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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심시티의 불편한 진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의 담론

맥시스가 ‘7대 6대 5’로 세율 정한 까닭

 

1989년 첫 발매된 심시티(SimCity) 시리즈는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의 지평을 연 미국산 PC게임이다. 비록 게임이긴 허나 상당수 미 대학 도시공학과(都市工學科)에서 교재(敎材)로 채택할 정도로 현실감 있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탄생 뒷이야기는 재밌다. 제작자 윌 라이트(William Wright)는 당초 헬리콥터 시뮬레이션 ‘번겔링만(灣) 공격작전(Raid on Bungeling Bay)’을 출시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맵(map‧게임 지도) 에디터가 더 재밌구먼” 느껴 유저가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하는 게임을 기획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1989년의 심시티1이었다.

 

필자가 20대 초 무렵 처음 접한 건 1999년 출시된 심시티3000이었다. 충격이었다. 참모들 조언을 들으며 도로를 깔고 주상공(住商工) 부지를 선정하고 인구를 유치하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왜 심시티를 ‘악마의 게임’이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발랄한 어반재즈(Urban Jazz)풍의 OST도 일품이었다. 해당 OST는 지금도 가끔 유튜브에서 듣고 있다.

 

나이가 30대를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게임에선 손 놓게 됐으나 심시티만큼은 끊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심시티3000 첫 플레이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21년 무렵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가질 겸 다시금 시작한 건 2013년 발매된 심시티5였다.

 

심시티3000이 OST가 매력적이었다면 심시티5는 영상미(美)가 가히 최고였다. 2022년께 악명 높은 ‘버그’를 딛고 완벽하게 완성한 한 광역(廣域)도시는 지금도 퇴근 후 맥주 한 캔 따놓고서 이따금 리로드해 감상 중이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 좌우로 늘어선 도심(都心)의 그 화려한 야경(夜景)을 캡처해 사진으로 올리고자 한다. 물론 업무용 노트북으로 게임 돌리는 거라서 고화질은 기대하시지 않는 게 좋다.

 

모든 유저가 다 비슷비슷하겠으나, 마지막 광역도시 완성한 게 약 2년 전이라 기억은 희미하나, 필자의 심시티5 플레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풍향(風向)을 파악해 주상공 부지를 선정한다. 만약 공업지대 매연이 바람을 타고 주상부지로 흘러들 경우 주민건강에 최악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할 근로자들이 이튿날 출근 대신 죄다 병원에 가 있으면 도시는 당연히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주민은 서민‧중산‧상류층으로 나뉘며 각 인구 비율은 땅값 조절을 통해 조정 가능하다. 상업도 각 소득층 니즈(needs)에 맞춰 서민‧중산‧상류로 분류되며 공업도 비슷하다.

 

둘째, 어떻게 깔아야 교통 혼잡을 최소화할지 철저히 계획해 대로(大路)를 놓는다. 대로를 놓는 까닭은 심시티5 대중교통 시스템에는 지하철이 없고 노면전차(路面電車)만 있기 때문이다. 노면전차는 오직 큰길에만 놓을 수 있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설계를 잘못하면 고속도로로 빠져나가거나 출퇴근하는 차량 등에 의해 주차장으로 변한 시내를 구경하게 된다. 도로가 온통 막히면 근로자는 직장에 못 가고, 학생은 학교에 못 가며, 쇼핑객은 상점에 못 가고, 상점은 화물을 운송 받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경찰차들마저 주차 대열에 합류해 있는 사이 범죄자들은 신나게 절도‧방화(放火) 등을 저질러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게 만든다. 쓰레기수거차들이 ‘멍 때리고’ 있는 사이 각 건물들마다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여 악취‧질병을 야기하고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도망가게 만든다. 세수(稅收)는 급감하고 도시는 빚더미에 앉다가 그대로 파산한다.

