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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타는 세상, 최후의 심판

오주한

사이비무리에 의해 헬게이트 열린 사일런트힐

‘하나뿐인 자식’ 대한민국도 정(情)으로 치유해야

 

궤변 일삼는 사이비무리들

 

2006년작 헐리웃영화 ‘사일런트 힐(Silent Hill)’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동명(同名)의 일본 서바이벌호러 게임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수십년 째 불타오르는 마을 ‘사일런트 힐’이 배경이다. 다소 고어한 장면들이 나오기에 심장 약한 분들께는 시청을 권하지 않는다.

 

초중반부 줄거리는, 필자가 영화평론가는 아니기에 사소한 기억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다. 과거 사일런트 힐은 겉보기엔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실은 사교(邪敎)의 무리가 지배하고 있었다. 여성교주(敎主)의 여동생이 사생아로 낳은 딸은 학교에서 이지메(いじめ‧집단따돌림)를 당하다가 끝내 성폭행 당해 순결을 잃고 만다.

 

이에 교주는 조카딸을 악마로 규정하고 정화(淨化)시키려 한다. 정화작업은 다름 아닌 ‘화형(火刑)’이었다. 사지가 결박된 채 마치 숯불훈제하듯 산 채로 천천히 타들어가던 아이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다. 온 몸에 중화상을 입고서 끔찍한 고통 속에 질긴 호흡을 이어가던 아이는 눈앞에 나타난 악마(惡魔)와 계약을 맺는다. 악마가 현세에 강림(降臨)할 그릇으로 자신의 육체를 내주는 대신 악마는 아이의 복수를 해준다는 약속이었다.

 

악마는 사일런트 힐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그 여파로 마을은 수십년째 불타오르는 생지옥이 되고 만다. 교주와 신도들은 그들의 사원(寺院)으로 달아나 기나긴 도피생활에 나선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로즈 다 실바(Rose Da Silva‧라다 미첼 분)는 입양한 어린 딸의 비밀을 풀기 위해 금단(禁斷)의 땅 사일런트 힐로 향한다.

 

초기진화 실패해 ‘250년 악몽’ 앞둔 센트레일리아

 

사일런트 힐의 모델이 된 마을이 미국에 실존(實存)한다. 펜실베이니아주(州)의 유령도시 센트레일리아(Centralia)가 그곳이다. 물론 사이비조직이 무고한 아이를 해쳤다거나 악마가 출현한 건 아니지만, 이 마을은 실제로 61년째(2023년 기준) 불타오르는 모습으로 사람들 시선을 끌고 있다.

 

알려지는 바에 의하면 센트레일리아는 19세기 초 탄광촌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철로(鐵路)가 들어서면서 마을은 급속도로 번창했다. 수 개의 교회‧호텔‧극장이 세워졌으며 관공서‧은행‧우체국 등도 갖춘 인구 2000여명의 어엿한 에너지타운으로 성장했다.

 

비극은 1962년 5월에 시작됐다. 지자체가 고용한 소각(燒却)업체 직원들은 센트레일리아 매립지의 쓰레기 처리를 위해 불을 붙였다. 쓰레기만 사라지고 불씨는 꺼진 듯 보였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불씨는 다시 되살아나 매립지 지하의 석탄에 옮겨 붙었다. 마을에서 채굴되던 석탄은 무연탄(無煙炭)이었기에 불길은 삽시간에 퍼졌다. 무연탄은 점화(點火)는 느리지만 일단 가열되면 진화(鎭火)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지역민들은 1979년까지도 마을 지하에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벌어졌다는 걸 몰랐다. 어느날 주유소를 운영하던 주민은 유류(油類)저장고 온도가 수백℃에 달하는 걸 보고 까무러쳤다. 일대에는 비상이 걸렸으며 주(州) 차원에서의 소방대 출동 등 각고의 진화노력이 이어졌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며 곳곳에서 불길‧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등 마경(魔境)이 펼쳐졌다.

 

급기야 연방정부까지 개입했으며 답이 없다고 느낀 행정부는 1984년부터 거액을 들여 지역민들 강제이주에 돌입했다. 센트레일리아는 구소련 프리피야트(Pripyat)를 연상케 하는 유령마을이 되고 말았다. 소수가 잔류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인적(人跡)은 완전히 사라졌다. 불길은 지속적으로 번져 이웃마을 번즈빌(Byrnesville)도 폐쇄됐다. 학자들은 센트레일리아의 지하가 향후 ‘250년’ 동안 더 끓어오를 것으로 전망 중이다.

