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판결상 대구모스크 불가피…다문화는 세계추세
국제사회, 이이제이 등 활로 모색…우리도 지혜 필요
종교자유‧국민안전 딜레마 공존은 불가피
대구 이슬람사원(모스크‧Mosque) 건축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뜨겁다. 일부 개신교인들은 건축중단을 촉구하며 최근 현지집회를 열었다. 비(非)종교계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목소리의 요지는 ‘테러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이 “건축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기에 현실적으로 중단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자유, 다문화(多文化)로 가는 국제사회 흐름, 전체 무슬림 중 테러리스트는 극소수라는 점 등을 들어 무조건적인 이슬람포비아(Islamphobia‧공포증)는 지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론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여러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기에 테러 사각지대일 순 없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올해 3월 발간한 ‘2022년 테러정세와 2023년 전망’에서 국내 체류 중인 일부 무슬림이 지난해 테러자금 모금, 극단주의 동조행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자금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된 외국인은 5명이었다.
테러는 실체 있는 위협이고 이슬람포비아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기에 반(反)이슬람 측을 마냥 비판하기도 어렵다. 미국 내 무슬림‧비무슬림 갈등 등을 다룬 2022년작 넷플릭스 드라마 ‘모 이야기(Mo)’에는 주인공 청년과 그가 일하는 과수원 주인 간 대화가 나온다. 순박‧성실한 주인공은 도둑방지를 위해 위치추적기를 과수나무에 자발적으로 심는다. 이를 지켜보던 역시 마음씨 착한 노(老)주인은 아무 생각 없이 “마치 (도둑 잡으려는) 폭탄 설치하는 것 같구만”이라고 농을 건넨다. 그러자 주인공은 정색하고 이렇게 답한다. “제가 무슬림이라서 그런 건가요”
때문에 종교자유 원칙과 국민안전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촉구도 높아진다. 이는 내국인 안전보장 강화 등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획기적인 안전보장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비록 대(對)테러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론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 겸해서 나름 밤새 고민해본 생각들을 풀어본다. 물론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100% 완벽한 테러 예방법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그저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다.
극단주의자들의 우상숭배‧性차별 활용 방안
지난 2016년 3월 흥미로운 보도들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내외신에서 잇달아 쏟아졌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무허가 건물주가 철거를 막기 위해 기발한 수단을 동원했다가 실종됐다는 소식이었다. 건물주의 최후의 전술은 바로 ‘건물 외벽 시진핑(習近平) 사진 도배’였다. 그것도 빈틈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의 완벽한 도배였다.
용기(?)는 주효했다. 건물 자체는 결국 철거됐지만 시간은 상당수 지연시킬 수 있었다. 출동한 공안(公安‧경찰)은 사진들이 훼손돼 자신도 혹 실종될라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떼어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시진핑이 ‘시황제(Emperor Xi)’로 일컬어질 정도의 1인 독재권력을 확립한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독재자와 그 수하들 간의 불가항력적 관계를 이용하자는 개그 아닌 개그가 한 때 유행한 적 있다. 북한군이 쳐들어오면 우리 장병들 철모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사진을 붙여 무력화시키자는 내용이었다. 북한에선 중국과 마찬가지로 최고지도자 ‘1호 사진’ 등을 훼손하거나 모욕하면 중형에 처해진다. 실제로 근래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에 의하면 김일성 초상화에 손가락질했던 임신부가 공개처형된 사건도 있었다.
다소 억지스런 면이 있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중국‧북한의 경우와 달리 초상화‧사진 동원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사례도 있다. 쇄국(鎖國)정책을 펼쳤던 일본 에도(江戶)막부는, 그들 입장에선 척결대상이었던, 일부 종교인들께는 불편한 역사일 수 있지만, 카쿠레키리시탄(隠れキリシタン‧잠복 크리스찬) 색출을 위해 예수‧성모마리아 등을 새긴 목판을 동원했다. 막부는 해당 목판을 발로 밟지 못하는 자는 기독교인으로 규정하고 처벌했다.
