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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저임금제의 문제점과 그 대안으로서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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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제의 금액을 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논쟁이 뜨거운 문제였습니다. 기업과 보수정당은 금액을 내리려 하고, 노동자와 진보정당은 올리려 하죠. 하지만 저는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하한선을 두는 정책이니, 그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대기업은 영향은 조금 있겠지만 별 타격이 없죠.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세금이 있었습니다. 인두세라고, 모든 사람이 같은 금액을 내는 세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국방비를 위해 모든 사람에게 50만 원씩 세금을 걷는다면, 그 세금은 인두세입니다. 당연히 가난한 사람일수록 부담이 크니, 예로부터 많은 저항이 있었죠. 그래서 지금은 이런 형태의 세금이 없습니다.

 

 이처럼 최저임금제는 인두세와 아주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점 하나만으로도 최저임금제를 없애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인두세를 폐지했으니, 기업의 경우 역시 그래야 한다는 거죠.

 

 다음 문제는 이 제도가 세금의 형태가 아니란 점에 있습니다. 저는 최저임금제가 노동자 복지를 위해 기업에게 인두세를 걷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걷히는 세금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최저임금제로 부담을 갖고 있는 건 알지만, 그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릅니다. 저는 최저임금 인상이 쉽게 이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제의 핵심 역할인 생계비 보장은 노동자 개인이 기준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지 않죠. 보통은 부양할 가족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기에, 최저임금 인상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국민연금 같은 부양 대상에게 돈을 주는 복지정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죠. (그런데 아이에게 돈을 주는 복지정책은 왜 없을까요? 아이도 부양 대상인데요.)

 

 이러한 최저임금제의 문제들은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제도를 변형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최저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냥 없애기만 해선 안 되죠. 최저임금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제도입니다. 그러니 최저임금제를 없앤다면, 최저임금제가 막고 있던 문제를 해결할 더 좋은 정책을 대신 시행해야 합니다.

 

 그 정책을 알아내기 위해, 최저임금제가 막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아시다시피, 최저임금제는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제도입니다. 너무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들이 고통받으니, 임금을 강제로 올린 것이죠. 이 외에도 노동시간 제한, 아동노동 금지 등 근로기준법의 기초가 되는 여러 제도가 나와,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저 현상만 일어나지 않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너무 내려갔으니, 강제로 올리자(최저임금제). 일을 너무 많이 하니, 제한하자(주 52시간 근무제). 아이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니, 금지하자(아동노동 금지법). 이런 식으로요. 저는 애초에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오랜 고민 끝에, 저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의 생계비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노동 시장에서 임금이 하락하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노동 공급이 하락하고, 거기에 맞게 다시 임금이 증가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 과정은 노동자가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는 일하지 않아, 결국 임금을 올리게 되는 식으로 이루어지겠죠. 하지만 이건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임금이 낮다고 한들, 일자리를 그만두면 노동자는 실직자가 됩니다. 그렇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은 변하지 않죠.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일자리를 그만둔다는 건 어려운 선택입니다. 부양가족이 많다면 더더욱.

 

 이런 리스크 때문에 나쁜 일자리의 수요가 끊이질 않아, 경기가 충분히 좋은 게 아니라면 임금은 점점 내려가게 됩니다. 노동 공급도 거기에 맞게 줄어들겠죠. 하지만 임금이 최저생계비도 못 벌 정도로 떨어지면, 노동 공급은 오히려 증가하게 됩니다. 부족한 생계비를 벌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늘어난 노동 공급은 다시 임금의 하락을 가져오고, 이런 악순환은 노동자가 한계에 달할 때까지 반복됩니다. 저는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시장이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아무런 장치가 없는 노동 시장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저는 앞에서 말했듯 그 원인이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의 생계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국민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저는 그런 정책으로 기본소득제를 제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금액은 월 30만 원입니다. 먹는 것만을 따졌을 때, 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 그 정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고려 요소에 따라 금액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연간 약 187조 원 혹은 그 이상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일 것입니다. 저는 세 가지 방법을 쓰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본소득의 효과를 고려해 중첩되는 정책의 예산을 가져옵니다. 저출산, 기초생활수급,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중첩되는 정책이 많으니 보건·복지·고용의 200조 원에서 상당히 많은 금액의 예산을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국민에게 기본소득세라는 추가 세금을 걷습니다. 세금을 걷지만 이 방법은 예산 마련보다는 재분배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다른 돈을 받게 하는 장치인 것이죠. 예를 들어 기본소득이 월 30만 원이고, 월 300만 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10%의 기본소득세를 추가로 걷는다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럼 이 사람은 기본소득 30만 원, 기본소득세 -30만 원이므로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가 둘 있는 가장이라면 오히려 월 90만 원씩 이득을 보게 되죠. 이 추가 세금이 몇 %가 좋을진 따져봐야겠지만, 혼자 살거나 부자가 아닌 이상 손해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에게 기본소득세를 추가로 걷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기본소득 재원 마련의 핵심이죠. 기본소득이 최저임금제를 대체하니, 최저임금제 때문에 기업이 잘못된 형태로 가진 부담을 기본소득세라는 제대로 된 세금으로 모든 기업에게 나누는 겁니다. 이러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부담이 쏠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기업이 얼마나 부담을 갖는지도 알 수 있죠. 이 방법으로 필요한 나머지 예산을 채우면 기본소득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제 대신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지금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겁니다. 그래도 기본소득으로 임금을 보조받으니 노동자는 그런 일자리에서도 생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라고 판단되면, 기본소득이 실업급여의 역할을 하니 부양가족이 있어도 큰 부담 없이 일을 그만두고 시간을 들여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죠. 같은 논리로 기업은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 공무원도요. 그리고 근무시간도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는 자연스럽게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게 됩니다. 불법체류자라면 기본소득의 임금 보조를 받을 수 없고, 합법이어도 타국에 있는 가족은 기본소득을 못 받으니까요.

 

 기본소득제는 노동 시장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저출산 문제.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지금의 사회는 혼자 살아도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가정을 꾸리는 것은 필수가 아니게 되었고, 사람들의 인식 역시 그렇게 바뀌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커플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분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도 충분한 생계비와 집을 얻을 수 없어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죠.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들의 사랑이 식기 전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기본소득은 아기와 엄마에게도 소득을 줘 생계비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습니다.

 

 양극화 문제. 부는 곱셈으로 늘어나지만 소비는 뺄셈으로 하므로, 양극화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노동 시장 문제처럼 보정이 필요하죠. 부에 대한 보정은 세금이, 소비에 대한 보정은 기본소득이 해준다면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쩌면 양극화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자와 대기업이 내는 세금이 늘어날수록 기본소득의 금액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국민연금 문제. 기본소득은 국민연금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재원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나오니 고갈 염려도 없고요. 그러니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국민연금 제도는 수정돼야만 합니다. 일단 저는 지금까지 낸 돈을 천천히 돌려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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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러쉬빠돌이<span class=Best" />
    2021.11.17

    오히려 노동 가능 한 사람이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국가적으로 굉장히 손해라 보는데...혹시나 ai로 모든 노동이 대체된다면 생각해볼 만한듯

  • 크러쉬빠돌이
    2021.11.17

    오히려 노동 가능 한 사람이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국가적으로 굉장히 손해라 보는데...혹시나 ai로 모든 노동이 대체된다면 생각해볼 만한듯

  • 크러쉬빠돌이
    크러쉬빠돌이
    2021.11.17
    @크러쉬빠돌이 님에게 보내는 답글

    그리고 퀄이 이정도는 되야 추천할듯

  • 송영길
    2021.11.17

    반대하지만 정성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