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큰 상이다 보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수상을 떠나 볼쇼이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큰 영광이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물 같은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발레리나 강미선(40)은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개최딘 시상식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최고 여성무용수상 수상자로 강미선과 중국국립발레단의 추윤팅을 공동 선정했다. 한국인 수상은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에 이어 역대 5번째다.
올해 31주년을 맞은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우리말로 '춤의 영예'를 뜻한다. 근대 발레 체계를 확립한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에서 제정했다. 전년도 세계 각국의 무용단에 소속돼 있는 남녀무용수와 안무가가 처음 공연한 작품을 심사한다.
강미선이 수상한 작품은 지난 3월 선보인 '코리안 이모션' 중 유병헌 예술감독이 안무한 2인무 '미리내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인 정(情)을 몸의 언어와 한국무용의 색채를 아름답게 녹여낸 창작 발레다. 강미선은 '미리내길'에서 과부 역을 맡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의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적인 작품을 할 때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요. 8살부터 다니던 무용학원에서 6년 정도 한국무용을 배웠거든요. 어릴 때 했던 한국무용의 동작이나 느낌이 몸과 마음 속에 배어 있어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 있는 작품에 더 자신감이 있어요."
강미선은 잘 나가는 무용수들이 각종 콩쿠르를 우승하고 해외 발레단으로 진출했던 것과는 달리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21년간 활동한 순수 국내파다.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미국 워싱턴 키로프아카데미를 졸업했으며, 2002년 연수 단원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어릴 때부터 유니버설 입단이 꿈이었요. 여기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분들한테 인정을 받은 다음에 해외에 나가겠다고 결심했거든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어느새 21년이 걸렸네요. 후회는 없습니다."
강미선은 화려한 테크닉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갓미선'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러시아 출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와 결혼해 2년 전 아들을 출산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출산 후 5개월 여 만인 2022년 3월에는 '춘향'으로 컴백해 화제를 모았다.
남편과 러시아에 동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볼쇼이 발레단에서 함께한 남편의 옛 동료들이 왜 같이 안 왔냐고 제일 먼저 물어보더라. 아쉽게도 남편은 집에서 독박 육아를 하느라 못갔어요. 다음에는 아기와 남편과 같이 꼭 러시아에 가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워킹맘 발레리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어느 분야든 힘들지 않은 것은 없어요. 저는 육아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춤을 추고 무대에 오르면서 많이 풀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레리나를 꿈꾸고 경력을 시작하는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어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강미선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예술성, 테크닉, 연기력, 작품을 구상하는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무용수"라며 "무엇보다 한국 창작 발레로 입상을 해 세계 무대에 K발레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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