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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리고진의 딸’을 주목하라

오주한

프리고진의 난(亂) 의문 풀 단서 ‘폴리나’

사실이라면 이번 쿠데타는 서방 측 완승

 

“서방 측 타깃 된 프리고진의 아이들”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Wagner Group)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Viktorovich Prigozhin)이 일으킨 러시아 쿠데타 사태가 ‘싱겁게’ 끝났다. 프리고진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내놓은 중재안을 수용했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이번 쿠데타는 많은 의문점을 낳고 있다. ‘푸틴의 요리사’는 과연 무엇을 믿고 그렇게 쉽게 반란에 나섰으며 그렇게 쉽게 물러났나. ‘스트롱맨’ 푸틴은 왜 그리 무력하게 프리고진을 용서했나. 프리고진은 점령지를 떠나면서 왜 그리 환한 표정이었나.

 

자세한 내막은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한 가지 단서가 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프리고진의 딸’ 폴리나 프리고지나(Polina Prigozhina)다. 필자가 최근 접한 익명의 정보당국 소식통들에 의하면, 미국 등 서방(西方)은 이미 오래전부터 프리고진의 자녀들을 ‘눈여겨’ 봐왔다.

 

“美 대선개입했다” 요주인물 된 프리고진

 

폴리나의 상세 인적사항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1992년 8월15일생이라는 것, 여느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 2세처럼 호화생활을 누린다는 것, 파벨 프리고진(Pavel Prigozhin‧생몰연도 ?~2022?)이라는 생사불명의 친오빠가 있었다는 것 등만 알려진다.

 

파벨‧폴리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24일) 직후인 지난해 3월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국무부 제재대상 명단에 이름 올리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재무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재 대상 고위층들은 사업과 부(富), 기타자원을 동원해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정부를 지원했다”며 “이들과 가족, 기타 고위층들 도움으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일본‧‘한국’‧호주 등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취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세계적 지지를 보내고 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은 1961년 6월1일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태어났다. 18세 무렵인 1979년 절도죄로 체포됐으며 이후에도 사기, 미성년자 매춘알선 등 범죄에 빠져들어 1981년 13년형을 선고받고 7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에는 노점 핫도그장사에 매진해 돈을 벌었으며 요식(料食)업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프리고진은 요식업자 시절 푸틴과 연을 맺었다. 푸틴의 만찬, 크렘린궁(Grand Kremlin Palace) 연회 등에 납품하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본격적으로 정치적 야심을 품은 프리고진은 2013년 바그너그룹을 설립하고서 용병업계에 진출해 푸틴의 정치적‧금전적 이해가 걸린 각종 ‘더러운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작년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하자 직접 용병단을 이끌고 일선(一線)을 지휘하면서 푸틴에게 충성했다.

 

미 재무부 등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2016년의 45대 미 대선에도 프리고진이 개입한 것으로 봤다. 프리고진은 2013년 인터넷연구소라는 미명 하에 여론조작 회사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프리고진도 개입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서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했고, 개입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개입할 것”이라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신중‧정확하게 외과수술식으로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美 로켓탄 직격당한 프리고진 장남 숙소

 

프리고진의 미 대선개입 커밍아웃 직후 그의 아들 파벨이 돌연 생사불명 상태가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식통 등에 의하면 파벨은 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파벨이 머무르던 우크라이나 내 바그너그룹 주둔지 스타하노프(Stakhanov‧옛 카디예프카) 돈바스호텔(Donbas Hotel)을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M142 하이마스(HIMARS) 수발이 직격했다. 하이마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다.

 

파벨은 어느 호텔인지 특정할 수 있는 풍경이 담긴 사진을 텔레그램에 올렸다가 공격당했다. 반파(半破)된 호텔은 건물 천장부터 수 개 층이 무너져 내렸다. 사상자가 속출했으며 파벨도 전사한 것으로 추측됐다.

