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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의 담론

무능‧무책임‧탐욕 화신은 두말 할 필요 無

 

여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두 명의 미일(美日) 장성이 있다. 미국 육군의 조지 패튼(George Patton‧생몰연도 1885~1945)과 일본 육군의 하나야 타다시(花谷正‧1894~1957)가 그들이다.

 

둘은 일견 비슷해 보이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패튼이 강도 높게 내부를 다잡으면서 가는 곳마다 승리를 쟁취했다면, 타다시는 가는 곳마다 패배하는 주제에 방구석여포를 자처하면서 아군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패튼은 젊어서부터 성격이 괄괄했고 입에는 욕을 달고 다녔다. 별명은 ‘싸움닭’이었다. 그는 좌충우돌 사고뭉치로서 미군(美軍)에서 매번 최고령 진급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던 패튼은 2차 세계대전 북아프리카 전역(North African campaign)에서 비로소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나치독일‧이탈리아 추축국(樞軸國)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던 미 육군 장병들을, 물론 물리치료를 동원해서, 뼛속부터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승군(勝軍)으로 탈바꿈시켰다.

 

유럽 서부전선에서 패튼은 본격적으로 날개 달린 호랑이처럼 활약했다. 1970년 개봉작 ‘패튼 대전차군단’ 제목처럼 패튼의 기갑부대는 신들린 기동력으로 나치를 몰아붙였다. 그의 전격전(電擊戰) 속도가 얼마나 빨랐냐면 보급부대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패튼과 마주치는 나치 국방군(Wehrmacht)은 직후 찰나에 모조리 박살났다. 영국군을 앞질러 라인강(Rhein R.)에 도착한 패튼은 도도히 흐르는 아름다운 강물을 향해 그간 밀린 소피를 거하게 발사하기도 했다.

 

패튼의 미군 체질개선 강도는 상상초월이었다. 귀청이 터지는 전쟁의 폭음(爆音) 속에 무서워서 덜덜 떠는 병사가 있으면 가차 없이 군화발로 ‘쪼인트’를 깠다. “너 같은 겁쟁이는 내 부하가 될 자격이 없다!” “그것 떼라!” 등의 폭언(暴言)은 기본이었다. 1943년 8월 야전(野戰)병원을 방문해서는 흐느끼는 부상병의 뺨을 후려갈기며 “이놈 당장 싸움터로 다시 내보내!” 외쳤다가 연합군사령부에 의해 보직해임되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가 병영부조리를 옹호하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이러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내부 기강확립’이 승리에 있어서 효과가 컸다. 1945년 패튼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장례식장에는 그간 그의 휘하에서 얻어맞고 욕먹었던 병사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목적은 저주가 아닌 추모였다. 이들은 입 모아 말했다. “패튼 저 개xx가 우리를 막 대했지만 그렇게 해줬기에 우리는 정신 차리고 싸워 이겼고 또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타다시도 성격이 괄괄하긴 마찬가지였으나 대내 행동의 목적과 결과는 정반대였다. 1944년 버마전선(戰線)에 투입된 그는 영국군 격파를 위한 하호작전(ハ号作戦) 총지휘를 맡았다. 그는 영국군 7사단 포위에는 성공했으나 적 화망(火網) 속에 병력을 돌격시켜 개죽음 당하게 만드는 등 졸전(拙戰) 끝에 패했다.

 

그러자 그는 입으론 기강을 다잡는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패전(敗戰) 책임을 타인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목적으로 폭언‧폭행을 일삼고 할복(割腹)을 강요했다. “명령 위반자를 찾아 할복시켜라. 놈을 못 찾으면 (부관) 네가 할복해야 한다”는 명령도 했다고 한다. 전후(前後) 발간된 ‘전사-임팔 견제작전(戦死-インパール牽制作戦)’이란 책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고 한다.

 

타다시는 H대좌(大佐‧대령)를 수시로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견디다 못한 H대좌는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분노한 한 병사는 “저 미친x을 쳐죽여버리겠다!” 부르짖으며 수류탄을 들고 뛰쳐나가려다 주변의 만류에 주저앉았다. 그는 “육군 형법(刑法)이 어찌 이런 일을 용납한단 말입니까” 말하며 흐느꼈다. 다른 병사는 지뢰를 불출(拂出)받으러 가면서 “타다시가 밟게 만들겠다” 이유를 밝혔다. 아군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린 타다시의 1957년 장례식에는 옛 부하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 책임이 큰 전직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재차 SNS 활동을 재개하면서 동당(同黨) 인사들과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가 심지어 당권(黨權)을 잡은 뒤엔 ‘VIP’에게 화살을 겨눌 것이라는 야당발(發) 전망도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3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대표 등판 시 채 상병 특검법 통과가 가능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은 현 VIP 탄핵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잘 알려졌다시피 전직 비대위원장과 VIP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넌지 오래다.

 

자당(自黨) VIP를 해치고 잘 된 당은 역대로 없다. 2004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은 탈당 직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았다.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다가 국정농단 위기에서 자유로워지기는커녕 폐당(廢黨) 위기를 맞았다.

 

오자병법(吳子兵法)에는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무능할뿐만 아니라 책임전가에 혈안이 돼 있고 분수에도 안 맞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이의 위험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어쩌면 전직 비대위원장으로 인해 야당의 오랜 숙원인 ‘보수궤멸’이 완수될 위험도 있다. 다가오는 올 여름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진지한 숙고(熟考)가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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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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