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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견리망의 한국, ‘이 나라’처럼 된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각자도생하다 구걸국으로 전락한 이 나라

닮은꼴의 韓, 결국엔 ‘폭망’ 수순 밟을 것

 

<새똥의 기적>

 

나우루 공화국(Republic of Nauru)은 오세아니아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소국(小國)이다. 영토는 면적 약 21㎢의 나우루 섬이 전부로서 서울 용산구(21.9㎢)와 크기가 비슷하다. 인구도 약 1만명에 불과하다.

 

나우루에 사람이 처음 들어온 때는 기원전 1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산업은 처음엔 농업‧어업만 있었다. 그런데 1899년 호주 퍼시픽아일랜드사(社) 직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가 한 물질을 발견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바로 ‘새똥’이었다.

 

엘리스 손에 쥐여진 건 정확히 말해 바닷새 앨버트로스(Albatross‧알바트로스) 등의 분변(糞便)이 산호초와 결합해 억만겁의 세월 동안 쌓이고 쌓여 광물처럼 굳은 인광석(燐鑛石‧구아노)이었다.

 

인광석은 20세기 초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획기적 질소비료 기법 만들기 이전까지는 거름 등의 핵심원료였다. 고대~중세엔 농사짓고 나면 지력(地力)이 빠져 휴경(休耕)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비료를 쓰면 지력을 충전할 수 있다. 다량의 곡물생산은 농가(農家)를 먹여 살리고 병역자원을 크게 늘려 민관(民官) 모두에게 큰 이득이 된다.

 

때문에 인광석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심지어 인광석 산지(産地) 확보를 위한 전쟁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19세기 후반 페루‧볼리비아‧칠레는 페루 앞바다에 높이 수백m로 쌓인 새똥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총칼 겨눴다. 패한 볼리비아는 바다를 잃고 내륙국(內陸國)이 됐다. 볼리비아는 지금도 뭘 수출하려 하면 주변국에 막대한 통행세 내고 항구까지 싣고 가야 한다. 혹 주변국과 갈등이라도 생기면 그 날로 항구행 도로가 막히기에 설설 기어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귀한 인광석으로 섬 전체가 만들어지다시피 한 나우루는 농촌·어촌의 빈국(貧國)에서 자원부국(富國)으로 올라섰다. 비록 화학비료가 대세가 됐지만 인광석 추출물인 인산(燐酸)은 지금까지도 ‘반도체’ 핵심소재다.

 

메이드 인 나우루 인광석은 처음엔 1907년 첫 선적(船積)에 나선 퍼시픽아일랜드 등 해외업체들이 독점했다. 그러나 1968년 1월31일 나우루가 식민지배‧신탁통치(信託統治)에서 해방되자 인광석 채굴 주체는 나우루정부로 바뀌었다. 60년 넘게 외국자본이 퍼갔지만 그래도 섬엔 여전히 새똥이 넘쳐나게 푸짐했다. 삽 들고 파기만 해도 새똥이 한가득이었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1980년대 호황 누렸다면 나우루엔 ‘새똥의 기적’, 속된 말로 ‘돈지X’이 펼쳐졌다. 농장이란 농장은 모조리 인광석 광산으로 변했다. 1980년대 나우루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만 달러로서 미국(1만 달러 이상)‧일본(약 1만 달러)보다도 훨씬 높았다. 우리나라는 1988년 기준으로 4571달러였다.

 

세금은 ‘0원’이었으며 초등학교‧의료비‧주택도 공짜였다. 근로자는 모두 외국인노동자였다. 심지어 판사도 외국인을 채용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나우루 국민들은 전세기(專貰機) 타고 하와이‧피지‧싱가포르 등으로 호화쇼핑 나섰다. 길이 18㎞에 제한속도 40㎞/h인 도로엔 람보르기니(Lamborghini) 등 수입차들이 질주했다. 주민들 중엔 1달러 지폐를 화장실 휴지로 쓴 이도 있었다.

 

대한민국에 IMF 사태가 닥친 1990년대 나우루에도 위기가 도래했다. 인광석이 서서히 바닥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우루 정부는 미래먹거리 준비고 뭐고 미친 듯 새똥을 퍼내 주민들에게 돈 뿌리고 매표(買票)했다.

 

프랑스 언론인 뤽 폴리에(Luc Folliet)가 쓴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 등에 의하면 횡령(橫領)도 대놓고 이뤄졌다. 대통령은 국고(國庫)로 호주 멜버른(Melbourne)에 개인빌딩 사들인 뒤 그곳에 집무실 설치했다. 주민들도 “나랏돈은 내 돈” 당연시하며 나라야 망하든 말든 자기 먹고 사는 것에만 관심 두고 직업교육도 마다한 채 무위도식(無爲徒食)했다. 매관매직(賣官賣職)도 횡행했다. 경제부장관이라는 작자는 한 외신(外信) 인터뷰에서 “난 경제교육이라곤 받아본 적 없다”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한 결과 2003년 인광석이 공식적으로 고갈되자 나우루는 국가부도 맞았다. 2005년 12월엔 국적기(國籍機) 에어나우루(Nauru Airlines)가 운항 중단했다. 한 때 수만 달러였던 국민소득은 2007년 기준 2500달러까지 떨어졌다. 나우루는 범죄조직 등에게 조세피난처 제공하거나 대만을 국가로 인정해주고 대신 공적개발원조(ODA)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전국 대학교수 1315명 설문조사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꼽혔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견리망의 추천자인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치란 국민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 정치인은 자기편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전세사기‧보이스피싱‧교권침해 등 국민들 사이에서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해 씁쓸한 사기사건이 많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견리망의 하면 우선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고 단언했다. 나우루와 흡사한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결코 과한 우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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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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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ngo

    미래를 대비하고 미래를 볼줄아는 지도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뽑지 못한다면 그 댓가는 그대로 그 국민들의 책임으로 돌아갈겁니다.

  • 멸공통일
    2023.12.11

    포괄적 복지는 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