상당수 이슬람 테러조직 내 상하관계도, 필자가 잠복취재한 적은 없기에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중국‧북한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이들 조직은 ‘원 톱’이 되기 위한 치열한 권력다툼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만약 모스크 등 테러 예상지역 근처에 우상숭배화 되는 테러조직 수장들 사진 몇 장만 보일 듯 말 듯 붙여놓거나 뿌려놓는다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자폭조끼 입고 오던 테러범으로선 주춤할 수도 있다. 어쩌면 유치한 듯 하면서도 확실한 테러 예방책이 될 수도 있다. 테러조직 문화 자체가 유치하기 때문이다.
유사개념으로 테러 우려지역 일대에 선량한 무슬림들이, 당연히 그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결성한 남녀혼성 자경단(自警團)을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중 성별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남성 테러범들은 여성에게 해를 입는 걸 상당히 두려워한다. 이들은 여성에게 해를 당하면 사후(死後) 천국에 못 간다고 믿는다고 한다.
실제로 중동 소수민족인 쿠르드(Kurd)족은 이슬람국가(IS) 등과의 교전에 여군을 투입해 교전 발생을 사전에 막거나 IS 등의 돌격의지를 꺾은 바 있다. 물론 이것이 만성화되자 나중에는 효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말이다.
극단주의자들의 ‘나와바리’ 이권다툼 활용 방안
폭탄 둘러멘 테러리스트들이 이미 국내에 잠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최악의 경우엔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독으로 독을 제압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도 테러 예방책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는 많은 주요국들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근래 SNS상에 유출된 미 국방부 1급 기밀문서(top secret) 등을 토대로 깜짝 놀랄 소식을 보도했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이 지난해 12월 9건, 올해 2월 15건의 국제테러를 모의했다가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IS-K 테러를 저지한 건 다름 아닌 같은 이슬람 테러조직 출신 무장정파 ‘탈레반(Taliban)’이었다.
문서 등에 의하면 IS-K는 구체적으로 200만명 이상 관중이 몰린 2022 카타르(Qatar)월드컵 현장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각 국 주요 교회‧경제중심지를 공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아제르바이잔‧타지키스탄‧러시아‧튀르키예 등에 소재한 스웨덴‧네덜란드 대사관 테러도 촉구했다. 이를 위한 화학무기 제조법, 드론(Drone‧무인기) 운용능력 확보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테러기획들 상당수는 실행되지 못했다. 탈레반과 IS-K 사이의 반목이 원인이었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WP에 “탈레반 같은 집단에 우리 대테러 활동이 저당 잡혔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들(탈레반)이 IS-K를 압박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미국‧탈레반이) IS 견제라는 상호이익이 되는 목표를 지니는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러조직의 세계는 동종업계인 같은 테러조직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전략은 아니다. 앞서 2016년 1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Independent)에 따르면 자미르 카불로프(Zamir Kabulov) 당시 러시아 외무부 국장 겸 아프간 특사는 “탈레반의 이해가 우리와 객관적으로 일치한다. 우리는 정보공유를 위한 탈레반과의 대화채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탈레반 측 인사는 중국을 방문해 대테러 전문가들과 만났다. 인디펜던트는 이를 두고 “러시아‧중국이 IS 확산을 막기 위해 탈레반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 5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현지르포 등을 바탕으로 이란 정부도 IS 격퇴를 위해 탈레반과 손잡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이제이는 단순히 A조직에게 B조직 존재를, B조직에게 A조직 존재를 흘리거나 아예 전체 무슬림사회에 A‧B조직 존재를 흘려 A‧B가 제3자를 통해 서로를 인식토록 하는 방식 등으로 이행될 수 있다.
