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봉합의 열쇠는 결국 전공의 손에 쥐어졌다. 의료대란을 멈추기 위한 의대증원 수치 조정 논의는 물론 전공의 복귀의 명분을 얻고 수련환경 개선 방법에 도장을 찍기 위해 전공의가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
그보다 먼저 환자를 살려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암 환자와 만성·중증질환자들은 생사의 영역에서 전공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의사 악마화' 프레임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당장 깨부숴야 한다.
아쉽게도 전공의는 묵묵부답이다. 사태 초기에 요구했던 의대증원 백지화 등 7개 요구안을 꺼낸 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 포기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목숨과 직결돼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의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긍정적 요인이다. 그간 참아왔던 모든 문제를 직접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 속에 기회를 놓치고 포기하는 방식을 택하면 결국 잃을 게 더 많아진다.
대통령 역시 2000명 설득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최대한 방법을 찾아주는 형태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간 전공의들을 대신해 선배들이 나섰다. 제자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며 용기를 냈던 스승들은 결국 상처받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요청이었고 전국의사교수협의회의 눈물의 호소로부터 비롯됐다.
봉합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지를 전공의에게 넘겨준 것과 다름없다. 어느 분야에서도 후배들을 위해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는 곳은 없다. 이제 전공의가 응답해야 한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쇼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의료대란으로 공분이 쌓인 상태에서 전공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또 졌다'라는 인식을 얻게 되므로 크게 도움이 될 일이 아니다.
정치적 셈법을 배제하고 본질적인 부분만 보면 된다. 열악한 수련환경과 기피과 문제 등 모든 상황을 털어놓고 구체적 지원에 대한 합의를 얻으면 된다. 의료개혁의 전제조건은 미래의사가 힘든 분야에서도 의업을 이어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무게감이 크겠지만 이를 버텨야 한다. 그간 진중한 자세로 임했으니 이제는 당당하게 부딪혀야 한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의료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떠올랐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도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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