 앞의 촛불같은 상태에 놓여있던 촉한의 상황이 17년 당시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이때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홍준표가 등장하여 보수우파에게 "우리 이제 숨지맙시다, 부끄러워 하지도 맙시다!" 라는 말로 용기와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게 된다.

 

 홍준표의 삶은 늘상 계란으로 바위치는 삶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추운 겨울날, 화롯불 하나와 소주에 의지해 밤을 지새는 경비원 아버지를 보며 '세상이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걸 밝혔던 대구 서문시장의 연설에서 그가 목이 메여 잠시 연설을 멈췄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 사회의 정의구현을 위해 검사가 되었고, '출세'와 '성공'이라는 개인의 욕망 실현을 위해 '식구'와 '관행'이라는 말로 부패했던 검찰조직에 협조하지 않고 소신을 위해 싸웠다. 파벌도 빽도 없는 일개 검사 나부랭이가 건방지게 검찰이라는 조직에 맞섰고, 100억이라는 평생 만져볼까말까한 금액의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승자의 들러리 역할을 할 게 뻔했던 17년도 대선에 출마해 보수우파를 결집해 머지 않은 미래에 그들에게 반격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김대중 노무현 10년 좌파정권에서 겪었던 남북 평화 분위기의 달콤한 마약에 대한 경고를 던졌다. 여론조사라는 허울에 취해 차기 대권의 경쟁자를 제거하려했던 황교안과 김형오의 공천 장난에서 결국 그들이 틀렸음을 입증해보였고, 2%로 시작한 대선 경선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보여주었다. 

 

 11월 5일, 효창공원 현장을 떠나는 내 등뒤로 윤석열의 후보수락연설이 들려왔다.

제갈량이 숨을 멎은 그 순간, 군의 사기를 위해 비통한 심정을 감추고 곡을 하지 못한 부하 장수, 참모들의 심정이 그때 당시 나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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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갈량의 북벌에 비견되는 홍준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이번 경선을 거치며 그의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2040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의 경선 탈락 소식에 그를 지지했던 수많은 청년 세대가 아쉬움, 분노, 회한같은 감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우리들의 움직임은 화제가 되었다. 혹자는 우리들의 이 감정을 한순간의 치기, 금세 사그라들 냄비근성,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특정 소수집단의 목소리 등으로 폄하했지만 갈 곳 잃은 패잔병이었던 우리는 「청년의꿈」으로 하나 되어 미래의 20대, 30대, 40대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단결하게 될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홍준표가 과연 차기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정치인 홍준표 이전에 인간 홍준표의 팬으로서 언제나 그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할 뿐이다.

하지만 제갈량이 북벌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하늘에 기도를 올려 12년의 수명을 얻고자 했듯이, 홍준표가 「청년의꿈」을 통해 우리들을 단결하게 한 이유에는 분명 그가 품고 있는 어떠한 뜻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미 판은 시작됐다.「청년의꿈」이 홍준표에게 제갈량이 실패했던 기도가 될지, 성공함으로써 장안을 함락하고 북벌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지는 오직 홍준표, 그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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