 

우크라이나군의 호텔 공격사실은 외신보도에서 교차검증된다.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의하면 세르히 하이다이(Serhiy Haidai) 루한스크(Luhansk)주지사는 “카디예프카에 있는 (돈바스) 호텔이 공격받았다. 러시아군에서 큰 손실이 있었다”며 “의료부족으로 생존자의 최소 50%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능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호텔 공격을 두고 위치파악 등의 배경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 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당시 제기됐다. 실제로 양 국 정보부는 긴밀히 협력한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다량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 등을 토대로 “CIA가 우크라이나군의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해저가스관 폭파계획을 사전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동월(同月) 1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찬가지로 동(同) 기밀문서를 인용해 “CIA가 네덜란드 군 정보국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뒤 파이프라인 공격중단 요구안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장남 생사불명 이후 ‘反푸틴’ 전향한 프리고진

 

미국 정보당국의 우크라이나전쟁 물밑개입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거기에 아들이 공격당한 슬픔까지 겹쳐서인지, 그리고 하나 남은 ‘딸’의 생사마저 우려했기 때문인지, 자신의 권력욕 때문인지, 프리고진의 이후 행보는 반(反)푸틴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약 10년 간 추적해 끝내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처단한 미국의 요인(要人)암살 능력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준이다.

 

프리고진은 올해 2월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메시지에서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러시아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통합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용병을 착취하고 바그너그룹을 와해시키려 한다”며 “바그너 전사들은 필수보급품이 부족한 가운데 파리처럼 죽어가고 있다. 이는 반역죄로 처벌할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올해 5월에는 아프리카 모처에서 키릴로 부다노프(Kirill Budanov)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HUR) 국장’과 접촉 중이라고 ‘본인 입으로’ 밝혔다. 상기(上記)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부다노프 앞에서 러시아군 위치정보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동월 프리고진은 자식 염려하는 울분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러시아 고위층 자녀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한 군사블로거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흐무트(Bakhmut)전투 중 바그너용병 2만명이 전사했다며 “러시아 권력층이 자신들 자녀를 전장(戰場)에 보내지 않는 반면 징집된 서민자녀들 희생이 커지고 있다”고 일갈(一喝)했다.

 

프리고진은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 손실이 계속 증가하면 이 모든 분열이 1917년처럼 (반체제) ‘혁명’으로 끝날 수 있다”는 폭탄발언도 내놨다. 1917년 2월‧10월혁명으로 로마노프(Romanov)왕조와 제정(帝政)러시아는 무너진 바 있다. 철권통치의 푸틴은 ‘차르(Tsar)’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프리고진은 반면 우크라이나군에 대해선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가 됐다. 개전(開戰) 당시 탱크 500대는 5000대가 됐고 전사(戰士)의 수도 2만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고 극찬했다.

 

프리고진은 급기야 이달 말에는 SNS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Zaporijia)‧헤르손(Kherson) 방면(方面)에서 후퇴 중”이라며 “4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측 반격은 어느 곳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푸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개자식’들의 자기홍보를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며 전쟁의미마저 깎아내린 프리고진은 결국 직후 쿠데타를 일으켜 푸틴을 ‘보기 좋게’ 엿 먹였다. ‘프리고진의 난(亂)’은 그 자체만으로 1인 독재자 푸틴에게 정치적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푸틴의 두 딸들

 

프리고진의 쿠데타 원인이 정확이 무엇인지는 상술했듯 이해당사자들만 알 수 있다. 쇼이구 등과의 경쟁패배 등을 우려한 프리고진 자신의 권력욕 때문일 수도 있다. 프리고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2024년 대선출마설(說)이 나온 바 있다.

