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에게 어필을 잘 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서 “배부른 사람들이 많다. 자유민주 빼앗기고 시장경제 망가져도 페미/반페미 논쟁이 가능할까?” 라는 글과 “페미/반페미보다 더 중요한건 정권교체” 라는 글을 보았다.
이 글을 보며, 머릿속에 확 든 생각은 “아, 정말 선거를 할 줄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기본적으로 옳다고 믿는, 소위 말하는 보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임을 미리 밝힌다.)
선거는 민심을 얻는 예술이다. 논리와 이성, 합리, 소위 말하는 “맞는 말”로만 선거를 치루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예수님을 절대 신으로 믿는 개신교인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진리이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신교인들은 명동 한복판 혹은 지하철 등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혐오한다. 왜 그럴까?
그 방법으로는 진리를 전파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이라는 인물 자체가 존재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앵무새처럼 아무리 외쳐본들 사람들이 반응할 리 없다. 개신교인의 입장에서, 진리라고 생각하는 말을 전달했는데 왜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을까?
맞는 말을 했다고 해서 다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선거는 민심을 얻는 예술이라고 했는데,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고, 맞는 말을 하더라도 어떤 타이밍에 누구를 통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민심은 다르게 반응한다.
소위 말하는 “정치9단” 혹은 “정치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민심의 반응을 직감적으로 알아내며, 적시에 적절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줄 안다. 이것은 타고나기도 하며 학습되기도 하는데, 보통은 타고났으면서도 오랜기간 학습을 거쳐야 달성되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위에서 말한 “배부른 사람들이 많다. 자유민주 빼앗기고 시장경제 망가져도 페미/반페미 논쟁이 가능할까?” 라는 글과 “페미/반페미보다 더 중요한건 정권교체”라는 글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나는 저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030, 소위 MZ세대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MZ세대가 가장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가 바로 젠더이슈이다. 대한민국에 2000년 여성가족부가 생겨난 이후, 여성인권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여성단체들이 도에 지나친 요구를 한다거나, 여자들이 불리한 이슈에만 목소리를 내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등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은 없어지고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소위 “뷔페미니즘”으로 전락한지가 오래되었다. 이런 과정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온 2030 세대는 이런 젠더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며,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페미/반페미는 그 다음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2030 세대는 독재체제를 경험하지도 않았고,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거의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물론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 누군가가 피땀 흘려 지켜야 하는 것이며, 그런 교육 또한 MZ세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세대들에게 페미니즘 논쟁을 얘기할 때,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수호가 먼저라고 하면서 페미니즘을 무시하면 2030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가?
2030 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그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하고, 2030 세대를 그저 철없는 소리나 하는 세대, 배부른 소리나 하는 세대로 치부해버리는 정당이 그들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힘은 대답해야 한다.
실제로 극단적인 페미니즘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공공부문에는 강제적, 기업에게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작용하는 여성할당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채용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공공부문의 일부 항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보다 더 많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 등은 사회 구성원 누가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자유 민주주의를 해치는 요소라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이준석 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이 지난 몇 년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비합리적이고 극단적인 페미니즘과 싸워왔고, 실제로 2030 세대의 많은 구성원들이(심지어 여성들도 포함) 이와 같은 변질된 페미니즘과의 싸움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지난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함으로써 공든 탑이 무너지고야 말았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준석이 극단적으로 남성 쪽을 옹호하고 있어서 신지예를 영입함으로써 균형을 맞춘 인사라고 하지만, 2030 세대의 많은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원칙도 철학도 없는 잡탕 인사라고 혹평한다.
위에서 말한 국민의힘이 진정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기본적으로 그 가치를 함께 하는 토대 위에서 외연 확장이든 중도 공략이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 신지예의 영입은 유권자들에게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중도 확장을 위한 인사의 영입과 가치를 아예 달리하는 인사의 영입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하다못해 신지예가 전향했다고 선언을 하든지, 본인이 주장해왔던 페미니즘의 실체를 알았고 그게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며 국민의힘에서 수정하고싶다고 밝히든지 해야 유권자들이 납득을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선거는 민심을 얻는 예술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인사와 정책, 슬로건 등 모든 정치 행위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잘 알아채야 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여론이 55%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40% 내외에 머물고 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일부는 오차범위 밖으로) 뒤지고 있는 결과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권은 교체하고 싶지만, 윤석열 후보는 싫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이재명 찍을거야?”라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한 자세로 국정 운영의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치는 “이념의 장사”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여의도 정가에서 “이념이 뭐가 중요하냐, 우리는 중도실용으로 간다”라고 하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는 이념을 광고하고, 이념으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집하며, 그들을 통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념도 없이 중도라고 하면서 가치와 뜻이 완전히 다른 쪽 사람을 데려다가 앉혀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선이 70일 남은 지금, 부디 더 늦기 전에 국민의힘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서 민심을 얻는 예술 과정을 잘 이행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연륜과 경혐이 있어야 풀수 있는 멋진 글이네요. 보통의 사람들이 지천명(50대)을 넘어야 생각해볼 수 있는 생각이고, 그마저도 사회를 통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면 깨닫기 어려운 글을 그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어렴풋이 느낄뿐 정리하기 쉽지 않은 속마음과 현실을 제대로 짚어낸 좋은 글이네요. 현 정권과 여당의 행태를 보고도 분노하는 마음이 일뿐 어떤 행동을 하기위해서는 사고가 정리되고 명분을 세울수 있을때라야 투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해될때까지 읽어야할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열심히읽었네요 대단한내공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대홍
무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