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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준석과 윤석열의 선택, 그리고 김종인

GEN쵸비

https://theyouthdream.com/article/1291701 (그 전글, "네 남자의 갈림길"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쵸비 선수가 젠지로 이적함에 따라 HLE 쵸비에서 GEN 쵸비로 돌아왔습니다 ㅋㅋ 오늘은 최근 이준석의 행보와 오늘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직 수락까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1) 이준석이 윤석열을 들이받은 이유

입 연 이준석 "'이준석 홍보비 해먹으려 한다' 말한 인사 조치를" | 중앙일보

몇 주 전 작성한 칼럼에서 이준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먼저 윤석열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대표직에 머물러 윤석열의 당선을 돕는 것이 좋다. 둘째 윤석열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당대표직에 없는 것이 좋다, 차라리 탄핵 당하거나 사퇴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저보다 훨씬 더 영리했습니다. 이준석이 윤석열을 들이받고 방금 직전까지 잠행함으로써 얻은 결과는 놀랍습니다.

 

먼저 이준석은 선대위를 갈아치우고 자신의 뜻대로 선거를 이끌어갈 생각이 없다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로써 이준석이 얻은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만약 윤석열이 이준석의 말대로 선대위를 갈아치우고 대선을 이끌어간다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럴 경우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대선 승리의 최대 공로자는 이준석이 됩니다. 기존대로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대선 정국에 따라만 갔다면 설령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준석은 논공행상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대선에 이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제 말은 정치적 공로에 대한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정권 교체를 완료한 당대표"라는 타이틀은 앞으로 이준석의 정치 행보에 있어서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주도적으로" 대선 승리를 이끄는 것은 이준석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개인과제입니다.

 

또한 만약 윤석열이 이준석의 제안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준석은 ok입니다. 이준석의 제안을 받지 않고 기존대로 김병준-김한길 체제로 대선을 치룬다면 이재명의 당선 가능성은 수직 상승했을 것입니다. 조금 선에서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윤캠에서 하나 크게 착각하는게 있는거 같은데 경선이 아닌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서는 인물 영입으로 몇천표, 몇만표 끌어오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입니다. 김한길이 민주당쪽 인사였기 때문에 중도표 끌어올 것이다, 김병준이 노무현 쪽 사람이었기 때문에 중도표 끌어올 것이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니편 내편 나눠서 얘는 상대쪽 사람이니까 영입해오면 상대쪽에서 몇천표 끌고 올 수 있겠지?라는 안일하고 오만하고 바보같은 정치공학 논리로 대선 치루려 하는게 기가 막힐 따름이네요.

 

사설이 좀 길었는데 아무튼 이럴 경우 대선에서 지더라도 이준석은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왜? 내 말 안듣고 자기들끼리 해보겠다고 하더니 진 것 아니냐, 난 잘못 없다라는 논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이준석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당권을 먹으려던 윤캠 인사들에게는 심사가 뒤틀리는 일임에 틀림 없지요. 이준석은 이 결정으로 인해 윤석열이 어느 결정을 하더라도 지지 않는 싸움 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전국 유람을 다니면서도 표정이 밝을 수 밖에 없죠. 어차피 자기가 이기는 싸움이고 칼자루는 넘겼으니까요. 참 영리한 사람이고 능구렁이같이 정치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이준석이 손해볼 것이 있다면 윤석열을 지지하는 6070과 제대로 척을 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미 어느정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지만 이준석이 앞으로 세대 교체가 되기 전에는 국민의 힘 내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견제를 당할 것이고 민주당 쁘락치, 정권 교체할 마음이 없는 당대표, 건방진 철부지 등의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을 것입니다. 이번 구도에서 이준석이 보여준 행보는 정치적 실리로는 완벽하게 이준석이 이기고 들어가는 싸움이지만 이미지에서 손해를 본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폭음 후 SNS를 했다, 폭탄주 페북 등등의 억지 논란으로 위험할 뻔 했던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준석이 보여준 행동들이 6070에서 선호하는 무겁고 진중한 당대표의 모습보다는 자칫 가볍고 똠방대는 이미지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무겁고 진중하다며 점잔 빼는 것은 이준석다운 것이 아니죠. 이준석은 이준석대로 남아야 합니다. 그게 제가 이준석을 좋아하는 이유니까요.

 

2) 윤석열의 고민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내가 변호사 소개했다"

이렇게 되면 애가 타는 것은 윤석열입니다. 이준석은 당장 6070과 날을 세우더라도 아직 30대의 젊은 정치인입니다. 이미 102030은 이준석의 충실한 지지기반으로, 이준석이 이준석다움을 잃지 않는 이상 최소 10년 넘게 이준석의 친위대가 될 지지층입니다. 길게 본다면 이준석은 질 수가 없는 싸움이고 10년, 20년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기다린다면 와신상담할 것은 이준석입니다. 반면 윤석열의 정치 수명은 내년 3월까지입니다. 대선에서 이긴다면 그것이 5년 연장될 뿐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감옥행입니다. 저번 칼럼에서 윤석열이 지지율을 믿고 이준석을 식물 스피커로 만드려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역시나 경선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윤핵관들이 등장해 이준석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견제해 나갔죠.