또 이이제이 효력은 그 대상이 비단 조직이 아닌 외로운 늑대(lone wolf‧자생한 뒤 단독 또는 소수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유효할 수 있다. 이이제이 원동력은 테러범들 간의 이권다툼, 속칭 ‘나와바리 싸움’이기 때문이다. 자생 테러리스트라 해서 거대 테러조직 이권을 빼앗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조직 뒷배를 받을 수 없기에 손쉬운 제거대상이 된다. 테러 비즈니스 수익구조는 ‘테러→홍보→언론보도→산유국 스폰서 후원금 수령’ 등으로 요약된다. 지금은 집권세력인 탈레반의 경우엔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증액 등이 될 수 있다.
테러조직 간 이이제이뿐만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수니(Sunni)‧시아(Shiah)파 갈등 등을 활용한 이이제이도 검토될 수 있다. 많은 선량한 무슬림들은 테러조직을 비무슬림 못지 않게 대단히 혐오‧성토하고 있다. 다만 여러 테러조직들이 합방(合邦)테러에 나설 가능성, 종파(宗派) 간 이이제이에 따른 인권문제 발생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순 없다.
‘GPI 43위’의 韓…테러조짐 있다 해도 지혜로 대응해야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발생 우려는 기우(杞憂)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정원 ‘2022년 테러정세와 2023년 전망’에 의하면 잇따른 IS 수괴 사망 등 여파로 테러 중심축은 아프리카로 이동한 상태다. 지난해 전세계 테러 발생 건수(57개국 1041건), 사상자 수(7845명)는 전년(55개국 1442건‧9672명)에 비해 감소했다. 작년 테러 발생 지역은 △중동(375건‧36%) △아프리카(317건‧30.5%) △아시아‧태평양(305건‧29.3%) △유럽(22건‧2.1%) △미주(22건‧2.1%)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시리아(169건) △나이지리아(130건) △파키스탄(129건) △이라크(113건) △인도(77건) 등 순이었다.
한국‧일본은 아직 폭탄테러‧총기난사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발생 공식사례가 없다. 휴전 상태에서 반세기 넘게 첩보전쟁을 지속 중인 우리나라 국정원 등은 고도의 노하우‧기술력을 바탕으로 테러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신고정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한국이 테러위험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수준이라는 점은 국제기관 통계도 뒷받침한다. 지난해 6월 호주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공개한 세계평화지수(GPI)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63개국 중 ‘높음’ 수준인 43위를 기록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빈번한 프랑스(65위)와는 현격한 차이다. 미국(129위)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다. ‘테러의 고장’에 속한 이란은 141위, 이라크는 157위, 아프간은 163위다. GPI는 사회안전‧안보 등 3개 부문에서 23개 지표를 계량화해 산출한다.
헌법상‧대법(大法)판결상·국제정세상 종교자유‧테러방지 딜레마 공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 강화는 필수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공포조장‧인종차별‧이교(異敎)배척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테러 가능성은 국민 모두와 무슬림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선량한 무슬림들도 한국사회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다문화는 존중하면서 이이제이+α(알파) 등 다양한 방법을 부단히 연구하며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 피할 수 없다면 부닥쳐야 하는 법, 걱정만이 아닌 집단지성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준표형님의 페북 글에 조언을 드리고 싶은 내용은, 무슬림도 한국의 문화나 타종교를 존중해주고, 무슬림이 타 종교로 개종시의 보복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고자 하는 내용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족으로 일본은 이슬람의 테러는 없지만 테러 자체는 있었는데, 과거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테러가 있었습니다.
대법판결 등으로 불가피하기에 지금 당장은 다소 혼란이 있더라도 종래에는 종식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를 위한 존경하는 청꿈 식구님들의 집단지성 또한 절실하지 않을까 합니다.
본 칼럼 주제는 테러 자체가 아닌 이슬람 관련이기에 옴진리교 테러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고견 감사드립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배척당할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융성할 것입니다. 다만 이것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보호와 배척금지. 행해지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견 감사드립니다.
현명하고 현실적인 해결책 잘 읽었습니다.
짧은 소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