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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짖는 견공은 물지 않는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들을 담은 담론

“무쩌워” 열등감‧두려움에 쇼로 전락한 일부 쿵푸

野 막말논란에 “무서우면 나가 짖어라” 민원 폭주

 

“박살내주마” 허세부리다 4초만에 KO

 

지난 2020년 5월 중국에서 전세계 이목이 쏠린 격투시합이 열렸다. 아마추어 종합격투기(MMA) 및 쿵푸(功夫‧쿵후) 선수가 맞붙은 것이었다. 자칭 수천 년의 역사 자랑하는 신묘한 쿵푸 거장(巨匠)과 그들이 말하는 ‘상스러운’ 격투가의 대결에 과연 승자는 누가 될지 시선이 집중됐다.

 

그런데 웬걸, 승부는 단 ‘4초’만에 광속으로 끝났다. 영험한 내공(內功) 품었다는 쿵푸고수는 경기시작 종과 함께 격투가 펀치 단 한 방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이롱고수는 상당한 시간 지날 때까지 중력 딛고 일어서지 못했다.

 

다운 주인공은 그간 자신을 혼원형의(渾元形意) 태극문(太極門) 문파 창시자라고 선전하며 수많은 수강생들 돈을 뜯어먹었던 마바오궈(馬保國).

 

눈에 큰 멍이 든 마바오궈였으나 그는 여전히 ‘허세’ 잃지 않았다. 그동안 ‘내 장풍 한 방이면 누가 어떻게 덤벼들든 나가떨어진다’ 취지로 주장해온 마바오궈는 경기 직후 올린 SNS에서 “상대가 기습공격(?)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인(武人)의 덕목을 모른다(?)” 핏대 세웠다.

 

이후 마바오궈는 ‘허세 쩌는 동네 아저씨’ 밈(meme)으로 도리어 컬트적 인기 누렸다. 많은 사람이 그의 정신승리 두고 감탄 아닌 감탄 내뱉었다. 마바오궈와 추종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돈벌이에 나섰다. 급기야 중국 관영매체는 “마바오궈 난동을 당장 끝내자” 촉구했다.

 

바지가 촉촉해질수록 강화된 정신승리

 

모든 쿵푸 문파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당수 쿵푸는 ‘뭔가 있어 보이는’ 정(靜)적인 동작 또는 온 강산을 두 쪽 내버릴 듯 파닥파닥 날아다니는 화려한 액션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정작 내실은 복싱‧무에타이‧유도‧주짓수 등 타 무예에 비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즉 실전에서 아무 쓸모가 없을수록 그에 비례해 뭔가 있어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무예가 수천년 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 듯 싶다.

 

순자(荀子) 등에 따르면 기원전 5~4세기 위(魏)나라의 명장 오기(吳起)는 무졸(武卒)이라는 정예중보병을 양성했다. 순자는 이들에 대해 하늘로 솟고 땅으로 기는 기기묘묘 무술 익히는 대신 창‧칼‧방패‧갑주‧쇠뇌‧전투식량 등 짊어지고 하루 100리(약 39㎞) 행군할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즉 고대 대륙인들도 오늘날처럼 근력‧체력 단련 및 제대로 된 싸움기술을 중시했다.

 

무기술(武器術) 배웠다 해서 팔랑팔랑 연검 들고 황비홍처럼 날뛰진 않았던 듯 싶다. 진시황릉(秦始皇陵) 병마용갱(兵馬俑坑)의 토용(土俑)군단은 빽빽이 밀집해 도열해 있다. 손은 긴 창을 쥐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서양 팔랑크스(Phalanx)처럼 고대 동아시아도 창칼의 숲 이뤄 수천~수만명이 동시에 내지르는 방식으로 상대를 무찔렀던 것이다.

 

오키나와(沖縄‧옛 류큐왕국) 전통무예 공수도(空手道‧가라테)가 중세 무렵 중국 무예에서 많은 영향 받았다는 설도 있다. 무지막지한 신체단련, 언뜻 보기엔 간단무식하면서도 위력적 동작의 공수도는 상당한 실전적 무예 중 하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본 사쓰마번(薩摩藩)에 침략당해 무기가 몰수된 오키나와인들은 이 공수도로 사무라이(侍)에 맞섰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시 강조하자면 모든 문파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당수 쿵푸는 언제부터 저렇듯 허세 넘치고 수준 낮은 보여주기 쇼가 됐던 것일까. 학계는 대체로 명청(明淸) 시절에 저 따위가 된 것으로 추측 중이다.

 

그간 화이사상(華夷思想) 즉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주장하던 재야 한인(漢人)들이 몽골족‧만주족에게 잇달아 무기력하게 패하자 정신승리로 기조 바꿨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저 오랑캐처럼 무식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이처럼 화려하고 고상하게 싸운다. 어때, 폼나지? 멋있지? 부럽지? 아, 하나도 안 무섭다” 식으로 말이다. 이게 무예지망생 등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어 돈벌이가 되자 상당수 무예가들이 더더욱 ‘있어 보이는 것’에 집착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이러한 당대 사회 분위기는 원앙진(鴛鴦陣)을 개발하고 기효신서(紀效新書) 저술한 명나라 장수 척계광(戚繼光‧생몰연도 1528~1587) 기록에서 입증된다.

 

원앙진은 일본도(日本刀)로 무장한 프로페셔널 킬러 왜구(倭寇) 한 명에 맞서 여러 명나라 군사가 창칼 들고 밀집해 대적하는 진세(陣勢)다. 척계광은 이 척가군(戚家軍) 선발 과정에서 ‘무술한 사람’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기효신서에서 “군대의 생명은 다수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무술한 놈들은 요상한 병장기 들고 저 혼자 칼춤 추다가 아군들 베고 진세 무너뜨린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취지로 지적했다.

 

野, 무서우니 목청만 높아지는 것 아닌지

 

더불어민주당 몇몇 인사들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릴레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놈’ ‘환관’에서 시작해 별별 소리가 다 쏟아진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신승리의 쿵푸, 정신승리의 마바오궈 떠오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적절한 표현‧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a barking dog never bites)’는 유명한 격언(格言)이 있다. 포르투갈 속담에는 ‘짖는 개는 좋은 사냥개가 못 된다(a barking dog was never a good hunter)’는 말 있다고 한다. 우리 한민족에게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

 

실제로 겁 많은 개들이 많이 짖는다고 한다. 진짜 자신감 충만한 개는 조용히 으르렁하다가 단 번에 덥썩 문다고 한다.

 

민주당의 막말 논란이 거세질수록 그건 “우리 지금 무쩌워요”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 높다. 죄가 없다면 법리적으로 무죄를 소명하고, 만약 죄가 있다면 조용히 죗값이나 치르면 될 일이다. 안 그래도 복장 터지는 나라 국민들 귓전 고성방가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말이다.

 

본 개담은 민주당 몇몇 인사를 견공에 비유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님을 말씀드리며, 그저 온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촉구여론 있다는 걸 지면에 옮긴 것일 뿐이며, 마무리는 한 때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어느 무명(無名)의 아저씨 일갈로 대신한다. “야, 犬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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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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