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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명, 현대문명의 ‘그것’ 확보하라”

오주한

자원확보 소홀했다 스러져간 민족‧국가들

‘4차 산업혁명의 쌀’ 新자원 脫中은 필수

 

고대의 자원무기 ‘철’

 

자원의 무기화(化) 역사는 유구하다. ‘타국 길들이기’ 용도로 쓰인 자원은 멀게는 선사(先史)시대 철기에서부터 가깝게는 석유,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쌀’ 희토류(稀土類) 등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무기화된 자원은 철이 대표적이다. 만주 등지의 여진족(女眞族)은 금(金)‧청(淸)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선 좋든 싫든 우리와 공생(共生)해온 민족이다. 여러 부락이 존재했던 여진은 크게는 ‘숙여진(熟女眞)’ ‘생여진(生女眞)’으로 구분됐다.

 

아직 문명화가 덜 됐다 해서 ‘덜 익었다’는 뜻에서 생여진으로 호칭된 이들은 제철(製鐵)기술이 없어서 한민족에게 크게 의지했다. 숙여진 또한 조선에 모피 등을 팔고 대신 철 등을 수입했다. 양 측 관계가 악화될 시 철 등은 여진을 굴복시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됐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중국 일부국가 또한 한민족으로부터 철을 가져다 쓴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은 요동(遼東)의 공손연(公孫淵), 그리고 고구려 등에 손 내밀었다. 정사(正史)삼국지 등에 의하면 손권은 서기 233년 공손연에 사신을 보내 연왕(燕王)에 봉하려 했다. 공손연의 배신으로 간신히 달아난 일부 사신은 고구려에 도착해 우호관계를 맺었다. 이에 손권은 236년 고구려에 사자를 파견하지만 이번엔 고구려가 사자를 참했다.

 

고구려 등에 대한 손권의 집착을 두고 위(魏)나라를 협공하려는 목적 아니었냐는 추측이 있다. 일각은 이것에 더해 요동‧만주의 질 좋은 철기‧목재 등을 손에 넣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근래에도 랴오닝성(遼寧省) 등에선 제철소가 활발히 가동됐다. 중국 강남지역은 손권 시절에 막 개발이 시작될 정도로 낙후(落後)한 곳이었다.

 

중세의 자원무기 ‘물소’ ‘화약’

 

중국 또한 한민족을 상대로 ‘자원의 갑질’을 일삼았다. 대표적 물품이 흑각궁(黑角弓)에 쓰인 물소뿔, 조총(鳥銃) 운용에서 필수적이었던 흑색화약 등이었다.

 

우리나라에 물소뿔이 처음 소개된 건 고구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생몰연도 서기 374~412) 때인 것으로 알려진다. 물소뿔은 여타 재료에 비해 탄성(彈性) 등이 뛰어났다. 창작물에선 활이 여성적 무기로 묘사되지만 실은 철갑을 뚫기 위해 어마어마한 힘을 필요로 한다. ‘종이갑옷’인 지갑(紙甲)만 해도 어지간해선 뚫리지 않는다. 전쟁은 스포츠가 아닌 생사(生死)가 달린 행위이기에 흑각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열대지방에 사는 물소를 사육하기엔 한반도‧만주 기후가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물소뿔은 덥고 습한 강남지역의 중국, 비슷한 환경인 오키나와(沖繩‧옛 류큐왕국)의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조선시대 때 대량사육을 몇 번 시도한 적 있지만 그 때마다 물소들은 “어 춥다” 외치며 폐사(斃死)했다고 한다.

 

화약 또한 마찬가지였다. 흑색화약은 고대 중국 연단술사(煉丹術士)들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비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생(永生)에 대한 진시황(秦始皇) 등의 집착은 유명하다. 때문에 도사(道士) 등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위해 비약 제조에 목숨 걸었으며 그 와중에 우연찮게 불붙는 신비한 물체를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초창기 총인 아퀘부스(Arquebus)‧머스킷(Musket) 등은 연사력 등에선 활에 비해 뒤떨어졌지만 화력에선 월등했다. 이러한 위력은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조총을 운용한 왜군(倭軍) 등에 의해 여실히 증명됐다. 앞서 전국다이묘(戰國大名)였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철포(鐵砲‧텟포)를 대거 도입해 다케다(武田) 가문 기병대를 격파했다. 조선 중기 인물이었던 허적(許積)은 “군용무기에 있어서 조총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어린아이도 항우(項羽)장사를 능히 대적케 할 수 있다”며 감탄했다.