 

도로설계 후엔 주상공 부지를 지정한 뒤 예산을 감안해가며 주요 기간(基幹)시설을 배치한다. 발전소(發電所)는 처음엔 석탄발전소로 시작해 나중에 석유‧원자력(原子力) 등으로 갈아탄다. 경찰서‧소방서도 놓고 병원‧학교와 하수‧쓰레기처리장 등도 적절한 곳에 배치한다. 당연하지만 혐오시설을 주상부지에 놓으면 땅값은 폭락하고 주민들은 달아난다.

 

인구가 늘고 숙련된 근로자와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면 대기업도 유치한다. 심시티5의 주요 산업은 석유(+정유)‧금속(+제철)‧반도체(+TV‧컴퓨터)‧문화관광과, 왜 이게 포함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카지노(Casino)다. 각 산업은 장단점이 있다. 석유‧금속‧반도체 등의 경우 광역 내 공기오염도가 확 올라간다. 카지노는 돈 다 잃고 알거지가 된 고객들을 범죄자로 양산(量産)한다. 문화관광은 리스크(risk)가 거의 없으나 소득이 매우 적다.

 

교통‧교육‧일자리 등이 완비(完備)되고 도시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 이후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것 없이 ‘주민’이다. 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이유로 도시를 버리곤 한다. 도시에 애정을 갖고 남느냐 이주를 가느냐를 결정짓는 제일 큰 요인(要因)은 단연 ‘세금’이다. 일찍이 동아시아에서도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세금 도둑’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심시티의 ‘불편한 진실’이 나온다. 주상공 각 소득층별로 세율을 달리 정할 수 있는데 가장 이상적인 비율은 ‘7대 6대 5’다. 즉 서민층 세율은 7%로 하고 중산층 세율은 6%로 하며 상류층 세율은 5%로 해야 주민 평균 행복치가 극대화(極大化)된다. 결코 서민층 5%, 상류층 7%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유저 심지어 우리나라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커뮤니티의 심시티5 유저들 대다수도, 물론 욕은 하면서도,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면 개발사 맥시스(Maxis)는 왜 이런 일견 불편한 시스템을 구축했을까? 그리고 왜 미국 주요 대학 도시공학과는 이러한 심시티 시리즈를 교재로 활용 중일까?

 

필자가 무슨 경제학자‧경제학도는 아니라서 전문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상류층 한 명이 내는 세금 1%는 서민층 한 명이 내는 세금 1%와 금액이 동일하지 않다. 몇 배~몇 십 배는 더 많다.

 

그런 와중에 상류층더러 서민층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라 강제(強制)하면, 즉 징벌적 과세(課稅)를 가한다면 고소득층은 더 이상 그 도시에 머무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왜 뼈 빠지게 일해 죄인 취급 받으면서 남들(서민층 등) 좋은 일 시켜줘야 하나”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류층이 빠져나가면 세수가 줄어듦은 물론 마천루(摩天樓) 등 도시 미관(美觀), 기업 운영자들도 사라져 해당 도시의 첨단‧관광‧카지노산업 효율은 크게 저하된다. 수입이 줄어든만큼 도시는 기간시설‧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하고 그 악영향은 남은 서민층에게 돌아간다.

 

2024년 대한민국 정치권‧사회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두고 재차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도 대한민국 대다수 근로자들처럼 무슨 수십~수천억대 재산을 가진 건 아니기에 해당 사안에 개인적으로 큰 관심은 없다.

 

그러나 그간 느낀 건 고소득층은 우리 경제에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존재라는 점이다. 물론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脫稅)나 약자(弱者)에 대한 갑질 등 범법자(犯法者)들은 응당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단지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증오하고 소득구간 간 상대적 갈등이 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富)의 선순환(善循環)에 노력하고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은 보장하되 모든 계층이 합심(合心)해 시너지(synergy)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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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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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ngo

    전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건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세금을 매겨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게 한다면 열심히 해서 돈을 ㅂ벌 이유도 없을 뿐더러 공산주의와 다를바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짧은 식견을 가져서 논리비약이나 틀린부분이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