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을 담은 담론
“양극체제 타파” 무색해진 유럽發 태풍급 망작
잠룡만 수 명인 제3지대 연대체 과연 성공할까
<사공이 많으면 배는 山으로 간다>
누구나 알다시피 ‘사공(沙工)이 많으면 배가 산(山)으로 간다’는 옛 말이 있다. 한 배에 노잡이가 여러 명 있으면 저마다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항로(航路)를 주장하고 아귀다툼 벌이다 필연적으로 엉망진창 결과를 야기한다는 정도의 의미다.
1940년대 말부터 국제사회는 미국‧소련 거대양국이 주도하는 냉전(Cold War)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유럽은 바르샤바조약기구(WTO)의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서유럽으로 나뉘었다. 특히 독일은 베를린장벽을 경계로 한 나라가 두 조각났다.
유럽은 이대로라면 영원히 양극(兩極)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동유럽은 1968년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 사태에서도 보듯 소련의 서슬 퍼런 압제(壓制)에 찍소리도 못 했다. 반면 서독을 포함한 서유럽은 ‘제3지대’ 격인 유럽공동체(EC)를 1965년 창설하고서 자주적 목소리, 나아가 패권(霸權)을 도모했다. EC는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의 전신(前身)이다.
그러나 묵은 앙금은 어디 가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 각 국은 그리스‧로마 문화권이라는 공통점 외엔 공감하는 가치가 별로 없었다. 때문에 EC는 출범 초기부터 갈등으로 삐걱댔다.
1967년 영국의 EC 가입신청이 프랑스 주도로 부결(否決)된 게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는 “독일도 맛이 간 김에 내가 이 구역에서 다 해먹어야 하는데 저 철천지 원쑤놈, 천하의 개쌍놈 들어와선 안 돼” 경계했다. 덕분에 영국은 1973년에야 겨우 EC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영불(英佛) 관계가 어떠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유명하다. 농담 좀 보태서 런던‧파리 방문해 “영불 너희 생긴 것도 비슷한데 친하게 지내렴” 했다간 훌리건 등에게 조용히 호출돼 멍석말이 당하기 십상이다. 이는 마치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한일(韓日)은 원래 한 나라(일제치하)였는데 일본과 친하게 지내렴”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이니 으쌰으쌰 구호와는 달리 내부단합이 잘 될 리 없었다. 유럽 각 국은 겉으로는 하하 웃고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외치면서도 뒤로는 부산히 주판알 튕기며 맹주(盟主) 자리를 노렸다. EC‧EU 가입 및 지도부 결정 준수가 법적으로 강제(強制)된 것도 아니니 내부싸움에서 별로 눈치 볼 것도 없었다. 실제로 수틀린 영국은 2020년에 아예 EU에서 탈퇴해버리기도 했다.
<무기시장 양극체제에 도전장 던진 유럽>
아무튼 사공 많은 유럽판 제3지대에서 탄생한 ‘태풍급 망작’이 바로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이었다.
타이푼은 영국‧서독‧이탈리아‧스페인 4개국이 1979년 유럽형 전투기 개발계획(ECF) 때부터 공동개발해 1994년 초도(初度)비행 실시한 다목적 전투기다. 개발‧제조사는 4개국이 출자(出資)해 설립한 다국적기업 유로파이터 유한회사다. 원래는 프랑스도 ECF에 동참했다.
타이푼 개발 배경은 역시나 미소(美蘇) 견제였다. 1970년대는 미소 대립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사이공의 마지막 날’을 끝으로 월남전은 사실상의 미국 패배로 끝났다. 그 여파로 동남아 수개 국에 연쇄 공산화가 발생하면서 소련은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었다. 이를 간 미국은 중국에 접근해 소련을 고립시키려 했다. 리처드 닉슨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미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1972년 방중(訪中)해 마오쩌둥(毛澤東)과 악수하기도 했다.
이 이합집산(離合集散) 과정에서 미소 양 국은 급속하게 체격을 키워갔다. 1971년 유엔(UN) 총회에서 중화민국(대만)을 밀어내고 새로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 신흥강국 중국도 유럽에겐 잠재적 위협이었다.
때문에 유럽으로선 양극에게 자신들의 연대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너희가 비록 덩어리들 크다곤 하나 우리도 합치면 뒤처지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이토록 똘똘 뭉쳐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
투폴레프(Tu) 시리즈 전략폭격기 등 급속 발전하는 소련의 핵(核)투발 전력으로부터 유럽 영공을 사수해야 한다는 점, ‘무기시장의 대선후보’로 자리 잡은 거대양국 전투기들 못지않은 대선후보급 전투기를 만들어 시장을 나눠먹거나 장악해야 한다는 점 등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니 배가 바다로 갈 리 없었다. ECF에 참가했던 영국‧프랑스‧서독‧이탈리아‧스페인, 특히 영국‧프랑스는 각자 이익 위해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알려지는 바에 의하면 영국은 타이푼 제원(諸元)으로 “중량 10톤대에 오직 공대공(空對空) 전투만 수행. 해군형은 안 만든다. 스텔스(stealth)는 부분적으로만 도입한다” 제시하며 “도장 찍으쇼” 서류 내밀었다. 섬나라인 영국은 소련군 상륙 가능성이 낮았기에 방공(防空) 능력을 우선시한 것이었다. 함재형(艦載形) 개발 반대 배경 중에는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프랑스 해군전력이 향상될 우려도 있었다.