 

화염을 꺼뜨린 부모의 사랑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사일런트 힐’의 후반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Spoiler)이니 영화를 직접 보고픈 분들께선 줄거리 대목은 건너뛰시거나 대충 읽으시길 권한다.

 

온 몸에 붕대를 두른 채 병실에 갇힌 아이는 마을을 불바다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악당들 ‘참교육’에는 실패했다. 사이비무리의 사원이라 해도 어쨌든 사원은 사원이기에 악마로서는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사일런트 힐을 헤매던 주인공 실바는 입양한 딸이 실은 아이의 분신(分身)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이의 모진 면모가 투영(投影)된 게 악마라면 선한 면모가 투영된 건 딸이었던 것이다. 실바는 딸의 또다른 모습인 아이의 복수를 위해 악마를 제 몸에 강림시킨다. 이후 삼각두(三角頭) 등 마물(魔物)들의 레이드를 피해 마을에서 방황하던 중 놓쳤던 딸과도 재회한다.

 

홀몸이 아니게 된 실바는 사원에 들어가 “이런 천하의 상놈들”이라는 취지로 일갈(一喝)한다. 사이비철학의 가면이 벗겨질 찰나 당황한 교주는 흉기로 실바를 찌른다. 그러나 악마는 오히려 자상(刺傷)을 통해 뿜어져 나와 사원 안에 끝내 입장하고 만다.

 

지하 불구덩이에서 올라온 아이가 미소 지으며 지켜보는 가운데 악마는 악당들에게 가감 없이 참된 스승의 사랑을 실천한다. 실바는 육편(肉片)천지가 된 사원에서 딸의 손을 잡고 함께 벗어나 흩날리는 재를 배경으로 집으로 향한다.

 

하나뿐인 대한민국, 부정(父情)‧모정(母情)으로 치유해야

 

센트레일리아의 불길은 초기에 잡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소각회사 직원들이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당국이 애초에 적극적 대응에 나섰더라면 도합 300년 이상 불타오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지반(地盤)이 통째로 사라지든 말든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불씨를 꺼뜨리는 게 지방‧중앙정부의 최대과제다.

 

센트레일리아를 모티브로 한 영화의 배경 사일런트 힐의 불길은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으로 소멸될 수 있었다. 영화에는 “모든 엄마는 모든 자식의 신(神)”이라는 취지의 대사가 나온다. 대지(大地)처럼, 대양(大洋)처럼 크고 넓은 사랑으로 품는 부모의 정(情)은 산천을 집어삼킨 재앙마저도 달콤히 잠재울 만큼 위대했던 것이다.

 

작금(昨今)의 대한민국은 카오스(Chaos‧혼돈) 그 자체다. 천안함은 자폭했다는 주장에서부터 “내 유죄를 입증하려면 내 머릿속을 들여다봐라”는 취지의 사이비적 궤변까지 버젓이 난무해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관심법(觀心法)을 앞세워 마구니(魔軍)에게 철퇴찜질 서비스를 제공하던 궁예(弓裔)마저도, “나는 칭기즈칸 등의 환생”이라며 피로써 깨달음을 얻으려했던 로만 폰 운게른 슈테른베르크(Roman von Ungern-Sternberg)마저도 ‘조신한 돌아이’로 보이게 할 정도다.

 

지난 ‘잃어버린 5년’을 겪으면서 센트레일리아처럼 이미 초기진화는 물 건너갔다는 절규가 높아진다. 그러나 분명 소생(蘇生)의 길은 있다. 국민 모두가, 설사 실망이 크더라도, 부모의 마음으로 나라를 끌어안고 사이비무리를 처단한다면 ‘하나뿐인 아이’ 대한민국의 상처는 아물고 불길도 분명 잡힐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는 지금 심판의 날(Day of reckoning)은 머지않았다. 총선은 다음 대선결과와도 직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심판이 부디 최후의 심판(Last Judgment)이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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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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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이 없습니다.
  • INDEX
    2023.06.07

    아~ 이 필력 부럽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아웃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6.07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20년 가까이 글밥 먹어왔다보니 글솜씨가 조금이나마 늘어난 듯 합니다. 아직도 많이 부끄럽습니다. 사이비무리 아웃입니다.

  • 오주한
    작성자
    2023.06.08

    아참참.. 사일런트힐은 18세 이하 청소년이용불가라고 합니다. 준법정신입니다.

  • 풀소유

    사일런트 힐…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