 

중국 역대왕조는 이렇듯 귀한 전략물자인 화약 제조기술 반출(搬出)을 엄중경계했다. 주변국가들이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화약 수출을 끊어버리거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때마다 주변국들은 씁쓸히 “그래 네 팔 굵다”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 최무선(崔茂宣‧1325~1395)이 각고의 노력 끝에 비법을 발견함에 따라 화약제조술 보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후대에 한민족 포수(砲手)들은 특등사수로서 명성 드날렸다.

 

현대의 新 자원무기 ‘희토류’

 

현대 들어 무기화된 자원의 대표주자는 석유‧천연가스‧희토류 등이다.

 

상식이지만 정유(精油)는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쉬울 정도로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세기 초중반 일제(日帝)가 중일(中日)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은 대일(對日) 석유 금수조치 등을 발동했다. 이에 일제가 중국에서의 퇴각을 진지하게 검토했을 정도로 석유금수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일제의 대미(對美) 석유수입 의존도는 상당했다.

 

일제의 괴뢰국 만주국(滿洲國)에는 유전지대가 있었지만 당시 기술로서는 파내지 못할 정도의 깊이에 위치했다. 나치독일은 일제에게 석탄액화연료(CTL) 기술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기면서 정작 핵심기술은 숨겼다. 더구나 CTL 기술로 생산된 합성석유는 생산단가가 살인적으로 높았다.

 

일제는 나치독일의 유럽침공 등으로 서구(西歐)의 시선이 동아시아를 벗어남에 따라 중일전쟁을 겨우 지속했다. 일제는 대영제국 등이 힘을 잃은 그 틈을 타 산더미 같은 석유‧고무 등이 기다리는 남방(南方)자원지대를 접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자원지대를 점령하고서도 정작 유조선이 충분히 없어서 머리만 긁적이는 등 삽질 끝에 패망했지만 말이다. 태평양전쟁을 다룬 한 일본영화에는 거함 야마토(大和)를 왜 굴리지 않느냐는 육군 측 질책에 해군이 “아부라가 나인다(油がないんだ‧기름이 없다)”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제를 들었다 놨다 했던 미국도 열강(列強)으로부터의 각 국 독립릴레이 이후엔 석유 때문에 골머리 앓았다. 미국 또한 텍사스 등지에 유정(油井)을 갖춘 세계적 산유국(産油國)이지만 자국 내 수요조차 감당 못해 상당량을 수입해왔다. 미국은 지난해에야 역대 최저 석유수입량을 기록하면서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기대 중이다.

 

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석유를 무기로 이러한 미국을 종종 뒤흔들곤 했다. 태평양전쟁을 다룬 헐리웃영화엔 전쟁채권(War bond) 관련 활동에 난색을 표하는 이오지마(硫黃島)전투 영웅들에게 미 재무장관이 “그럼 앞으론 (탱크 등 대신) 돌덩이 들고 싸우게. 중동친구들은 외상을 싫어하거든”이라고 몰아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은 고민 끝에 셰일가스(Shale gas)‧셰일오일(Shale oil) 등 생산에 성공했다. 다만 씨가 마르지 않는 석유와 달리 셰일가스 등은 매장량을 아직 알 수 없어 장기사용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 채굴과정에서의 수압파쇄법(Hydrofracturing) 등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문제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수압파쇄법 규제를 선언했다. 셰일에너지에 대한 산유국들 반발도 변수다.

