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정부는 이들 학교를 '기득권 엘리트 양성소' 쯤의 적폐로 규정하고 폐지에 몰두했다. 2017년 당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정책에 찬성했고, 유지 의견은 30%를 넘지 못했으며,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후보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국 2025년, 이들 학교는 일괄 폐지 및 일반계 전환을 맞게 되었다. 이들 학교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상당히 불공평하고, 부유층의 전유물로 느껴질 수 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정치인들이 폐지를 선동하는 것은 기득권을 부수자고 외치면서 오히려 기존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고자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울특별시의 조희연 교육감은 자신의 자녀를 외고에 보내고, 졸업한 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내로남불'은 맞다면서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도무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발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중 가장 비중이 큰 공격을 당하는 학교 중 하나인 동시에 필자 본인이 재학하고 있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거는 근거 중 하나는 외고의 어문 계열 대학 진학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문계열 진학자는 31.3%로 채 절반이 안 됐는데, 이 데이터 자체는 반박할 수 없는 객관적 숫자이므로 공고한 근거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어문 계열 졸업자가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번역가와 통역가의 수요는 분명하게 한정되어 있고, 교수나 강사, 순수 연구자 역시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31.3%의 어문 계열 진학은 오히려 높은 수치로도 생각될 수 있고, 더 많이 어문 계열에 진학한다고 해도 외고를 통해 양성한 '외국어 전문인재'가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어 전문인재'가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외고 입학자들의 보편적인 진로는 정치가, 외교관, 외국어 교사 등으로 순수 어학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외고를 통해 양성한 외국어 전문인재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면이다. 외국어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부문들을 제외하고 순수 외국어 학과로의 진학률만 고려하는 것은, 오늘날 외국어 전문인재의 중요도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편적 외국어 교육'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보편적으로 외고에서 하는 수준의 외국어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가에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늘리고, 그렇게 싫어하는 선행학습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외고의 폐지는 오히려 부유층의 특권화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역설도 가지고 있다. 각 지역별로 존재하고, 사립과 공립이 혼재하는 외고는 학업에 흥미를 가지고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만일 외고를 포함해서 국제고, 자사고 등이 폐지된다고 가정하자. 엘리트가 집약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지역의 일반적인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평준화를 통해 소위 '뺑뺑이'로 배정받기 때문에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이 있어 학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쉽고 획일화된 입시 교육을 중점으로 한다는 걸 감안할 때,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의'와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도 그대로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인재로 유지되기 어렵다. 좋은 학군에서 살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공교육도, 사교육도 받기 어려워 웬만한 수준의 학생들이 아니면 입시나 진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일명 '강남 8학군'으로 불리는 명문 학군들을 공고화할 것이며, 현재의 기득권이 이후의 기득권으로 이어지고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사회에서 입지를 다지기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물론 '외고는 학비가 많이 드는데,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것들을 모두 폐지하고 공교육 개선을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립 외고는 학비 면제로 생각보다 비용이 들지 않고, 사립 외고도 입시에서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학금 제도도 적극 운영하고 있음을 간과하는 주장이다. 필자의 학교에 재학생들 중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평범한 중산층이거나 서민이다. 공교육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고교학점제 같은 정책이 과연 공교육 '개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더해서, 외고의 폐지는 교육적인 획일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획일화'는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평등'으로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평등이 진정한 평등인가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싶다. 현재의 외고는 사교육을 퍼부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중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외국어와 연관이 있는 자신의 진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학교다. 분명히 기회의 평등은 열려 있는데, 결과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이라는 의견은 매우 당혹스러운 지점이다. 외고는 입시사관학교이므로 더 획일화를 부추기는 학교가 아닌가 하는 인식도 존재하나, 이에 대한 반론으로 외고에서는 영어와 제2외국어라는 특화 분야를 입시에 적용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방면에서, 읽기/말하기/듣기/쓰기 모든 영역에서 실용적이고 복합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학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으나, 필자가 다니고 있는 외고의 경우 '철저한 입시사관학교'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상식, 창의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경험들을 할 수 있는 풍부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소통형 수업, 토론형 수업을 통해 생산적이면서도 비교적 개방적인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풍부한 요소들이 일반계 고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왜 일반적인 공교육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가? 외고를 폐지했을 때 이러한 요소들을 과연 일반 공교육에도 확대 적용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는, 실용적 방안이라고 하기 어렵고 적절한 대안이 아님) 하향 평준화를 통한 기계적 평등이 과연 옳은 것인가.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부유층의 특권'이라며 폐지를 주창하는 일반 시민 분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는 하면서도 씁쓸해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분들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선민사상에 물든 시선으로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실상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에 매몰되어 타도와 폐지를 외치고 반대자들을 '기득권 옹호자'로 모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절한 것인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여서, 2017년의 그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폐지를 반대하고, 다른 방면에서 입시제도 개혁을 주창했던 홍준표 의원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홍준표 의원의 입시정책에 전면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 인식의 방향성이 비슷하고, 본인의 신념은 굳건히 지키면서도 의견을 듣고 신념의 범위 내에서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서, 적어도 익히 알려진 정치인들 중에서는 교육 정책 측면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받았다. 미래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부의 수장에, 그가 올라갈 수 있었으면 참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대목이다.
실력이 100인 아이들과 실력이 0인 아이들을 같은 한 반에 배정하는 것도 실력 100인 아이는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낮은 수준으로 더 나아갈 기화를 잃고 수준이 0인 아이들에겐 너무 따라가기 벅찬 결과를 낳게됨. 이젠 우리도 일본처럼 빠르게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일찍 찾고 개인의 역량에 맞게 나아갈 수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봄. 공부도 타고나야 하는거임
실력이 100인 아이들과 실력이 0인 아이들을 같은 한 반에 배정하는 것도 실력 100인 아이는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낮은 수준으로 더 나아갈 기화를 잃고 수준이 0인 아이들에겐 너무 따라가기 벅찬 결과를 낳게됨. 이젠 우리도 일본처럼 빠르게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일찍 찾고 개인의 역량에 맞게 나아갈 수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봄. 공부도 타고나야 하는거임
공부도 재능
외고의 본질적인 목적은 외국어를 집중공부하여 그에 특화된 인재들을 육/양성하기 위해서지요.
과고의 본질적인 목적이 물리/화학/생물/우주학을 집중공부하여 그에 특화된 인재들을 육/양성하듯이.
그런데 본질과는 다르게 외고의 경우 법대생들이 많이 나오고 과고의 경우 의대생들이 많이 나오니 이 김에
법고 (법학고등학교) 와 의고 (의학고등학교) 를 신설하는게 좋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