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개 재판'을 치르게 되면서 변호사비 문제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호사비가 최소 수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의 자금을 '개인 송사'에 쓰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돼 총 5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 일주일에 3~4일씩 법원에 출석하는 이 대표가 사실상 '법정 연금'을 당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늘어나면서 변호사 비용 부담도 커졌다. 이 대표는 총 16명의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5개 재판에 드는 변호사비만 수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대표는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데, 재판이 길어질수록 변호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공개된 이 대표의 재산 내역(2023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1년 사이 예금에서만 1억4680만 원이 감소했다. 이 대표는 "소비 증가 등으로 인한 재산 감소"라고 소명했으나 변호사 비용 지출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재판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함께하는 건 이 대표지만, 이 문제는 더는 이 대표만의 문제라기보다 직접적인 당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검토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음으로써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민주당이 여의도 당사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선거법 위반의 경우 이 대표의 개인 송사가 아니라 직접적인 당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단 선임 비용을 대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과 배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인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9일 한 방송에 나와 "법인의 대표자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법인의 비용으로 개인의 형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 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당직을 맡기 전 연루된 범죄 재판을 당이 지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 저지른 비리 행위를 당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 당연한 상식"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 받는 재판 모두 당이 지원해야 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에서 변호사비를 대납하면 형법상 횡령이나 배임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민사는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보조참가로 소송에 참가할 수 있는데, 이 대표의 재판은 모두 '형사 재판'이라 민주당이 제3자로 참가하는 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송사로 인한 비용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 성공보수 등을 받는 곳이 있긴 하다. 그러면 비용이 꽤 커질 것"이라면서 "이 대표를 변호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있어 정상적으로 변호사 수임료가 왔다 갔다 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5명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월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사천 논란을 비판하며 "공천으로 자기 범죄에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은 지난 6월 이 대표와 그의 부인 김혜경 씨의 변호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책 구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와 김 씨가 쓴 책을 구매해 재판 비용에 보태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구입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고, 김 씨가 2018년에 쓴 '밥을 지어요'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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