 

천연가스도 석유 못지않은 무기다. 우크라이나전쟁이라는 ‘삽질’에 시달리면서 용병들 반란위기까지 겪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상습범’ 중 하나다. 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 국들이 반발하면 이른바 “잠가라 밸브”를 외쳤다. 유럽연합(EU)은 근래에야 탈(脫)러시아를 외치며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석유‧천연가스가 비교적 고전적 무기라면 희토류는 떠오르는 신(新)무기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 제조의 핵심원료다. 때문에 세계 최대 희토류 산지(産地)이자 희토류 17종을 모두 수출할 수 있는 유일국가인 중국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아왔다.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을 일본해경이 나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금지로 맞대응해 일본 측 백기를 이끌어냈다. 중국은 2021년에는 대미 희토류 수출을 끊어 미 방위산업을 회생불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기도 했다. 반도체강국인 우리나라도 중국 갑질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韓‧베트남 희토류 협력 넘는 희소식 기대

 

최근 한국‧베트남이 희토류 협력을 다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베트남은 중국을 잇는 세계 2위 희토류 보유국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南中國海)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 중이기도 하다. 이번 약속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희토류 관련 탈중국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첨단기술 소유 여부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 흥망성쇠(興亡盛衰)에 깊이 관여한다. 16세기 스페인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들은 중남미 신대륙에 상륙했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 무기였던 화승총‧장검‧철갑‧말(馬) 등으로 무장했다. 이에 반해 중남미 원주민들은 조잡한 흑요석(黑曜石) 둔기 등만 갖추고 있었다.

 

기술 격차의 여파는 컸다. 상당수 전투에서 콩키스타도르들은 사상자가 없거나 10명 미만의 희생자‧부상자만 나왔지만 원주민들은 수백~수천명 단위로 목숨 잃어야 했다. 만만한 이웃부족들이나 학살하고 인신공양(人身供養) 일삼던 잉카(Inca)‧아즈텍(Aztec)은 철광석을 거들떠도 안본 반면 스페인은 철강 등 자원확보에 전력을 다한 결과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자원 빈국(貧國)이다. 여러 국민의 봉사자들이 합심해 보다 더 기쁜 희소식을 가져오길 희망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언젠가는 남북통일, 나아가 국토확장에 성공해 자원수입국에서 자원수출국의 대열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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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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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dol7707

    사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전세계가 러시아를 편드는 공범인 중공을 제재를 통해 벗어나야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배터리 소재가 중공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와닿는 문제네요.

    물론 사족이긴 하지만 중공산 식재료 의존도가 높아서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요.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24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마침 바그너그룹이 오늘 푸틴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켰더군요. 중국 북한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두고봐야 할 듯합니다. 바그너그룹의 서부군관구 핵무기를 탈취할지 여부도 지켜보는 중입니다. 모쪼록 악의 세 축들만 사라지고 평화롭게 사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중국산 식재료는 그 문제대로 해결책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오주한
    ydol7707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018214?sid=104
    위 기사를 보시면 중공은 대러제재를 구멍내는 공범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초한전(超限戰)이라는 전쟁범죄를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전범집단 이기도 합니다. 서방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입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25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악의 세 마리(플러스 알파)는 반드시 인과응보를 치르게 되리라생각합니다. 예전 칼럼에도 소견을 밝혔습니다만, 올바른 분들이시라면, 그 분들이 이 세상의 대다수니, 누구도 바보는 없으니까요.

     

    저도 지금은 자연인이기에, 효와 관련된 개인적 사정이 있습니다만, 당분간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 풀소유

    베트남이 뒤통수나 안 쳤으면 좋겠습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2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알기로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옛말이 있는 걸로 압니다. 지금 당장의 국익을 위해, 미래는 말씀하신 맥락대로 충분히 대비하면서도, '적의 적'을 '나의 친구'로 삼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주한
    풀소유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불안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초강대국 미국 중국부터가

    동맹상관없이 국익최우선의 외교를 펼치니

    우리나라입장에서는 많이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줄다리기 외교를 잘 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2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외교관을 한 건 아니지만 과거 우리나라 관련 주요 강대국 인사들 만나며 느낀 건 인간의 도리는 지키면서도 국익 우선주의 최우선, 살얼음판 걷듯 하는 아슬아슬한 힘의 줄다리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을 넘어 정권연장(교체 아닙니다) 완수를 통해 향후 새 리더십 아래 반드시 5000년 한민족 역사에서 최고의 시절을 누리리라 믿고 싶습니다.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