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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뚫릴 뻔했던 독일의 심장, ‘제국의 시민들’ 쿠데타 시도  

청꿈기자단3기

뚫릴 뻔했던 독일의 심장, ‘제국의 시민들쿠데타 시도

 

최근 독일의 심장부, 연방의사당을 타격하려는 쿠데타 모의가 드러났다. 쿠데타의 주체는 '제국의 시민들(Reichsbürger)'이라는 극우단체 소속인 특수부대와 하인리히 13세이다. 그들은 지금 존재하는 독일연방공화국을 부정하며 숄츠 총리를 처형하고, 왕이 다스리는 새로운 국가를 선포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왕으로 추대할 계획이었던 인물은 올해 71세인 옛 귀족 하인리히 13세였다. 구체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숄츠 연방총리를 처형하려 했다는 걸 감안하면 비슷한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압수된 무기의 수량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적발된 다른 극우단체 '북쪽의 십자가(Nordkreuz)' 조직원 한 명의 집에서만 5만 발 넘는 탄약이 압수된 바 있다는 걸 보면 계획 뿐인 쿠데타는 아니였을 것이다.

하인리히.jpg

하인리히 13/ 출처: SBS 뉴스

 

 

과거에도 쿠데타의 조짐이 자주 보였던 바 있다. '제국의 시민들'20208월 베를린에서 열린 코로나 백신 반대 시위대에 숨어 연방의사당에 난입하려다 무산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도 두 차례 보건장관 등 각료들을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가 실행을 연기한 것으로 독일 치안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16년에는 무기를 사 모으던 회원이 경찰에 쫒기다가 총격전을 벌여 경찰관 1명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제국의 시민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독일의 법체계와 의회주의를 거부하고, 1871년 설립된 독일제국의 재건을 주장하며 네오나치를 신봉하는 극우파 반정부 세력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친 서방 연합국들이 비밀리에 독일을 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는 독일 연방정부를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납세를 거부하거나 본인이 직접 제작한 화폐와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국시민은 독일에서 조롱이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정부가 코로나19와 백신을 통해 인구를 통제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점차 지지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제국의 시민들의 추종자는 23000여명으로 추정되며 전직 군인들을 회원으로 모집하는 등 무장 단체의 색이 점차 진해지고 있다. 전직 군인, 요원들, 국제기구종사자, 판사 겸 국회의원 등 정국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있는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세력인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원하는 국가는 이렇다. 이들은 현실 속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실제로는 문제가 많았던 과거 국가를 미화하며 정적의 제거를 주장한다. 껍데기이자 허상에 불과한 지금의 독일 국가가 붕괴하는 날(이른바 'Day X')을 상정하고, '그날이 오면' 총을 들고 일어나, 독일인을 옥죄는 기관들을 싹쓸이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한다. (Day X의 무장봉기를 준비한다는 독일 극우조직은 이 외에도 앞서 언급한 '북쪽의 십자가' 등 여러 개가 있으며, 독일 치안당국은 최근 수년간 총기소지 허가신청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종의 복고주의적 마인드인 것이다. 이상은 과거의 독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요지이다. 독일이 1차대전에 패전하기 전, 카이저(황제)가 군림하며 세계열강으로 대접받던 제2제국을 다시 구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쿠데타 세력의 대표 인물인 하인리히 13세의 성채가 있는 바트 로벤슈타인(Bad Lobenstein)에선 지난 7, 주민들에게 이런 편지가 발송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또한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 등 국제적으로 반정부 이념을 전파하고 있었다.

참조: SBS 뉴스

 

자칭 독일의 왕 하인리히 13, 그는 누구인가?

 

만약 제국의 시민들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왕으로 추대되었을 인물이 바로 하인리히 13(하인리히 로이스)이다. 그는 독일의 쿠데타 모의에 불을 지핀 결정적 인물이다. 처음부터 제국의 시민들이 쿠데타를 모의한 것은 아니였다. 코로나 이전에 이들이 일으킨 문제는 주로 납세 거부, 독일여권 반납, 대신 자신들을 독일제국 시민으로 인정하는 증명서 발급을 요구하기, 출생지를 '프로이센 왕국' 또는 '바이에른 공국'으로 써달라고 요구하기 등이었다. 하지만 하인리히 13세와 결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직의 규모가 커졌고, 입지 또한 넓어졌다. 하인리히 13세가 제국시민에 가담하면서부터 그들은 고귀한 혈통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왜냐하면 하인리히 13(71)는 독일제국 통일 전 동남부 튀링겐 지역에서 작은 나라를 다스리던 '로이스(Reuss, 독일어 표기로는 Reuß)' 가문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태어나기 전 신분제가 폐지되었으므로 그의 주장은 절대적으로 모순되는 궤변이라 할 수 있다.

로이스가문.jpg

출처: SBS 뉴스

 

그의 가족이 갖고 있던 튀링겐 주의 영지와 저택은 동독의 공산정부가 국유화했다. 그는 끊임없이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부동산은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이 그의 반정부적 이념에 기름을 부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문의 영토를 돌려받지 못한 것이 그가 제국의 시민들에 합류하게된 결정적인 이유인 것은 일부 사실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독일이란, 허상일 뿐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왕이나 대공에게 찾아가면 해결해줬다. 지금은 누구에게 얘기해야 하느냐? 국회의원? EU? 잘 해봐라!"

 

"2차대전 종전시 평화협정이 없었으므로 현재의 독일연방공화국은 유효한 존재 근거가 없다. 그러니 논리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귀결은 독일을 카이저(황제)의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 하임리히 로이스 - / 출처: SBS 뉴스

 

 

실패로 돌아간 쿠데타

 

그들의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며 막을 내렸다. 독일 연방 보안당국과 경찰은 127일 일제검거 작전을 벌여 하인리히 13세와 20여 명의 '제국의 시민들' 조직원을 체포하고 베를린을 비롯한 전국 100여 개 이상의 지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곳에서는 총과 폭탄, 나이트비전 고글, 전투용 헬멧, 석궁, 각종 도검류, 그 외 다양한 군사장비, 통신장비가 압수됐다. 이들의 주 아지트인 하인리히 13세의 성채에서는 10만 유로 이상의 현금과 금괴, 은괴, 그리고 '제국의 시민들'의 적으로 간주되는 정치인과 언론인 18명의 명단도 나왔다. 올라프 숄츠 총리(Olaf Scholz)와 아날레나 베어복(Annalena Baerbock) 외무장관도 그 명단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제국의 시민들의 쿠데타 시도는 독일의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과거로 돌아가 무너질 뻔했던, 역사의 남을 위험한 사건이다. 반민주적 이념, 보편적 가치를 거스르는 시도는 국가 내의 단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범세계적인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하며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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