반면 프랑스는 “무슨 말 같지 잉글리쉬를. 중량은 10톤 미만으로 하고 공대지(空對地) 능력도 포함시키며 해군형도 개발한다. 또 기체 후미만 빼고 모두 스텔스 기술로 도배한다” 설계안 내던지며 응수했다.
나머지 서독‧이탈리아‧스페인은 나름의 손익계산을 했으나 대체로 영국 손을 들어줬다. “저런 동인도회사 해적놈들” “히틀러 밑 닦아준 비시의 졸개들” 손가락질 끝에 열 받은 프랑스는 회의장 책상 뒤엎고서 1981년 ECF를 탈퇴했다. 그리곤 다목적 및 해공군 겸용 전투기 라팔(Rafale) 독자개발에 들어갔다.
한바탕 소란 끝에 영국‧서독‧이탈리아‧스페인은 유로파이터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사공들 입은 닫힐 생각 안 했다. “겨우 대선 경선 경쟁자 한 놈 내쫓았네” 다 같이 안도하는 것도 잠시, 한 때 영국‧프랑스와 함께 유럽을 뒤흔들었던 서독(통일독일)도 야망이 있었기에 영국과 옥신각신했다. 로마(Rome)의 후예 이탈리아, 무적함대의 후손 스페인도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가세했다.
<결과는 자중지란(自中之亂)>
제3지대라며 모인 유럽 꼬마들이 단결 메시지 던지긴커녕 서로 주도권 쥐겠다고 자기들끼리 투닥투닥하는 사이, 미국과 소련(러시아)‧중국 등 덩치들은 여전히 국제사회 좌지우지하고 무기시장 양분했다. 이들은 F-15, 수호이(Su) 시리즈 등을 경쟁적으로 잇달아 선보이며 일대 센세이션 일으켰다.
멱살 잡고 뒹굴던 꼬마들은 뒤늦게 어르신들 위용에 새삼 정신 차렸다. 그리곤 반창고 붙인 채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 “항공역학의 이단아. 전쟁사(史)의 레볼루션. 아아 그 이름은 태풍. 미국‧러시아 너희는 쨉도 안 돼” 외치며 1994년 타이푼을 야심차게 공개했다.
“내가 주도권 못 쥘 바에야 차라리 파투 내자”는 4개국 심보가 반영되기라도 한 듯, 결과는 산으로 가버렸다. 타이푼은 4.5세대 전투기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거대양국 첨단 전투기들 발 끝에 한참 못 미쳤다. 짧은 항속거리, 낮은 장비 신뢰성, 높은 유지비, 있으나 마나 한 대지(對地) 공격능력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유로파이터가 아닌 유로트랙터 수준이었다.
자연스럽게 무기시장이라는 선거판에 돌풍 일으키기는커녕 구매(투표)하는 나라가 없다시피 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3년부터 시작한 1차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이 태풍급 망작 대신 미국 보잉사(Boeing) 전폭기 F-15K를 최종 선정했다. 나머지 상당수 국가들도 가성비가 뛰어난 록히드마틴(LM)의 F-16이나 러시아제 전투기 등을 선택했다.
2013년 10월 한국언론과 만난 크리스티앙 쉐러(Christian Schaerer) 유로파이터 해외사업본부장은 “단 10대를 팔더라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우리 약속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구매를 호소하며 눈물의 동고(同苦)쇼를 약속했다. 역대 우리 정부의 반응은 무(無)였다. 2018년 2월 영국 방산(防産)업체 BAE시스템즈는 “유로파이터 생산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타이푼 명줄을 잇고자 지금은 산유국 사우디로의 수출이 추진되고 있으나 미래는 밝지 않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제3지대에서는 여야에서 모인 탈당파들 연대론이 급물살 타고 있다.
그런데 제3지대 연대체 참여 입장을 내비친 대선잠룡(潛龍)급 인사만 해도 이낙연 전 대표, 이준석 전 대표 등 두 명이다. 금태섭 전 의원 등 잠재적 인사들까지 합하면 수 명이다. 화학적 결합을 하지 않는 이상, 느슨한 결합 상태의 연대체는 전당대회 등 사령탑‧선거후보 선출‧승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을 수밖에 없다. 전대를 거쳐도 후유증이 만만찮은데, 구두(口頭)로 간판을 추대해야 하는 연대체는 언제든 분열 여지를 품을 수밖에 없다.
한 하늘 아래에 여러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고, 한 배 위에는 여러 명의 사공이 있을 수 없다. 여러 태양의 열기에 자멸하게 되고 사공의 옥신각신에 배는 산으로 가게 된다. 제3지대호(號)가 유로트랙터 같은 항로를 잡게 될지, 난제(難題)를 극복하고 대양(大洋)을 순항하게 될지 궁금하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상대적으로 비교적 질서 있을 수 있는 정당의 순차적 헤게모니 교체와, 질서가 없을 가능성 높은 여야 탈당파 연대체의 전국시대적 헤게모니 다툼을 비교한 소견이었습니다.
근래 내외 사정으로 정신이 혼란스러워 다 쓰고 보니 이게 논리적으로 잘 쓴 건가 하루종일 맘에 걸리더군요. 글 갖고 살아야 하는 직업적 글쟁이의 근심 숙명입니다..
못난 글이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빨리 정신 차리고 양질의 논리적 글 올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지럽게 쓴 글이었습니다. 보다 더 정신 차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