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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서울 폭망’ 국민의힘 총선보고서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들 담은 담론

2만 에뮤떼 조해(鳥海)전술에 무릎 꿇은 호주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되나… 김기현 대책은

 

<“대군엔 병법이 필요 없다”>

 

“중국‧소련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소련군은 중공군(中共軍)을 격파하고 쾌조(快調)의 연승 거뒀다. 전쟁 첫 날, 소련군은 중공군 포로 1천만명을 사로잡았다. 둘째 날, 소련군은 중공군 포로 5천만명을 사로잡았다. 셋째 날, 소련군은 중공군 포로 1억명을 사로잡았다. 넷째 날, 소련은 항복했다”

 

공산주의유머 중국편의 한 내용이다. 인류는 예나 지금이나 기업‧군사‧정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최고다. 기업은 유능한 직원이 많을수록 좋다. 국방도 정예병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정당도 국회 의석수가 단 하나라도 더 많으면 ‘장땡이’다.

 

때문에 날고뛰는 무수한 명인(名人)들도 머릿수 확보에 주력했다. 어느 날 한고조(漢高祖)와 술잔 기울인 한신(韓信)은 “폐하는 십만 병력 정도는 충분히 지휘하실 수 있습니다. 신(臣)은 많을수록 좋습니다(다다익선)”고 했다. 출처는 불분명하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는 “대군(大軍)은 병법(兵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피아(彼我) 병력차가 크다 하더라도 적을 잘게 쪼개 각개격파(各個擊破)하는 식으로 무찔렀다. 즉 전체 동원병은 그들이 적다하더라도 최소한 그들이 현재 서 있는 전장(戰場)에선 상대보다 머릿수가 더 많았다.

 

그러지 않고 정면대결에서 소수가 다수를 이긴 사례는 기적적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당장 헐리웃영화 ‘300’으로 유명한 스파르타(Sparta) 결사대도 좁은 길목 틀어막은 뒤 좁은 종대(縱隊)로 밀고 오는 페르시아(Persia) 측을 막았으나, 적이 샛길로 뒤를 들이치자 그대로 압착돼 전멸했다.

 

F-117 스텔스(Stealth) 전폭기 등 최첨단 무기 선보인 1991년 걸프전(Gulf war) 때 미군 동원 병력은 약 100만이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Iraq War) 때도 약 30만 미군이 투입됐다.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 등 최신예 미국산 무기, 음속의 10배 속도인 러시아제 극초음속미사일(Hypersonic missile) 등 운용되는 2022년~현재 우크라이나 전쟁(Russian invasion of Ukraine)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병력은 각 50만‧100만 이상이다.

 

<지평선 너머 나타난 2만 덩치들>

 

에뮤 전쟁(Emu war‧기간 1932년 11월~1932년 12월)은 인간이 자연의 무지막지한 물량전 앞에 백기 든 사례 중 하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호주 퇴역군인 상당수는 농군(農軍)으로 옷 갈아입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된 참전용사들이 자연을 벗 삼아 치유되던 1932년 무렵 지평선(地平線) 너머로 한 무리의 ‘덩치’들이 “짹짹”거리며 먼지구름 일으키고 달려왔다. 귀엽고 맹한 인상과 달리 키가 거의 2m에 달하는 주금류(走禽類) 에뮤가 제철작물 맛나게 먹으러 습격한 것이었다. 그 수는 자그마치 ‘2만 마리’에 달했다.

 

온 농지(農地)는 그대로 뒤집어졌다. 에뮤들은 광기(狂氣)에 젖어 온갖 작물들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졸지에 가족과 손가락 빨게 된 농부들은 빗자루 들고 에뮤를 구타했으나 2m의 거구(巨軀)들은 눈도 깜짝 안 했다.

 

지쳐 나자빠진 농부들은 빛의 속도로 호주 국방부로 달려가 조지 피어스(George Pearce) 장관에게 화력(火力)지원 요청했다. 피어스는 “하하 걱정 마십시오. 그까짓 놈들 기관총 두어 발 맞으면 알아서 도망할 겁니다. 내일 이맘때쯤 여러분은 에뮤 통구이 파티나 하고 계실 겁니다. 저도 한 접시 주십시오, 맛이나 보게” 의기양양해했다.

 

파견된 병력은 두 정의 루이스 경기관총(Lewis Gun)과 탄약 1만발 등으로 무장한 왕립호주포병대(Royal Australian Artillery) 제7중포병연대(7th Heavy Artillery) 소속 병사 수 명이었다. 농부들은 이들에게 음식‧숙박‧탄약비 등을 제공했다. 상당수 참전용사도 소총 배급 받아 작전에 동행했다.

 

첫 ‘교전’은 1932년 11월2일 벌어졌다. 병사‧농부들은 이 전투에서 수십 마리(추정)를 사살했다. 두 번째 교전은 11월4일이었다. 현장지휘관 귀네드 메리디스(Gwynydd Meredith)는 휘하 이끌고 지역 댐에 매복했다.

