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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낙연 귀국에 대한 고찰

오주한

격안관화‧반간계 등 전당(全黨)적 노력 필요

나아가 與 선수도 승률 확실한 이가 되어야

 

“공격하면 뭉치고 방기하면 싸운다”

 

병서 삼십육계(三十六計)에 나오는 계책 중 하나가 격안관화(隔岸觀火), 즉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취하라”다. 적진에 복수(複數)의 권력자가 동시에 공존한다면 권좌는 하나뿐이기에 반드시 다툼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이렇듯 분열된 적진을 공격하면 상대방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대항하게 돼 공격 안 하니만 못하게 된다.

 

때문에 격안관화를 통한 어부지리 도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기본으로 자리잡아왔다. 실제사례도 △삼국시대 당시 촉(蜀)‧오(吳) 이릉지전(夷陵之戰‧이릉대전)을 박수치며 관전한 조위(曹魏) △관도대전(官渡戰鬪) 이후 원소(袁紹)의 여러 아들들 아귀다툼을 독려한 조조(曹操) △헬레니즘(Hellenism)제국 내분에 몸 풀기만 한 로마(Rome)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조명(朝明) 연합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간 싸움 앞에 팝콘 먹고 콜라 마신 여진(女眞)과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차고 넘친다.

 

“누가 이기나” 유비‧손권 대결 구경한 조비

 

촉제(蜀帝) 유비(劉備)와 오왕(吳王) 손권(孫權)은 언제 동맹관계였냐는 듯 서기 221년 대군을 이끌고 격돌했다. 유비는 손권에게 목숨 잃은 관우(關羽)의 원수를 갚고 천하이분지계(天下二分之計) 구도 확립을 위해 친정(親征)했다. 후한(後漢) 13주 중 하나인 교주(交州‧지금의 베트남 일대)를 차지한 손권이 운남(雲南) 일대의 이민족‧호족들을 선동해 촉 후방을 괴롭히려 하는 것도 원인이었다.

 

유비는 “지금 손권과 싸우면 웃는 건 조비(曹丕‧조조의 아들)일 것”이라는 조자룡(趙子龍)의 만류도 뿌리친 채 출정했다. 손권도 제갈량(諸葛亮)의 형 제갈근(諸葛瑾)을 보내 칼자루를 거꾸로 쥐게끔 설득했지만 유비는 도리어 목이나 깨끗이 씻고 기다리라고 엄포 놨다. 결국 손권은 대도독(大都督) 육손(陸遜)을 보내 맞붙게 했다.

 

유비의 출정길은 초장부터 상서롭지 못했다. 출병 과정에서 장비(張飛)가 범강(范彊)‧장달(張達)에게 암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한 명의 대장을 잃은 촉은 분노를 담아 손권을 쳤다. 노장(老將) 유비의 용병술(用兵術)은 놀라웠다. 소설 삼국지연의 영향으로 흔히 군사는 제갈량이 부리고 유비는 울기만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숱한 전장(戰場)을 누비며 승리를 이끌어낸 건 유비였다. 제갈량은 행정적으로 유능했다.

 

유비가 황건적(黃巾賊)을 토벌하고 조조에게 맞설 때 손권은 기저귀 찬 젖먹이였다. 유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손권은 조비에게 허리 숙여 칭신(稱臣)하는 등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비는 손권을 왕에 봉하면서도 정작 가장 급한 군사는 보내지 않았다. 유비의 잇따른 승리에 급기야 사마가(沙摩柯) 등 강남지방 이민족 추장들도 촉에 가세했다.

 

반전은 육손에 의해 시작됐다. 촉군(蜀軍)은 대승 앞에 자만에 빠졌다. 이들은 수풀 무성한 형주(荊州)에서 수십㎞에 걸쳐 가늘고 긴 형태로 주둔했다. 육손은 즉시 휘하에 명해 촉군 각 진영에 화공(火攻)을 가하도록 했다. 지휘체계가 붕괴되고 서로가 서로를 돕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하던 촉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육손은 이들을 추격해 섬멸토록 했다. 유비는 패배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

 

비록 이겼다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패한 촉군의 사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참전 유혹을 뿌리쳤던 조비는 기다렸다는 듯 대군을 이끌고 남진(南進)했다. 비록 조비의 남정(南征)은 실패했지만 무수한 인재풀을 잃은 촉은 조위에 의해 삼국 중 가장 먼저 멸망했다. 쓸데없이 힘을 소진한 손권도 어쩔 수 없이 수성(守城)의 군주로 전락했다. 조위는 비록 사마씨(司馬氏)의 진(晉)에게 권력을 내주긴 하지만, 북방세력은 삼국시대의 최종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기고도 진군(進軍) 멈춘 조조

 

조비의 인내심은 어쩌면 부친 조조에게서 온 것이지도 모른다. 조조와 그의 참모 곽가(郭嘉)는 직접 격안관화를 언급하면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승리를 거뒀다.

