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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Q스러운’ 싱하이밍

오주한

中 ‘정신승리’ 신랄하게 꼬집은 루쉰의 아큐정전

‘아Q 판박이’ 시진핑‧싱하이밍, 미몽서 깨어나야

 

총구 앞 깨달음 얻은 아Q

 

상당수 중국인들의 ‘정신승리’ ‘가오(顔)주의’를 신랄히 비꼰 중국인의 소설이 있다. 바로 루쉰(魯迅‧생몰연도 1881~1936)의 아큐정전(阿Q正傳)이다. 이 작품은 서구에도 널리 알려져 극찬 받았다. 1981년작 리메이크 영화의 의미심장한 명대사는 다음과 같다.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아Q는 자손이 있었고 번창해 지금까지 대(代)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1921년 출간된 소설배경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전후다. 만주족(滿洲族)이 아닌 한족(漢族)으로 추정되는 주인공 아Q는 이름도 성(姓)도 없는 날품팔이다. 집도 없어 동구(洞口) 밖 사당에 기거하는 그는 하지만 자존심만큼은 하늘을 찌르던 위인이었다. 아Q는 “옛날엔 내가 너보다 더 잘 나갔어. 네가 뭐 대단하냐”를 입버릇처럼 떠들고 다녔다.

 

아Q는 마을 지주(地主)의 아들이 일본유학 후, 그 시대상에선 만주족‧한족 가릴 것 없이 중국인의 상징이었던, 변발(辮髮)을 자르자 “양놈”이라고 욕하는 등 구시대적 중화사상(中華思想)에도 충실했다. 그러나 정작 씩씩거리며 찾아온 지주아들 몽둥이찜질 앞에선 찍소리도 못하고 무기력하기 그지없었다.

 

아Q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그게 범죄인 줄 몰랐다. 하루는 비구니(比丘尼)를 놀리려고 그녀의 볼을 불경스럽게 꼬집었다가 이성(異性)에 눈 떴다. 아Q는 지주의 집에 쌀을 찧으러갔다가 젊은 과부를 보자 추행했다. 달려온 지주로부터 비오는 날 먼지 나듯 맞은 아Q는 그래도 제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이후로는 마을여자들은 물론 남자들도 아Q만 보면 피했다. 그럼에도 아Q는 여전히 ‘나의 위대함’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현실도피를 하고 정신승리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1911년 변발을 자른 쑨원(孫文)의 신해혁명이 발발했다. 신해혁명은 구(舊)체제를 뒤엎고 공화정(共和政)을 수립하는 게 목표였다. 그간, 아Q의 시각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던 마을사람들이 놀라 떨자 아Q는 혁명세력이 제 편이라 생각했다. ‘선택적 정의(正義)’가 일상이었던 아Q에게 쑨원의 서양식 헤어스타일 따위는 문제될 것 없었다.

 

의기양양해진 아Q는 혁명당에 가입하려 했지만 누군가의 고발로 인해 도리어 자신이 강도혐의로 체포됐다. 혁명당 심문관은 글을 모르는 아Q에게 공소장을 들이댄 뒤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아Q는 서명 대신 동그라미를 치고 총살형을 위해 형장(刑場)에 끌려갔다. 아Q는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서야 비로소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냉엄한 현실을 직시했다.

 

아Q는 단말마(斷末摩)의 비명과 함께 꿈같은 세상으로 떠났다. 하지만 1981년판 리메이크작에 의하면, 아Q의 ‘대단한 유전자’는 널리널리 퍼져 오늘날 14억 중국인들 사이에 많은 후손을 남기고 있다.

 

생전의 루쉰은 “중국인은 절대 강자(強者)에게 반항하지 않는다. 반대로 약한 자(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터뜨린다” “비굴한 자일수록 주인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우리(중국인)가 어떤 일을 비평(批評)할 땐 반드시 우리 자신부터 비평하고 또 거짓이 없어야 비로소 말이 말 같아지고 자타(自他)에게 면목이 선다” 등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루쉰은 평생토록 중공(中共)‧국민당 모두와 거리를 두며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1990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루쉰은 중국의 가장 위대한 반체제(반병폐)작가”라고 평가했다.

 

패배 앞둔 중난하이(中南海)의 아Q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駐韓) 중국대사의 망언(妄言)에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싱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자신의 관저로 ‘불러들여’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15분 동안 열변을 토한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외교적 수사(修辭)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시정잡배 협잡을 일삼았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의 망발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도광양회(韜光養晦) 원칙을 어겨 벌어진 미중(美中) 신냉전에서 중국이 열세라는 건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러시아‧북한 등 일부를 제외한 국제사회 대다수가 중국에 적대적이다. 과거 중립을 표명하던 국가들도 막대한 인적‧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반감을 품고 있다. 인구대국인 인도‧인도네시아가 중국의 값싼 공산품(工産品) 생산공장 역할을 대체하겠다고 나선 건 이미 오래다.

