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씨의 페북 펌글입니다. 공감되어 퍼 왔습니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또 하나의 '피해자중심주의'>>
국회 돌아가는 꼴 보니 2024 총선 때까지 뭉개다가 폐기될 운명이지만 차별금지법의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해야겠다 종교계가 민감하게 보는 동성애 이슈는 개인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보수 진영은 동성애의 문화 확산을 걱정하는 눈치인데 리버럴 입장에서는 '살고싶은 대로 사는 자유'마저 억누르면 어쩌나 싶다. 내가 정말 우려하는 조항은 차별을 둘러싼 논란 발생시 입증 책임의 전환이다. 민주당 이상민 안은 피해호소인과 가해지목자가 차별의 진위를 함께 입증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정의당 장혜영 안은 피해호소인의 상대방이 증명해야한다고 명시됐다. 이 부분에 대한 장 의원 얘기(9월 17일 여성신문 인터뷰)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보통 민법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그 문제를 입증해야 하잖아요. 근데 차별금지법에서는 반대예요. '내가 차별을 받았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지목된 사람이 '나는 차별하지 않았어'라는 걸 입증해야 돼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럼 너무 불리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고용이나 교육 등의 영역에서는, 차별을 한 쪽이 대부분의 그 정보를 가지고 있거든요. 면접을 예를 든다면, 면접에 대한 기준은 면접을 한쪽에서 가지고 있지 면접을 본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죠. 차별당한 사람과 한 사람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입증 책임의 전환'이 차별금지법에서 중요한 내용이에요. 무엇보다도 촘촘하게 성별, 성적지향성, 성별정체성 이런 것들에 있어서의 고용 영역에서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죠." 이 인터뷰 보고 국힘과 민주당이 '개신교계 반발이 엄청난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고, 본질은 이거구나 라고 직감했다. 실제로 여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도 "진짜 폭탄은 이거"라고 확인해줬다. 직원 공채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회사 성격 또는 그해그해 사정에 따라 특정 성별, 특정종교 신자, 특정지역 출신자가 많이 뽑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탈락자들이 성 차별, 지역 차별, 종교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입증하라고 하면 무엇으로 증명해야할까? 최근 언론사마다 여기자들이 많이 채용되는 추세인데, 경쟁에서 밀린 남성 탈락자들이 '차금법에 의거해 성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차금법은 피할 수 없다"는 사설을 내놓는 언론사들도 꽤 있는데, 법이 제정되면 이런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회의원들이 왜 차금법 제정에 소극적이냐고? 마음에 맞는 보좌관 비서관 하나 뽑으려고 해도 이게 차금법에 저촉되는지부터 따져야할 것 아닌가? 당신이 국회의원이면 이런 어거지법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선선히 응할 수 있겠나? 이런 법을 옹호하는 논리 구조가 생경하지 않은 것이, 법안 발의자가 박원순 사건 당시 피해자 편에서 조문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해서 심상정 사과까지 이끌어낸 장혜영 의원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사건에 관한한 장 의원의 인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는데, 그 인식의 정점에는 피해자중심주의가 있다. '약자는 항상 옳고 강자는 타도 대상'이라는 1차원적 선악관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법을 광야에서 외치는 것이다. 차금법의 입증전환 책임은 장 의원 구상 대로 민법의 기초를 흔드는 쟁점인데, 아무도 이 얘기는 하지않으려고 한다. 차금법을 다룬 정치부발 기사들도 "국힘이 반대한대요", "민주당이 주저한대요"라는 분위기를 전하는 것 이상을 넘지 못한다. 좋은 말은 다 버무려놓은 차금법의 속살에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야 논의가 진전되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닌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