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동해유전
1976년 “포항 석유 [경제성] 없다”.2024년 “동해 석유 [경제성] 있다”. 48년 시차를 두고 [있다]와 [없다]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성] 논란의 바탕은 기대치다. 즉, 시추를 하면 그 비용은 반드시 들어가지만, 성공가능성은 확률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제성]은 [시추비용 대비 기대가치]라고 해야 한다.한국 <동해 유전>을 놓고 논쟁이 가스 불붙듯 타올랐다.지난 3일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동해 영일만 심해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굿 뉴스다. 정부는 일차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을 파악한 상태다. 예상되는 매장 자원 비중은 가스 75%, 석유 25%라고 한다.
해외 전문기관은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을 20% 정도로 보고 있다. 즉, 5차례 탐사 시추공을 꽂으면 한번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논쟁]인가 [정쟁]인가
개발을 놓고 논쟁이 불붙는 이유는 뭘까.사람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주어진 성공가능성 확률분포를 두고 사람들의 태도가 다르다.
사람들의 성향은 ① 위험회피적 ② 위험중립적, 그리고 ③ 위험선호적 세 갈래로 나뉜다. 쉽게, [동전 던지기] 게임을 생각해보자. 앞면 아니면 뒷면, 확률은 반반이다. 앞면이 나오면 상대에게 백만 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상대에게 백만 원을 주기로 한다.
① 위험회피 성향의 사람은, 그 게임을 하지 않는다. ② 위험중립 성향의 사람은, 그 게임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③ 위험선호 성향의 사람은, 웃돈을 내고라도 그 게임을 한다. 도박꾼들은 [위험선호] 성향의 사람들이다.
■ [탐사]는 아무나 하나
지적하자면, 유전 탐사는 도박 과 다르다. 도박 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탐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탐사는 투자도 되고 학습도 된다. 기술을 배워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탐사에 실패했다고 해서, 도박처럼 잃기만 한 게 아니다. 돈 보다 더 귀중한 지식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성공가능성 20%라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지난 25년 동안 가장 큰 매장량을 기록했던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경우, 그 성공가능성이 16%였다고 한다.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그보다 높은 20%다.
다만 1㎞ 이상 심해에 탐사 시추공을 꽂아야 해, 1,00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계획대로 5번 시추를 할 경우, 비용이 5,000억 원 이상 들어갈 것이다.
[복불복]이라고 말하는데, 다시 지적하지만 [학습]일 수도 있다.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는 게 과학이다. 실패가능성 때문에 탐사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코미디다.
그런 식이라면, R&D 지원 예산도 필요치 않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R&D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확률분포를 따른다. 정부 지원 R&D 프로젝트가 실제 [큰돈]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 솔직히 말하자. 지금까지 국책 프로젝트 성공사례들을 모두 나열해보고, [돈]을 얼마만큼 벌게 해줬는지 평가해보자. 도덕적 해이의 끝판이 바로 대한민국 국가주도 R&D 프로젝트들이다. 그러한 프로젝트들에 비하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오히려 블루오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 5천억은 아깝고 13조는 괜찮아?
야당은 <부산 엑스포>를 빗대 벌써부터 개발 실패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행태로만 파악하면, 그들은 [위험회피적]이다.
이상한 건, 그들이 국가안보 위험에 대해선 놀라우리만치 태연하다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오물 풍선들을 놓고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황당한 건, 5,000억 예산 걱정하는 이들이 온 국민 [25만원씩] 프로젝트를 통해 13조 가까운 예산을 증발시키려는 중이다. 그렇게 [잘게 나눠먹기] 프로젝트는 성공가능성이 0이다.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엑트지오> 대표 빅터 아브레우 발언도 인상적이다. 그는 “유전 가능성은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 뜨거운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뼈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유전 가능성]은 분명 국가 경사다.
■ "안돼!" vs "해봤어?"
한국은 재밌는 나라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국가 경사 전체를 [악마화] 하는 흑역사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반대, <포항제철> 반대가 대표적이다.<중화학공업 육성>은 어떤 대접 받았나?<경부KTX > 역시 그랬다.거슬러 올라가 이승만의 <원자력을 향한 꿈>은 어땠나?
좌파·야당·환경단체 등은 <청계고가도로> 철거도 반대했었다.<4대강치수>는 반대가 현재도 진행형이고.
그뿐인가. 한국인들 스스로 세계적 허브공항이라 추켜세우는 <인천공항> 건설도 반대했었다. 바다에 공항이 왠 말이냐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인천공항>은 확장공사 중이다.
■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아브레우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도를 넘었다.그 의혹의 가장 [큰] 근거는 회사가 너무 [작다] 는 거다.
그건 사대주의 무의식이다.회사 크기가 평판을 결정하지 않는다.[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찾아낸 것이지 대기업이 찾아낸 게 아니다.
게다가 아브레우는 <미국 퇴적지질학회> 회장까지 지냈던 지질학자로, 구글 검색해보면 그의 연구 논문들이 몇 십 개다.그리고 지배적 지위를 보유한 대형 기술 기업의 임원들 중에 독립한 후 컨설팅 회사 만드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그 회사는 지식이 전부인 회사다.그렇게 큰 사무실에 많은 직원이 상시 모여 있을 이유도 없다.지식과 노하우가 자산인 프로젝트 회사를 무조건 [봉이 김선달] 로 몰면 안 된다.그건 작은 걸 무시하는 한국인들의 나쁜 편견이다.
그리고 <동해 유전> 개발은 공기업 <한국석유공사>가 원래 하고 있었던 것이다.공기업이 <액트지오>에 의뢰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대한민국>은, "해봤어?"로 흥한 나라■ <이씨조선>은, "어험"(귀족) "엽전이 뭘"(노예)로 망한 나라■ <김씨조선>은, "위대한 수령동지~"로 망할 나라물론 아브레우가 잘못 봤을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그가 진짜 잘못 본 건 따로 있다.한국 고유의 당파싸움 [정쟁] 을 [논쟁]으로 잘못 본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동해 유전> 탐사를 반대할 근거는 미약하다.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이승만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이런 분들이 계셨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비용 대비 기대가치를 비교해보면, 경제성이 충분해 보인다.정부 발표에 따르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2,000조원 가까운 부를 얻게 된다.전 국민에게 4,0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판타지를 자극 하는 게 아니다.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정략을 자제할 때다.
동해는 파도가 높다.개발을 위한 진짜 난관은 파도보다 정쟁이다.파도는 지나가지만, 정쟁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나라 한복판에 남아 나라를 집어삼키는 소용돌이가 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6/12/20240612003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