 

사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건드리고 무시하면 이준석 측에서 발끈해 사퇴하거나 실언이라도 해서 구실을 잡아 탄핵할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이준석은 잠행이라는 초강수를 두었고 모든 이슈는 이준석에게 먹혀버렸으며 설상가상으로 지지율마저 이재명에게 따라잡혔습니다. 더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죠. 윤캠의 목표는 대선 승리가 아닌 당권 장악이지만, 윤석열의 개인 목표는 무조건 대선 승리입니다. 윤석열에게 당권은 의미가 없어요. 그리고 결국 방금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이라는 결정을 내렸죠. 윤석열은 이준석과 김종인에게 머리를 숙였고 일단은 이-김의 1스코어 득점이라고 보입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지금까지 보아온 윤석열은 구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자기 사람, 자기 라인 챙겨주기 등 검찰이라는 조직 문화에서 하던 짓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고 그 줄 선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구태들이니 캠프 전반이 구태스럽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죠. 윤석열은 그냥 조직 문화식 술잔 돌리기, 형님 아우, 식구 챙기기나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자기 측근들과 캠프 인사들이 자기 대통령 만드는게 주 목적이 아니라 당권 잡기가 목적이라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나 모르겠네요. 당연히 알고도 서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하는거 봐서는 그거조차 모를 것 같은 느낌입니다.

 

3) 김종인의 전면 등장, 그리고 대선 흐름은?

불 끄면 거추장스러워진다? 김종인 역설, 벌써 그런 조짐 | 중앙일보

그리고 드디어 김종인은 12년, 17년 대선에 이어 또 다시 대선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실패한 대통령 만들기 전문가답게 2번 대역죄를 저지르고도 또 노욕을 못이겨 기어코 세번째 죄를 지으려 한다고 보입니다만... 어쨌든 역시 저번 칼럼에서 썼던 대로 이준석-김종인 연대는 다시 한번 이루어졌고 우선은 윤석열 캠프의 인사들을 상대로 득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준석은 이제 김종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스포트라이트에서 빠져 홍보 미디어에만 전념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준석의 기반인 102030의 민심을 거스르고 윤석열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준석이 말했듯 자신이 나선다고 해서 순순히 윤석열을 찍어주는 청년층도 아니기에 이준석이 전면 등장해 대선을 이끌어나간다고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차피 컨트롤하기 힘든 청년층은 우선 배제해 놓고 선거 기술자인 김종인을 내세워 윤핵관을 쳐내고 대선을 치루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물론 김종인의 등장이 호재이다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김종인이 등장함으로써 홍준표 대표님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게 되었으며 김종인 또한 청년층에서 선호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김종인 체제하에서도 대선은 청년층이 바라던 대선 구도와는 달리 기존 선거 문법대로 흘러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윤핵관이 설치고 대선에서 무난히 패배하는 구도보다는 적어도 낫다정도가 이번 사건의 소소한 수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이준석이 홍대표님을 배신했다, 청년들을 배신했다라는 이야기도 간간히 보이던데 이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준석은 당대표이고 패널이나 최고위원에 지나지 않았던 때와는 달리 지워진 책임이 막중한 입장입니다. 무작정 홍대표님을 모실 수도 없는거고 청년들의 바람대로만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2030들이 왜 6070만 보고 대선 치루냐며 틀딱의 힘이라고 하지만 (사실 맞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번 경선 과정에서 드러났듯 국민의 힘은 6070의 힘이 압도적인 정당입니다. 2030만 보고 6070을 무시하는 것도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준석은 이준석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종인이라는 이준석의 픽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인물이고 믿지 않는 인물이기에 별 신뢰도 가지 않고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준석의 선택이기에 떨떠름하더라도 지켜보며 관망해보려 합니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김종인이라는 변수가 대선에 개입한 만큼 앞으로 더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는 이재명의 대선 승리를 정배로 보았는데 김종인이라는 변수의 개입으로 또 모르게 되었네요. 내년 3월에 웃게될 사람은 누구일지 한번 봅시다.

 

+a) 홍준표 대표님의 선대위 합류에 관하여

오늘 홍대표님이 선대위 물갈이를 한다면 선대위 합류해서 윤석열을 도와줄 수도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사실 그래주시길 바랐습니다. 차차기를 바라봐야하는 홍준표 대표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생각할 수 있는 리스크는 그때가서 무슨 낯짝으로 왜 또 나왔냐라는 지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차기의 경선 상대는 오세훈입니다. 절대 만만하지 않은 상대고 하나의 약점이라도 보인다면 그대로 스트레이트 펀치가 꽂힐 힘든 상대입니다. 이번 경선에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저번 대선, 지선 다 져놓고 또 나와서 못믿겠다라는 프레임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차차기 경선에서 홍준표가 윤석열을 돕지 않아서 대선에서 진 것 아니냐, 내부총질만 해놓고 또 대선 나오냐라는 지적에 맞서 싸우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홍대표님이 지금 백의종군 하시는 것도 외부에서는 경선에서 지고 나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라고 보일까봐 우려하시는 것도 이러한 걱정의 발로로 보입니다.

 

그래서 전 경선 후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않더라도 이름뿐인 선대위직이라도 걸어놓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실리를 따져서 움직이면 그건 홍대표님이 아니겠죠? 그렇다면 제가 홍대표님을 지지할 이유도 없었겠고요. 역시 홍준표는 마지막까지 홍준표입니다. 오늘 발언하신 이 말씀은 위와 같은 걱정에 내부총질과 몽니라는 프레임이 씌워질까봐 슬쩍 말이라도 꺼내보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 김종인 체제가 이루어진 만큼 홍대표님은 지금처럼 청년의 꿈에서 편하게 쉬시다가 차차기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네요. 청년의 꿈에서 당랑의 꿈까지.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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