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을 소득기준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는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정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자 마련한 제도인데 오히려 소득기준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출생신고에 남편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편법을 공유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출산율 꼴찌' 꼬리표를 떼고 출산율 하락세를 막기 위해 모든 저출생 정책에 소득기준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와 관련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야 합의도 걸림돌이다. 소득기준을 운운하며 행정적인 잣대로만 접근하는 건 안이한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부부 소득기준이 신혼부부에게 일종의 '결혼 페널티'로 작용하고 혼인신고를 늦추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 소득기준은 기존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했다. 근로장려금 맞벌이 부부 소득기준은 3800만원 이하에서 440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1~3%대 금리로 주택 구입·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주택 구입 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대상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비혼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금리의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이나 전셋집 마련에 도움을 주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소득기준에 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부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사는 한 맞벌이 40대 가장은 "소득기준으로 부모들을 갈라치기 하면서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들게 한다"면서 "출산·육아·돌봄 정책은 소득기준을 따질 게 아니라 누구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줄곧 선택적 복지를 주장해 오던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저출산 위기 앞에선 각종 지원 정책에 대해 소득 기준은 물론이고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마저 하나둘씩 폐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초저출생 위기 해결을 위해 난임시술비 지원에 '거주기간'과 '연령별 차등 요건'을 전면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로 한정했던 소득기준을 폐지하고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난임부부에게 시술비를 지원해왔다. 서울 거주 6개월 요건도 삭제해 신청일 기준 서울에 거주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45세를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던 연령별 요건도 전면 폐지한다. 그간 44세 이하는 건강보험 급여율 기준 70%를 지원받았지만 45세 이상은 50%밖에 받지 못했다. 게다가 난임시술비 지원금마저 1회 시술비 지원상한액이 44세 이상은 30~110만원인데 반해 45세 이상은 20~90만원으로 최대 20만원가량 차이가 나면서 고령산모의 어려움이 컸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의회도 저출산 정책과 관련한 모든 소득기준을 없애는 것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입주, 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등 주요 정책 대상에 소득기준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소득기준이 사라지면 신혼 또는 자녀 출생 계획을 지닌 가구는 더 수월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시 재원으로 지원하고 이후 중앙정부에 기준 완화를 건의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저출산대책은 대다수가 입법 사안들이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여야 어느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신혼부부 주거와 난임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에 적용되는 소득기준 폐지는 출산 장려에 소득이 많고 적음의 구분이 불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며 "우리 사회 저출산 현상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심각하고 파급력이 큰 문제라는 점에서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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