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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당에게 주는 선물

오주한

‘민중’ 팔아 ‘민중’ 기만하는 인간군상 비꼰 수호지

수호지, 작금 野에게 ‘거울’ 같은 존재…감상해보길

 

나사 빠진 ‘영웅들’

 

수호지(水湖志‧수호전)는 작가 시내암(施耐庵‧생몰연도 1296~1371?)이 14세기에 출간한 피카레스크(Picaresque)소설이다. 시내암‧나관중(羅貫中)이 공동저자라는 말도 있다. 수호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오승은(吳承恩)의 서유기(西遊記), 작자미상의 금병매(金甁梅)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랑받은 사대기서(四大奇書) 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작 수호지에는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등장인물들 상당수가 하나 같이 심각하게 ‘나사’가 빠진 상태다.

 

피카레스크적 문학이라 이해하려 해도 행각의 도가 지나치다. 요즘으로 치면 ‘연쇄살인마’가 영웅시되는 꼴이다. 가령 연의삼국지의 조조(曹操)처럼 악행을 부각시키면서도 민생에 묵묵히 앞장서는 치세지능신 난세지간웅(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의 비장함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호지의 인간들은, 백 번 양보해, 과정‧수단은 나쁘지만 목적은 도덕적인 ‘다크히어로’와 애써 동일시하려 해도 유사점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저항정신 따위가 아닌 ‘분노조절장애’ ‘막가파’만 있다.

 

소위 ‘민중문학(民衆文學)’이라는 수호지가 왜 이 모양일까. 작가가 살았던 원말명초(元末明初) 시기에도 ‘내로남불’ ‘민중팔이’ ‘약자(弱者)팔이’ ‘묻지마살인’은 제정신인 사람들 사이에선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도 남을 행위였다. 아니, 오히려 그 때는 유교(儒敎)가 첫째가는 이데올로기였기에 지금보다 더더욱 쳐 죽일 만행이었다. 실제로 명나라 때 수호지는 금서(禁書)로 지정됐다. 예나 지금이나 충의의 관우(關羽)가 괜히 사랑받는 게 아니다.

 

때문에 학계 일각은 수호지 속 인간군상(人間群像)의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혹행위들을 두고, 다른 일각은 탐관오리 등에게 끔찍하게 시달린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려는 의도라고도 해석하지만, 물론 과거와 지금의 정의‧도덕 기준을 완전히 동일시할 순 없지만, 저자가 일부러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바로 고관대작뿐만 아니라 민중‧약자‧을(乙)의 이름을 팔아 범죄를 일삼으며 또 다른 갑(甲)이 되려 하는 야바위꾼들에게 그들 자신의 모습을 비춰줌으로써 경종(警鐘)을 울리려 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통제불가 날뛰는 협잡꾼들에게는 대두령(大頭領) 조개(晁蓋)‧송강(宋江) 등과 같은 제어수단, 즉 엄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또한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씹고 뜯고 빼앗고 죽이고”

 

수호지의 대략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때는 북송(北宋) 말기. 혼군(昏君) 휘종(徽宗)과 간신 고구(高俅) 등의 폭정 아래 지옥도가 펼쳐진다. 핍박 받고 설움 겪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108 호걸’들은 천혜의 험지 양산박(梁山泊)에 모여 민중의 지상낙원을 만들며 ‘높으신 분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에 나선다”

 

‘양산박 108 두령(頭領)’ 중 주요인물들이 그토록 통쾌하게 했다는 ‘복수’의 실체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잔혹하고 충격적인 묘사들이 줄줄이 나오므로 대단한 주의를 요망한다.

 

첫째, 책사(策士) 오용(吳用). 무예가 뛰어나고 불의를 미워하는 미염공(美髥公) 주동(朱仝)을 양산박 패거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린아이를 이용. 주동을 동네삼촌처럼 따르던 순수한 아이의 목을 친 뒤 그 목을 주동에게 보여주고선 “너 살인범 누명쓰기 싫으면 우리와 한솥밥 먹자” 회유. 허구인물이라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오가(吳家) 족보에서 눈에 띈다면 당장 파내고 싶은 그야말로 인간쓰레기.

