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는 기술력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 놓아야 한다.
차라리 '브랜드화'가 더 우선이다.
전기차는 자동차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전'이다. 자동차 기술력이 전무한 화웨이, 샤오미도 뚝딱 만들 수 있는게 전기차다.
소비자도 대단한 기술력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이다. 저가 전기차 유행이 이를 반증한다.
시장은 저렴한 배터리를 원하는데, K-배터리는 아쉽게도 반대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생뚱맞아 보이는 이유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것은 마치 가정용 냉장고에 급속냉각 기술을 넣는 것과 같다. 얼음을 1초만에 얼려주는 냉장고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수십 배 비싸면 누가 사겠는가.
고생 끝에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었다고 치자.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가.
중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찍어낼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은 좁혀진지 오래다. 가격, 기술력으론 승산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냉장고에 있다.
K-배터리는 삼성·LG 냉장고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왜 날개 돋힌 듯 팔리는지, 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에게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삼성·LG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브랜드파워일 것이다.
BTS, 뉴진스 등이 광고 모델로 나서는 '배터리 브랜드'는 어색할까.
전기차 안에 있어 눈으로 볼 수 없는 배터리에 '실체'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LG 배터리에서 BTS를 떠올리고, 삼성 배터리에서 뉴진스를 떠올리게 해 구매욕구를 자극하라는 것이다.
정무적 판단과 접근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CATL의 쩡위친 회장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싫어하는 이유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역으로 "삼성·LG 배터리를 구매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우방인 한국을 돕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북미 시장에 널리 퍼뜨려야 한다.
중국 경쟁사들이 미국에서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점도 잘활용하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다.
K-배터리의 브랜드를 하루 빨리 보고 싶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4/02/20240402001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