 

어느 하나의 원인이 아닌 종합적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상기한 다수 정황들이 뒷받침하듯 미국 개입, 그리고 딸 폴리나의 안위(安危)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조속한 우크라이나전 종전(終戰)을 원하는 미국 등 서방이 프리고진의 ‘든든한 백’이었고 △서방과 프리고진 간 매개체는 가장 확실한 대화수단인 혈육(血肉) 즉 폴리나였으며 △아이들 목숨 취하는 건 빈 말이 아니라는 경고의미로 파벨 숙소를 앞서 공격했고 △‘범죄자 출신의 또 다른 차르 등장’ ‘러시아핵 통제권 실종’ ‘핵전쟁 발발’ 등을 우려한 서방 측 지시로 다 잡은 고기인 모스크바(Moskva) 코앞에서 프리고진이 돌연 무장해제했으며 △모종(某種)의 이유로 서방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 푸틴이 프리고진을 고분고분 놓아줬고 △때문에 서방 개입 흔적을 지우기 위해 벨라루스로 망명하는 프리고진 표정이 마치 “난 시킨 것 다 했다” “딸아이 살렸다”는 것처럼 환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쿠데타를 둘러싼 의문 대부분은 비로소 풀린다. 푸틴에게도 예카테리나 푸티나(Yekaterina Putina‧1986~) 등 두 명의 딸이 있다. 이들도 프리고진의 자녀들처럼 지난해 4월 미국 제재대상 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CNN 보도에 의하면 복수(複數) 의 미 정보당국자들은 이달 중순 미 의회 ‘8인 위원회(Gang of Eight)’ 보고에서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과 마찰을 빚으면서 한 차례 들이받는 걸 오랫동안 고심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른 서방 정보당국자는 CNN에 “바그너그룹 탄약 미보급 등 프리고진 주장은 실은 거짓이다. 군 지휘부 공격을 위한 명분쌓기였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근래 바그너그룹 소속 한 저격수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선 미국산 338구경 탄약이 등장했다.

 

물론 필자, 그리고 필자와 접촉한 소식통들이 직접 푸틴‧프리고진 속내를 들어본 건 아니기에 ‘서방 개입설’을 100% 사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미국 등 서방이 “우리가 공작(工作)했다”고 시인할 리도 만무하다. 다만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차남 유키 히데야스(結城秀康)를 양자(養子)를 빙자한 볼모로 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등 가족을 인질로 한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역사상 무수했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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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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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dol7707<span class=Best" />

    https://www.fnnews.com/news/202306141752177203

    저의 의견은 좀 다르고 조심스러운데, 아직 완승이라고 말을 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6.25 전쟁 때 마오쩌둥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중공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으로 한반도를 침략한 것 처럼, 중공이 러시아와 푸틴을 돕기 위해 인민해방군 파병이나 무기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완승으로 만들려면 저번에 얘기드린 것 처럼 손해를 보더라도 중공을 제재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 풀소유

    감사합니다.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2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진실은 언제가 되든 차차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틀렸을 수도 있죠. 어찌됐건 프리고진이 친러국가 벨라루스로 갔다는 게 찜찜하긴 합니다. 어떠한 화근이 닥칠지 모르는데.. 지켜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ydol7707

    https://www.fnnews.com/news/202306141752177203

    저의 의견은 좀 다르고 조심스러운데, 아직 완승이라고 말을 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6.25 전쟁 때 마오쩌둥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중공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으로 한반도를 침략한 것 처럼, 중공이 러시아와 푸틴을 돕기 위해 인민해방군 파병이나 무기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완승으로 만들려면 저번에 얘기드린 것 처럼 손해를 보더라도 중공을 제재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6.25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말씀하신대로 중국공산당이 돌발행동을 할 변수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죠. 대비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 INDEX
    2023.06.25

    어려운것을 생각하기 힘들때 저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침공한놈이 나쁩니다 푸딩 나쁜놈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6.26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소싯적에 삼성전자 리빙프라자에서 영업직으로 잠깐 일한 적이 있습니다만, 없는 밑천에 20대 시절 이것저것 다 해봤습니다만, 이건희 회장도 머리 복잡할 땐 잠깐 눈 감고 간단히 생각하려 했다고 하더군요. 공감합니다. 푸딩 만들rom

  • 켈켈켈

    생각해보니까 프리고진 가족들은 어떻게 됐나요

  • 켈켈켈
    오주한
    작성자
    2023.06.26
    @켈켈켈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제가 프리고진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니 알 순 없지만, 국제사회의 보편적 순리대로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