 

이렇듯 위기가 닥치자 시 주석 등은 마치 루쉰이 말한 것처럼 ‘만만하다고 여겨지는(착각하는)’ 대한민국에게 시정잡배처럼 분풀이하고 나선 것이다. 아Q가 온갖 말썽으로 인해 만인(萬人)의 미움을 사면서도 “그래도 난 위대하다”며 중화사상에 집착하고 정신승리에 나서며 여자들만 괴롭힌 것처럼 말이다.

 

시 주석, 그리고 루쉰의 지적대로 ‘주인의 사랑’에 굶주린 듯한 싱 대사가 착각하는 게 있다. 대한민국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미동맹이 없던 시절에도 한(韓)민족은 자력(自力)으로 여수(麗隋)전쟁‧나당(羅唐)전쟁 등을 대승(大勝)으로 이끌었다.

 

시 주석처럼 한국을 ‘낮은 산봉우리’로 얕잡아보며 100만 대군을 몰고 왔던 폭군(暴君) 수양제(隋煬帝)는 패배 여파로 측근 우문화급(宇文化及)에게 비참히 살해되고 파국(破局)을 자초했다. 황후(皇后)에게 휘둘리며 삼국통일의 어수선함을 틈타 비열하게 침공했다가 무릎 꿇은 당고종(唐高宗)은 끝내 측천무후(則天武后)에게 나라를 내줬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또 있다. 한국‧일본의 한자(漢字) 사용은 사대주의(事大主義) 때문이 아닌 한자문화권 국가로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한자 사용은 곧 사대주의라는 논리대로 하면, 론디니움(Londinium‧런던) 등 로마제국 용어 흔적을 고스란히 사용 중인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지금의 이탈리아 속국(屬國)이라는 궤변이 된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시 주석, 싱 대사의 ‘아Q스러운’ 태도는 만용(蠻勇)일 뿐이다. 루쉰의 명언처럼 아Q의 근성으로 남 탓하기 바쁘기 전에 제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옛말처럼 남의 가르마 신경 쓰기 전에 제 가르마부터 잘 타길 바란다. 우리 정치권의 아Q들도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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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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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DEX
    2023.06.10

    짱깨한마리가 착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보면서도 굳어지는 얼굴을 감출수가 없읍니다. 저 어리석은 아큐를 보면서도 우리는 과연 중국에 대해 아큐가 아닌지 진정으로 고민해봐야합니다. 많은 사람은 싫은 대상을 조롱하며 놀리지만 그러면서 상대의 본질을 파악하는것을 잃고 얕잡아보며 쉽게 자만에 빠집니다.

    중국은 미개한 국가입니다. 표현그대로 개발이 덜되어 잘안씻고 시민의식이 뒤떨어지고 모방하기 급급하며 또한 대약진운동을 싸지르며 공산당이 독재집권하여 인권탄압과 국제적 말썽을 일삼지만, 그 이면에 그들은 우리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관세장벽으로 자본주의를 우리보다 훨씬 잘 이용하고 있으며 방대한 영토 자원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방에도 진심을 다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평화에 안주하여 멈추어 서있진 않은지. 국가 녹을 바라며 기생하고 있지 않은지. 마냥 자기중심대로 흘러갈거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욕이나 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합니다. 이것은 일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수 있으니 좌우를 가리지 않읍니다. 안하무인한 아큐에게 맞서는 우리도 마지막 말씀처럼 아큐가 되선 안됩니다.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6.10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Q가 있어선 안 될 줄 압니다.

  • 풀소유

    누구보다 똑똑하고 많이 배운 국내 정치인들도 사욕앞에 아큐를 자처하고 있으니…

    결국에는 도덕성 인성의 문제입니다.

    가치관이 웬만해선 바꿜일도 없으니

    투표로 걸러내야 하는데,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어집니다.

    갈 길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집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11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저 또한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 ydol7707

    근데 지금은 중공도 그렇고 우리나라 좌파들도 아Q보다도 못한 자들이 많습니다. 자신은 당당하다며 뻔뻔하고,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정신승리를 하는 자들이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11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코로나뿐만 아니라 아Q바이러스도 우리나라에 전파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것 수출하는 능력 인정해줘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