 

매복 얼마 뒤 메리디스의 눈에 보무당당히 행군(行軍)하는 약 1천 마리의 에뮤가 포착됐다. 이 악당들이 사정권 들어오자 메리디스는 일제 발포(發砲)를 명령했다. 그런데 1차 교전 전과(戰果)는 운이었는지 때려잡은 에뮤는 10여 마리에 불과했다. 에뮤들은 특유의 맷집 과시하며 총탄 몇 발 맞더라도 꽁지에 불나게 뛰어다녔다. 게다가 에뮤의 달리기 속도는 50~60㎞/h에 달해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피어스와 병사‧농부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이들에 대해 “새 하나 못 잡는 한심한 작자들” 취지로 보도했다. 11월 내내 사격으로 잡은 에뮤는 아무리 많게 잡아도 1천 마리가 채 못 됐다. 설상가상 에뮤 무리에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개체까지 등장했다. 여전히 건재한 1만9천 마리의 왜구 아니 에뮤떼는 총대장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히 헤쳐모이거나 인해전술 아니 조해전술(鳥海戰術)로 농가(農家)를 약탈했다.

 

잘 죽지도 않을뿐더러 들판 가득 메운 에뮤 대군 앞에 호주군은 전의(戰意) 상실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농부들이야 굶어죽든 말든 “에뮤가 먼저다” “살인마 아니 살조마(殺鳥魔) 호주군은 이 땅을 떠나라” “우리에뮤끼리” “우리가 에뮤다” “에뮤는 높은 산봉우리, 호주는 낮은 산봉우리” “아 아이들(에뮤)도 알고 보면 착한 아이들이랍니다” 피켓 들고 종전(終戰)협정 촉구했다.

 

결국 호주 정부는 농부들의 절박한 증파(增派) 요구 거절하고 에뮤 대표단과의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전쟁은 1932년 12월10일 인간의 패배로 끝났다. 에뮤는 오늘날 멸종위험도가 가장 낮은 관심대상(LC)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연쇄폭식마 에뮤들 잡아오면 돈을 주겠다”며 수배(wanted) 몽타주 붙였다. 서부의 총잡이‧현상금사냥꾼들은 극악무도 범죄행각 뒤 위스키바 아니 둥지에 앉아 고독하게 모이 들이키는 무법조(鳥)들 덮쳐 포승줄 채웠다.

 

조상의 치욕을 구전(口傳)으로 접한 농부의 후손들은 가축화된 에뮤고기를 팔면서 그 날의 복수를 하고 있다. 참고로 1996년 미국 CNN 보도에 의하면 에뮤고기는 소고기맛과 흡사하면서도 기름기는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맛있다고 한다.

 

<“지난 총선의 악몽 떠오른다”>

 

오늘(8일) 조선일보가 충격적 보도를 내놨다. 국민의힘 사무처가 작성한 내년 총선 판세 분석보고서에서 서울 49석 중 여당 우세지역이 ‘6곳’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인사, 총선기획단 위원들은 최근 해당 보고서를 열람했으나 보안 등을 이유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한 당내 인사는 신문에 “서울 우세지역이 6곳밖에 안 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일부 고위인사들이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았다.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 낙관적 전망하는 것 보고 지난 총선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 포함해 전체 300석 중 103석 얻는데 그쳤다. 서울‧경기(전체 59석) 승리지역이 각 8곳‧7곳에 그친 탓이 컸다.

 

물론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誤報)일 수도 있다. 보고서와 다른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다. 허나 필자 개인적으로도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현 정부‧여당 모양새를 보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다수결(多數決)의 원칙이 기본이다. 즉 국회 의석수가 단 1석이라도 많은 곳이 국정(國政)‧의정(議政) 주도 동력을 차지하게 된다. 만약 여당 사무처 보고서가 내년 총선에서 현실화된다면 거야(巨野) 입법폭주 논란 지속, 현 정부의 식물정부 전락은 불가피하다.

 

내년 기준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정부의 국정공백 방지 차원의 원활한 국정수행, 거야 입법폭주 논란 종식, 거대양당 간 힘의 균형 등을 위해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안 된다. 최근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대립에서 지도부가 사실상 승리했다. 지도부는 당(黨)을 살릴 비책이 있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총선 결과 책임은 오로지, 물론 대타희생양‧순장조 마련할 공산이 크지만, 지도부가 져야 한다. 그것도 석고대죄(席藁待罪)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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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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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dol7707

    TK조차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서 민주당이 몇석 얻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 whiteheart

    지금 이대로라면 저 6곳도

    장담 못할거라 생각됩니다

     

    국무위원 출신들은 너도나도

    양지찾아 떠나고

    인요한 전 위원장의 혁신안

    실천가능성이 불투명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인은

    언제쯤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