 

천자(天子‧황제)를 옆구리에 끼게 된 조조는 각지 제후들의 시기‧질투 아래 공적(公敵)이 됐다. 서기 199년 마침내 북방의 강적(強敵) 공손찬(公孫瓚)을 무찌른 원소는 기주(冀州)‧유주(幽州)‧병주(幷州)‧청주(靑州)의 4개 주를 차지한 명실상부 천하의 패자(霸者)로 부상했다. 언젠간 조조를 손봐주겠다고 벼르던 그는 200년 군사를 이끌고 남진해 관도대전을 일으켰다. 오환(烏桓) 등 북방민족들도 원소에게 협력했다.

 

원소에 비해 조조의 세력은 초라했다. 조조의 땅은 연주(兗州), 그리고 예주(豫州)‧서주(徐州)‧사례(司隸) 일부에 불과했다. 그나마 연주마저도 확실한 기반이 아니었다. 조조는 앞서 서주를 침공해 대학살을 일으켰다. 치를 떤 연주 주민들은 여포(呂布)가 오자 극소수 군현(郡縣)만 빼고 모조리 조조에게서 등 돌린 이력이 있을 정도로 조조에 대한 반감이 컸다.

 

참모 순욱(荀彧)에게 불안한 후방을 맡긴 조조는 출병해 원소와 대치했다. 훗날 삼국 중 가장 큰 영토를 정복하게 되는 조조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며 국사무쌍(國士無雙)을 발휘했다.

 

원소는 우선 대장 안량(顔良)에게 군사를 딸려 연주 동군(東郡)을 치게 했다. 안량은 당시 조조 휘하에 있던 한수정후(漢壽亭侯) 관우에 의해 난전(亂戰) 중 참수됐다. 원소는 다시 기장(騎將) 문추(文醜), 황숙(皇叔‧황제의 숙부) 신분으로서 자신에게 의탁 중이던 객장(客將) 유비를 보냈다. 문추도 조조의 계책에 걸려 목이 떨어지고 유비는 달아났다.

 

조조‧원소는 관도에서 대치하게 됐다. 연승에도 불구하고 겁먹고 지치고 굶주렸던 조조는 당초 회군(回軍)해 농성(籠城)하려 했다. 그러나 순욱의 격려에 힘입어 용기 내 야전(野戰)을 치르기로 했다. 사세삼공(四世三公) 충신집안 출신의 원소가 연주에 이르면 백성들이 재차 어떤 변란을 일으킬지도 알 수 없었다.

 

의기를 다졌다고 해서 없는 곡식이 하늘에서 떨어질리 만무했다. 순욱이 죽기 살기로 군량을 보급하고 있었지만 수만명을 매끼 챙겨 먹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군역(軍役)은 대단한 체력소모를 필요로 했고, 장졸들에게는 목숨 걸고 싸우기에 배불리 먹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대충 먹이기도 힘들었다. 곡식이 다 떨어지면 대규모 탈영(脫營)은 불 보듯 뻔했기에 두통의 대명사 조조는 머리를 싸맸다. 조조와 달리 원소는 보란 듯 곡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되는 집안은 역시 되는 이유가 있었다. 원소의 참모 허유(許攸)는 지쳐 허덕이는 조조 측 약점을 꿰뚫어보고 “한 갈래 군사를 떼어 곧바로 허도(許都)를 쳐 천자를 구하면 조조는 끝이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원소는 “헛소리”라며 단칼에 거부해 허유의 노여움을 샀다. 마치 하늘이 조조의 손을 들어주기라도 한 듯, 허유는 진영을 빠져나와 조조에게로 귀순한 뒤 원소 측 군량창고 위치 등 특급기밀을 모조리 불었다.

 

무릎을 탁 친 조조는, 원소와는 달리 허유의 계책을 적극 받아들여, 그 길로 보기(步騎‧보병과 기병) 5000명을 이끌고 원소 측 곡창(穀倉)을 덮쳤다. 원소는 제 딴에는 위위구조(圍魏救趙) 한답시고 급히 대장 장합(張郃) 등을 보내 조조 본진을 공격했지만 이마저도 격파됐다. 장합 등은 무능하고 시기‧질투‧모략만이 난무하는 원소 측 대신 조조 측을 섬기고자 투항했다.

