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셰셰"(謝謝·고맙다)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한 가운데, 앞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에게 "대한민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rinciple)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제1야당 대표가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의 이익을 대변한 것은 반(反)국가적 이적(利敵)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이재명의 역사왜곡과 중국 공산당의 용어 혼란전술 … "韓, 하나의 중국 원칙 적극 지지"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8일 주한중국대사의 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를 예방하며 "대한민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주의 국가들을 향해 동의한 적 없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는 중국 공산당의 심리전에 휘둘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나라사랑 전직 외교관 모임'(공동대표 이재춘·김석우·조원일)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며 "이 대표가 선동하고 있는 반미·반일·종북·굴중(屈中) 노선을 단호하게 배척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공산당이 펼쳐온 용어 혼란전술의 대표적인 사례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도 "(중국은) 한국이 적극적이고 객관적이며 우호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한중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조 장관은 "하나의 중국 입장은 변함없고 한중 경제 관계는 긴밀하다"며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만 표명했다. 이는 외교적 수사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닌 존중만 담은 표현이다.
◆韓, 한중수교 당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
1992년 한중수교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는커녕 '지지'를 표명한 적도 없다.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중국은 수교교섭을 개시했던 1992년 4월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락하지 않으면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했지만, 한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수락한 것이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주요 함의인 정부 승인, 대사관 철수, 외교재산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한편, 대만과의 역사적 특수성에 기반해 대만과 최고 수준의 비공식 관계를 수립하는 데 대한 중국의 양해까지 얻었다.
◆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락한 국가는 51개국 뿐'180여 개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반해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는 중국의 주장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정론이자 역사적 사실이다. 2023년 2월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166개 국가와 관련한 중국 외교부의 공식문서를 분석해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채택한 국가는 51개국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115개국은 '인식', '주목·유념', '이해', '존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과 대만의 국가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국가들도 상당수였다.
◆ 전문가들 "중국 공산당의 심리전이자 '가스라이팅'"
육군사관학교 출신 국제분쟁 전문가인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합의'이자 '국제 관계의 기본규범'이라는 허위주장을 펼치며 선전하고 있다"며 "원칙에는 준수할 의무가 수반되기 때문인데,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관계를 국내 문제로 규정하고 잠재적 무력 충돌 시 국제사회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기만술이자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 '원칙'은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속국으로 규정하고 무력으로 침공해 병합을 시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논리와도 유사하다.
송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비동맹국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가리켜 '대만 문제의 우크라이나화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은 유엔 회원국도 아닌 중국의 일부이며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 대표의 발언은 매국을 넘어선 이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에서 심리전을 총괄했던 한 전문가도 통화에서 "중국 공산당은 한국이 마치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수용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며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며 "개혁 개방을 추구했던 1992년 수교 당시 중국은 지금의 중국과는 매우 달랐다. 그때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무력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는 현재,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제1야당 대표의 인식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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