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와 라라,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들
2025년 겨울에 생각나는 이야기. 《닥터 지바고》가 생각난다. 하얀 눈 때문이기도 하고, 매서운 북풍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현저한 이유는, 그때의 러시아와 지금의 한국이 비슷하게 돌아가는 점이다. 그때의 제정 러시아도 지금의 한국도, 이중권력 상태에 있다. 한 나라임에도 보수 정권과 혁명 정권 두 권력이 막상막하의 힘을 가진 채 양립하는 과도기. 전체적인 추세는 좌익 혁명 쪽으로 간다. 제정 러시아의 이중권력 상태를 배경으로 대표적인 인간형들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유리 지바고.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제정 러시아가 민중의 평화시위에 발포한 것에, 그는 분노한다. 그러나 그는 좌익 혁명 쪽은 아니다. 라라, 그녀는 감수성 많은 아름다운 영혼이다. 볼셰비키 혁명 청년 파샤 의 애인이다. 그녀는 엄마의 정부 코마로프스키 에게 강간당한다. 그는《역대 모든 정권 아래서 출세한 능글능글한 기회주의자》다.
■ 언제나 갑(甲)으로만 사는 인간 군상
유리와 라라는 내버려만 두면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 사람들이다. 그러나 두 권력이 양립하는 혁명적 과도기는 그런 그들을 가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유리는 제정 러시아, 케렌스키 보수 정권, 레닌 의 볼셰비키 정권, 백군과 적군의 내전기를 통해,《줄곧 이리 시달리고 저리 치이는[비주류]의 삶》을 산다. 라라는《혁명 청년 파샤, 자유인 유리, 전천후 기회주의자 코마로프스키의 애인역을 전전하며 온갖 풍파의 피해자》로 일관한다. 유리는 모든 정치 상황에서 번번이 실패자로 왕따 당한다. 한 번도 승자가 된 적이 없다. 파샤 도 짧은 혁명가 시절 끝에 숙청당하고 만다.
《어떤 정권에서도 갑(甲)으로만 살았던 인간은 오직 코마로프스키 한 사람뿐》이었다.
■ 항상 양지(陽地)만 좇는 자들
《오늘의 [한국 내전]에도 똑같은 인간들이 출연》한다. 자유로운 개인들, 순수한 영혼들이 있다. 그들은《구(舊) 보수하》에서도,《민주화 투쟁기》에도,《좌익 천하》에서도 늘 주도세력에 끼이지 못한다. 라라 같은 순수파는 물론, 파샤 같은 [고지식한 좌익] 마저. 순수한 영혼들은 다소 우로 기우뚱하든, 다소 좌로 기우뚱하든, [인간적] [감성적] [지성적] [자유로움]을 놓을 줄 모른다. 《그러다 그들은 항상 당하기만》한다. 그렇다면 항상 이기는 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통해 계속 갑(甲)에 위치에만 서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기회주의, 어중간, 왔다 갔다, 카멜레온 족(族)》이다. 이들은《자유당 정권, 유신정권, 신군부 정권, 운동권 정권의 모든 절기(節氣)를 통해 언제나 양지(陽地)에만》서려 한다. 코마로프스키 종(種)이다. ■ 더욱 역겨운 것들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나?
이 시대 자유 영혼의 주적은 물론 극좌 다. 그러나 극좌 는 의례 그렇게 나오게 돼 있다.
《더욱 구역질 나는 것은 [상습 세태영합주의]의 [사는 법]》이다. 권영세-권성동 국민의힘 이든, 미디어 논조(論調) 든.
싫다, 싫어!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22/20250122000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