 

막대한 군량‧마초(馬草)에 대장들마저 잃은 원소군은 통제불가 상태에 빠져 패주했다. 믿기지 않는 패배에 홧병이 난 원소는 202년 한 모금 선혈을 뿜으며 쓰러졌다. 조조는 원담(袁譚)‧원희(袁熙)‧원상(袁尙) 등 구상유취(口尙乳臭)들만 남겨진 이 틈에 북방 4개 주를 접수코자 했지만 곽가가 말렸다. 원소가 죽었다고 해서 그의 대군마저 증발한 건 아니었다. 곽가는 “우리가 공격하면 (후계자를 다투던) 원담‧원상은 서로 도울 것이고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 반드시 다툴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곽가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조가 남쪽으로 가는 척 흉내 내자 청주자사(靑州刺史) 등 직함 걸고서 사병(私兵)을 거느린 원담‧원상은 박 터지게 싸우기 시작했다. 골육상잔(骨肉相殘) 끝에 패한 원담은 ‘아비를 죽인 원수’ 조조에게 도와달라고 애걸했다. 조조는 “장자(長子)우선원칙을 어긴 원가(袁家)의 패륜을 응징하고 백성을 구한다” 등 명분을 걸고서, 조조‧조비도 멀쩡히 살아있는 원희의 아내 견씨(甄氏)를 탐내는 등 못지않은 패륜아들이었지만, 원담을 앞세워 원희‧원상을 축출했다.

 

원희‧원상은 의지했던 오환이 조조에게 박살나자 다시 요동(遼東)의 공손강(公孫康)에게 의탁했다. 여기에서도 조조는 재차 구경만 했다. 원희‧원상은 공손강을 목 베고 요동성의 새 주인이 되겠다는 되도 않는 음모를 꾸미다가 목만 쟁반에 담겨 조조에게로 보내졌다. 홀로 남은 원담도 성공을 장담하며 조조를 배신하려 하다가 조조군 정예기병 호표기(虎豹騎)에 의해 몸과 머리가 분리됐다.

 

이기면 군왕이고 지면 역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잠룡(潛龍)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전격 귀국했다. 이 전 대표의 첫 일성(一聲)은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였다. 이는 대권도전 의지로 읽혀 민주당 친명(親明‧친 이재명)계, 국민의힘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민주당 실세와 달리 이 전 대표는 점잖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짙다. 친명계는 차기 대선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대로 이 전 대표가 경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서 여당 표밭을 상당수 잠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민주당 당심(黨心)은 분열된 상태라고 한다. 권리당원 게시판은 친명계 축출을 촉구하는 목소리, 이 전 대표 출당(黜黨) 또는 제명 촉구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지(周知)하다시피 친명계와 비명(非明)계는 원수지간이다. 지난 대선에서 상당수 비명계가 오로지 친명계에 대한 반감만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물론 많은 여권인사들이 필자보다 더 크게 이해하고 있겠지만, 이 때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는 격안관화‧어부지리다. 사족(蛇足)을 보태자면, 냉정히 판단할 때 민주당의 결집력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굳건해지곤 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망하는 것을 넘어, 진말한초(秦末漢初)의 책사 진평(陳平)이 항우(項羽)‧범증(范增)에게 적극 반간계(反間計)를 베풀었던 것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예를 들어 진평은 항우의 사신이 오자 성대한 요리를 준비한 뒤 짐짓 “범증 선생이 곧 (우리와 손잡아 항우를 처단하고서) 왕이 되신다고?”라고 거짓정보를 흘려 항우‧범증이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었다. 놀란 사신이 “전 서초패왕(西楚覇王‧항우)의 사람인데요”라고 하자 “이거 다 치워라”고 명한 뒤 맹물만 대접해 확인사살한 건 덤이다.

 

군영에서 쫓겨난 범증은 쓸쓸히 귀향하다가 분사(憤死)했다.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브레인마저 잃은 항우는 온갖 ‘삽질’ 끝에 “나 항우의 무덤 위에 종묘사직(宗廟社稷)을 세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열어라”고 외친 뒤 우미인(虞美人)과 자결했다.

 

손자(孫子)는 “전쟁은 곧 속임수다”고 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야 승리도 존재한다. 나아가 사족을 더 달자면, 국민의힘 측 차기 대선 본선 진출자도 승률이 확실히 담보되는 이가 되어야 한다. 어쭙잖은 선수 세웠다가 패하면 기다리는 건 공멸(共滅)이다. 성즉군왕 패즉역적(成則君王 敗則逆賊)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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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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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dol7707<span class=Best" />

    다만 승률이 담보되어도 막판에 역전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포퓰리즘을 이용하면 99.9%로 이기는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ydol7707

    다만 승률이 담보되어도 막판에 역전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포퓰리즘을 이용하면 99.9%로 이기는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27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전장의 안개라는 클라우제비츠 말처럼 전쟁엔 늘 돌발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니 말씀하신대로 대비 또 대비해야 합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27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그러자면 더더욱 승률 높은 이가 차기 대선주자가 돼야겠지요.

  • 풀소유

    김대중 노무현때 95%이상의 민주당 몰표를 받는 지역도 있습니다.

    설사 분열된다고 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줄로 사료됩니다.

    당내 경선 역시 얼치기후보라고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밥줄이 걸려 있기에 속임수는 여야 모두 주특기입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28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속임수라 하니 어감이 다소 그렇긴 합니다만.. 진정한 민생지도자 탼생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부연코자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방심은 필패입니다.

  • INDEX
    2023.06.28

    이낙연이 재명이의 상대가 될까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재명이한테 대들면 죄다 죽더라구요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6.28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참으로 미스터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