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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곰벌레‧블롭피쉬‧타이타닉의 공통점

오주한

‘우주정복’ 인류, 기술제약에 뒤늦게 해저여행 박차

北 발사체 잔해 수거작전, 韓 해저탐사史 한 획 되길

 

2012년 모습 드러낸 바다 속 가장 깊은 그곳

 

인류가 탄생한지 수백만년이 지났지만 해저(海底)는 지금도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다. 우주로 진출해 달까지 정복하고 소행성을 격추하며 광년(光年)단위로 떨어진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지만 심해(深海)는 아직까지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생물종(種)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수백℃의 펄펄 끓어오르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심해열수구(熱水口)에도 키와(Kiwa)게 등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 해당 게는 2015년 우리나라 연구진이 남극 중앙해령(海嶺)에서 세계최초로 발견했다.

 

포동포동한 몸매의 치명적 매력을 자랑하는 곰벌레(Tardigrada)도 바다 등지에 서식한다. 곰벌레는 고온‧저온‧고기압 등 각종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불사(不死)로 유명하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미라와 같은 가사(假死)상태에 빠져 몇 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불로(不老)로 주목받는 홍해파리(Turritopsis dohrnii)도 해저에서 발견됐다. 홍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번데기처럼 변한 뒤 유아(幼兒)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유의 개성적 외모로 헐리웃영화까지 진출한 블롭피쉬(Blobfish)도 심해에서 산다.

 

해저가 인간의 방문을 거부하는 금단(禁斷)의 영역이 된 가장 큰 원인은 수압(水壓)이다. 바닥을 향해 내려갈수록 수압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상동물로서는 신체가 버티질 못한다. 금속도 마찬가지이기에 해저탐험은 우주진출보다도 더 늦게 성과를 보고 있다. 수심 10㎞ 지점의 압력은 해수면의 1000배에 달한다. 햇빛이라곤 들지 않는, 말 그대로 칠흑같이 새까만 어둠도 장애물로서 한 몫 한다.

 

바다의 가장 밑바닥 심연(深淵)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건 2012년 3월이다. AP통신은 ‘타이타닉(Titanic)’ 등을 연출한 세계적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 배수량 12t의 잠수정을 타고 입수(入水) 2시간만에 깊이 1만898m의 서태평양 마리아나해구(Mariana trench) 챌린저해연(Challenger Deep) 바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카메론은 각종 표본을 채취하는 등 3시간 동안 머물다가 부상했다. 핵탄두 대기권 재돌입 시 발생하는 수천℃ 온도마저 견디는 합금(合金)을 이미 수십년 전에 만들었던 인류도 수압을 버틸 합금개발에는 진땀을 뺐던 셈이다.

 

이렇듯 억겁(億劫)의 세월 동안 속살을 감춰왔던 해저는 공포와 동경의 대상이 돼 왔다. 인어(人魚)와 칼립소(Calypso)의 전설이 시작된 곳도, 크라켄(Kraken)과 레비아탄(Leviathan)이라는 금기의 이름이 잉태된 곳도 바다다. 현대에 들어선 인류도 바다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나치독일의 잠수함 유보트(U-boat)는 해저의 악마로서 마치 저승의 길잡이처럼 수많은 영혼들을 차디찬 명토(冥土)로 이끌고 갔다.

 

해저에는 생태계에 의한 위협 외에 지구 그 자체에 의한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소왕국 통가(Tonga)에 전세계 시선이 집중됐다.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거대한 지각활동이 벌어져 우주에서도 관측된 것이다.

 

해저화산인 ‘훙가 통가 훙가 하파이(Hunga Tonga-Hunga Ha'apai)’는 지구 내부 저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불길을 토해냈다. 이로 인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높이 수십m의 쓰나미(Tsunami)가 발생했다. 위력은 TNT 4~18Mt에 달했으며 분출된 물질은 성층권을 넘어 중간권인 57㎞ 고도까지 치솟았다. 이 어마어마한 폭발을 촬영한 위성영상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저, 인류손길 닿지 않은 무한한 부(富)의 보고(寶庫)

 

그럼에도 ‘정복의 종족’ 인류는 기술발전에 비례해 해저의 비밀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있다. 1985년 9월1일 미국 해양학자 겸 해군장교 로버트 밸러드(Robert Ballard)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600여㎞ 떨어진 곳의 수심 약 4000m 지점에서 타이타닉호를 발견했다.

 

당초 이 조사의 목적은 20세기 초 침몰한 비운(悲運)의 여객선을 찾는 게 아니었다. 알려지는 바에 의하면 미 행정부는 앞서 감쪽같이 실종된 두 척의 자국 원자력잠수함 행적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해당 원잠들 격침·납치 의혹을 받는 소련의 방해 가능성이 대두되자 밸러드는 타이타닉호 선체 발굴작업으로 위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군사작전이 해저탐험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셈이었다.

 

타이타닉 발견은 실제 수익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미국의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OceanGate Expeditions)은 타이타닉 선체 관광상품을 출시했다. 8시간가량의 프로그램 체험비용은 한 잠수정당 25만달러(약 3억4000만원)다. 타이타닉호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상징하는 초호화 유람선이다.

 

북한이 최근 발사했다가 실패한 ‘우주발사체라 쓰고 군사무기라 읽는’ 물체 잔해 인양작전이 현재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약 200㎞ 지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심 75m 바닥에 가라앉은 잔해수거를 위해 해난구조전대(SSU) 소속 심해잠수사들도 투입됐다고 한다. 바다는 무한한 부(富)의 보고(寶庫)다. 이번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북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등 확보로 북한 콧대를 확 눌러놓는 한편 비약적 해저탐사기술 발전, 해저 유물‧자원 발견 등의 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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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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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이 없습니다.
  • 오주한
    작성자
    2023.06.04

    해군의 영원한 등불 고 한주호 준위님과 같은, 국민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수병님들을 믿습니다. 성공적인 작전을 염원하며, 한편으로는 다시는 한 준위님과 같이 후배들을 위해 살신성인하시는 분이 없도록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풀소유

    안전이 제일입니다.

    그나저나 훙가 통가 훙가 하파이 영상 찾아 봤는데 실로 어마어마하네요.

    Force of Nature!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6.0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저도 처음에 보곤 깜짝놀랐었습니다. 안전제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