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여성의 얼굴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30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범 박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 등 혐의를 받는 공범 강모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년, 강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법정에서 박씨는 머리를 부여잡는가 하면 강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서울대 N번방' 사건은 서울대 인문대 졸업생인 박씨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인 강씨 등이 서울대 동문을 포함한 여성 61명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사건이다. 이들은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범인 박씨는 본인이 만든 텔레그램 그룹에 허위 영상물 약 1600개를 게시하고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또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영상물을 외장하드에 저장해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아동 성 착취물을 게시∙소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날 재판부가 다툰 혐의는 크게 4가지다. △상습성, △음란물 소지죄, △교사, △심신미약 관련 등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상습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밝혀진 범행 기간만 약 3년 6개월이고 허위 영상물은 2천여 건으로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또 1~3일 간격으로 영상물을 유포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상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음란물) 소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본인 관리 하에 있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반포한 이후 체포됐음에도 이를 삭제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이런 행위는 소지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사' 혐의는 인정된 반면 피고인들의 '심신미약'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가 강씨에게 피해자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한 사실 등을 살펴볼 때 이들의 범행은 교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교사란 다른 사람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말한다. 이어 재판부는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을 했다기보다는 피고인들이 갖고 있던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으로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익명성 등 분위기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해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인간관계에 대한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일상 사진을 올릴 수 없는 등 일상생활에 심대한 지장을 입었으며, 앞으로도 끝없는 불안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익명성에 기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피고인들은 동문을 상대로 ‘지인능욕’ 디지털 성범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인사하며 웃으며 대화 나눌 수 있는 지인이라면 나에게 적어도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마저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조윤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씨에 대해선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이 그대로 인정됐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을 중단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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