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 담은 담론
강도 감싼 원소와 참한 조조의 엇갈린 운명
허유(許攸‧생몰연도 ?~서기 204)는 후한(後漢) 말 활동한 원소(袁紹)의 참모였다. 허유는 어려서부터 원소‧조조(曹操) 모두와 친분이 있었다. 그러나 저 둘과 달리 허유는 매우 탐욕스럽고 부정부패를 즐겨했다.
허유는 원소 측 세력이 하북(河北)에 둥지 트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고관대작이 되자 더욱 대놓고 백성들 재산을 착취하거나 백성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을 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러한 사기‧범죄행각에는 허유의 일가족도 가담했다. 하북 백성 상당수는 허유를 넘어 이러한 날강도를 중용한 원소까지도 비난했다. 후일 장합(張郃)‧고람(高覽) 등 많은 하북 인사들이 망설임 없이 조조에게 투항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허유 일족은 원소의 또 다른 참모이자 강직한 성품이던 심배(審配)에 의해 일망타진 돼 투옥됐다. 관도대전(官渡大戰) 종군(從軍) 차 멀리 전선(戰線)에서 이 소식을 접한 허유는 원소에 대한 평소의 불만까지 겹쳐 저 혼자 살겠다고 조조 진영으로 달아났다.
조조와 만난 허유는 원소의 군량‧마초(馬草) 등이 산더미처럼 쌓인 위치를 누설했다. 원소에 비해 절대적 열세였던 조조는 그 길로 소수 정예기병을 이끌고 내달려 원소 측 식량창고를 화끈하게 불살랐다. 원소는 한 싸움에 패퇴했으며 머잖아 하북 4개 주(州)는 조조의 차지가 됐다.
원소에게도 그랬듯 조조에게도 허유는 일등공신이었다. 허유가 사실상의 조정 승상(丞相) 격인 자신을 조아만(曹阿瞞)으로 호칭하고 “나 아니었으면 너 따위가 어찌 원소를 무찔렀겠나” 함부로 지껄여도 조조는 허허 웃으며 “네 말이 맞다”고만 했다. 조아만은 조조의 아명(兒名)이다. 요즘으로 치면 국무위원‧국민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국무총리에게 “개똥이”라 부른 셈이었다.
그런데 원소와 달리 조조는 이 방약무인한 양아치의 목을 어느 날 날려버렸다. 연의(演義)에서는 망언들을 참다못한 제 호위무사 허저(許褚)가 허유의 머리를 들고 씩씩거리며 나타나자 “네가 감히 내 친구이자 공신을” 짐짓 화내면서도 “모두가 너를 용서하라 하니 이번만 내가 참는다” 얼렁뚱땅 넘어간 것으로 각색됐다.
조조가 허유를 참한 이유는 표면상은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시킨다’ 정도였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배경은 “나는 백성을 해치는 도적은 용서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천하 만백성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란 게 학계 일각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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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