 

둘째, 80만 금군(禁軍) 교두(敎頭) 임충(林冲). 처음엔 의로운 인물이었지만 조정으로부터의 도피과정에서 술단지를 운반하던 일꾼들을 습격해 무전취식(無錢取食)했다가 검거. 강도이자 주폭.

 

셋째, 화화상(花和尙) 노지심(魯智深). 온 몸에 ‘꽃문신’을 한 승려(가 아닌 주폭2). 출가(出家)해서도 술‧고기를 즐기고서 시원하게 선방(禪房)에 영역표시를 하는가 하면 절간 안팎을 두들겨 패 아예 가루로 만듦. 나아가 무고한 동료스님들도 구타. 다만 처녀를 덮치려던 악당의 남성성을 재기불능(再起不能)으로 만들고 말년에 득도(得道)하는 등 그나마 정상참작 여지는 있음.

 

넷째, 쌍창장(雙槍將) 동평(童平). 평소 눈여겨보던 집안 여식(女息)과 혼인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쳐들어가 모조리 살해. 단, 처녀만 살려서 기어이 겁탈한 살인마이자 성범죄자.

 

다섯째,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 작중 최대의 문제아이자 연쇄살인마. 대인배 송강과 첫 대면하자 대뜸 “시커먼 놈”이라고 욕설. 도박장에서 판돈을 잃자 인근 모두를 폭행하고 도주. 술집주인이 “고기가 다 떨어졌다”고 하자 뜨거운 육수를 얼굴에 투척. 주점에서 술 먹다 노래를 파는 여인이 오자 “시끄럽다”며 구타해 실신유발.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아래 행적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황문병(黃文炳)이라는 작자를 사로잡자 “맛있겠다(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래 손이랑 사례 참조)”며 입맛을 다심. 쌍도끼를 든 채 호가장(胡家庄)에 난입해선 적군이고 백성이고 모조리 토막 내 천하의 대인배 송강마저도 처형하려 함. 결국 임종을 앞둔 송강은 “내가 가고 나면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저승길 동무로 삼음.

 

여섯째, 모야차(母夜叉) 손이랑(孫二郞). 겉보기에는 산속에 사는 주모(酒母)였지만 실은 나그네들을 도축해 인육(人肉)을 팔던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기타 등등 희대의 돌아이들은 차고 넘치지만 지면분량상, 그리고 정신건강상 (요샛말로) 그만 알아보자.

 

오늘도 ‘피스’ 한 민주당의 하루

 

오늘도 더불어민주당의 하루는 평화롭다. ‘돈봉투 전당대회’ 연루 의혹의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否決)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야당의 ‘무더기 동정표’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코인’ 의혹을 받는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첫 출석했다. 기타 등등은 생략한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상대방에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요구하던 민주당은, 정작 제 편 논란에는 그 누구보다 방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비판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정의 코스프레’를 하면서 그 누구보다 음모‧범죄에 능했던 상당수 양산박 108 두령들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작금(昨今)의 민주당은 송강처럼 최소한이나마 통제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약자의 일꾼이 아닌 고삐 풀린 망아지들만 보인다는 비판이 높다.

 

마치 아르토(Artaud)의 잔혹극과도 같은 수호지가 사대기서 중 하나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그들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수호지를 처음 또는 재차 낭독(朗讀)하면서 깊게 반성해보길 권한다. 혹 거울 속에 야차가 비치더라도 놀라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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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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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dol7707

    글쎄요? 저들은 제대로 읽지 않고 방치할 것 같습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12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20년 가까이 일간지 등 언론 밥먹던 습성이 아직 남아.. 칼럼 점잖게 돌려 쓰느라 '야마(메시지)'가 간혹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신 말씀이 곧 제 뜻입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12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언론계 쉰 건 다소 좀 됐습니다. 속칭 '힘빼기'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