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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푸틴과 러시아가 직면한 3가지 약점

청꿈기자단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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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공손추 하편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시기는 땅이 주는 이로움만 못하고, 땅이 주는 이로움은 사람들의 화합을 당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앞서말한 3가지의 요소가 따라줘야 하는데 현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도한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에게 있어선 천시, 지리, 인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3가지 약점이다.

 

천시(天時)를 말하자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소련 해체 직후나 옐친 집권기를 뛰어넘는 경제불황을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된 이후로 해외에서 입금이나 송금을 할 수 없게끔 막혀버려서 미국에 이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SWIFT 거래량이 많은 러시아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암흑길을 걷게된 것이다. SWIFT에서 완전히 퇴출된 북한과 이란의 현 상황을 떠올려보면 러시아가 스스로 초래한 위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화석연료 수출에 의존적인 경제구조가 더욱 화석연료 수출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수입은 40%가량 줄어들었다고 하니 국외에서 들여오던 반도체나 소비재 공산품의 극심한 부족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이는 회복하기 힘든 내수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첨단 무기를 생산하고 싶어도 수입을 쉽게 할 수 없으니 전쟁이 장기화되면 될 수록 구시대에 쓸법한 낡은 재래식 무기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 설령 러시아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군수공장을 가동한다고 한들 무기에 필요한 부품이나 반도체를 쉬이 구할 수가 없어 생산 자체가 막히게 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핵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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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地利)를 말하자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라스푸티차(Распутица)가 생기기 시작해 러시아군의 진격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만들 것이란 점이다. 러시아와 동유럽 일부 등지에는 흙이 수분을 다 빨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비가내려 지독한 뻘밭이 만들어 지곤 한다. 그걸 라스푸티차라 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자연배수로 수분이 사라지지 않고 오로지 추운 겨울의 냉기로 땅이 얼어 붙어야만 사라진다. 수 많은 폭격으로 인해 포장도로나 다리가 망가지면 비 포장 도로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첨단 전차나 장갑차도 이 라스푸티차에 빠지기만 하면 허우적거리다 궤도가 빠져버리거나 끊어서 장비가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할 수 조차 없게 된다. 세계 명장 순위 5위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6위의 정복자 징기스칸 휘하 사준사구(四駿四狗) 중 하나인 수부타이도 이 라스푸티차 앞에선 고생을 피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모기들이 살기에 아주 최적화된 장소로써 보급이 취약해진 전선에 질병을 흩뿌리게 만드는 근원이 되기도 하니 전쟁 장기화와 보급문제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치명적 약점들이 러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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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제일 중요한 인화(人和)를 말하자니 2022년 9월 21일 오전에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다. 러시아 국내에서의 전쟁수행 지지는 높은 편이었으나 전쟁이 점점 길어지면서 전쟁에 동원되지 않던 러시아 일반인들은 지난 3월 경 전쟁 동원령은 없을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선언 이후 입장번복이 된 꼴이라 시행된 부분 동원령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자 인접 국가로 도피내지는 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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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남오세티아로 진격중인 러시아 전차
2022년의 조지아로 도피 중인 러시아 국민들
  

남오세티아 전쟁 이후 러시아와 조지아 양국간의 반감정은 극으로 달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들이 자가용을 타고 조지아로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독소전쟁 당시, 동원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에 살던 사람들은 나치로 부터 침략당하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이번에는 러시아가 침략자의 입장이 된 것이란 점에 있다. 전쟁명분도 절대 권력자의 얄팍한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아 과거 동원령 때보다 절실하지도 않다. 이렇게 사람들의 화합마저 도모할 수 없으니 러시아는 먼저 침략을 했어도 우크라이나에 승리하기에는 힘들어졌다. 푸틴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핵 카드냐 실각하느냐로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 피로스의 승리조차 이루기 힘든 입장에서 그의 행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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