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을 담은 담론
동방삭‧강림도령의 손에 땀을 쥐는 한판승부
동방삭(東方朔‧생몰연도 기원전 154~기원전 92)은 전한(前漢) 중기의 인물이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의 친구이자 유라시아대륙 동쪽 구역에서의 미친 짓거리 선구자로 유명하다.
얼마나 돌아이였으면 그 이름이 해외에까지 전해져 우리 한반도에서도 유명세를 치렀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공전(空前)의 대히트를 기록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유행가 멜로디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마천은 지인 변호하다가 남성의 심볼이 달아나는 등 친구 잘못 사귀기로 유명했다. 졸지에 생물학적 트랜스젠더가 된 그는 교우(交友) 동방삭의 사이코 행각을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다음과 같이 상세히 소개했다.
“동방삭이 처음 장안(長安‧전한의 수도)에 들어와 황제(무제‧武帝)에게 글을 올렸는데 3천 개의 목간(木簡)이었다. 황제는 두 달 만에 겨우 이를 다 읽고 동방삭을 불러다 제 시중을 들게 했다.
동방삭은 어전(御前)에서 식사가 끝나면 남은 고기를 전부 품속에 구겨 넣어 돌아갔는데 국물이 줄줄 흘러 거지꼴이 되기 일쑤였다. 주변은 ‘저런 미친X’ 욕했으나 무제는 ‘원래 저런 놈이다’ 평가했다.
동방삭은 봉급을 타는 족족 혼자 다 써버렸다. 장안의 미인들을 아내로 맞았으며 대체로 혼인 1년째가 되면 이혼도장 찍고 딴 여자에게 들이댔다. 그리곤 천자(天子)로부터 하사받은 재물을 모두 그 여자에게 줘버렸다. 주변은 ‘역시 미친 X’ 고개를 끄덕이며 황상의 혜안에 감탄했다.
어느 날 누군가 동방삭에게 ‘너 미친놈이래’ 말했다. 그러자 동방삭은 ‘나는 세상을 피해 조정에 은거하는 은자(隱者)라네’ 부르짖었다. 그는 때때로 만취하면 ‘궁궐 안에서도 세상을 피해 온몸을 보전할 수 있거늘 깊은 산속 초가집 들어가는 놈들 바보’ 신나게 노래 불렀다... (이하 생략)”
동방삭의 돌아이즘(Dolaism)은 후대에 전해지면서 전설로도 만들어졌다.
서진(西晉)의 학자 장화(張華)가 저술한 반은 괴담집인 박물지(博物志)에 의하면 어느 날 무제 앞으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술 한 동이가 외국에서 배달됐다. 입맛을 다신 무제가 동이 째 꿀꺽 마시려는 찰나 동방삭이 짜잔 나타나 “제가 실은 양주 소믈리에입니다. 제가 먼저 맛보고 우아하게 마시는 법을 알려드리지요” 말했다.
동방삭의 사짜술에 혹한 무제는 술을 통째로 내줬다. 그러자 동방삭은 번개의 속도로 원샷한 뒤 “속았지롱. 날 죽일 테면 죽여 봐라. 안 죽으니까” 배 내밀었다. 그 길로 달아난 동방삭은 ‘삼천갑자(三千甲子‧약 18만 년)’나 사는 장수노인이 돼 갖은 곳을 유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미친 짓을 할 수 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우리나라 강림도령(降臨道令) 설화에 따르면 이를 보다 못한 염라대왕(閻羅大王)은 동방삭을 지명수배하고 좌우에 검거를 명했다. 특별수사팀을 이끌게 된 강림도령은 삼천갑자나 살아서 이미 위장술‧미친짓에 도가 튼 동방삭을 어떻게 잡을까 궁리했다.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행동에 착수했다.
어느 날 강림도령은 냇가에 퍼질러 앉아 시커멓게 탄 숯에 물 뿌리고 열심히 문질렀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지금 뭐하는 거요?” 묻자 ‘동바(동네바보)’ 강림도령은 씨익 웃으며 “숯을 씻어 하얗게 만들려고요” 답했다. 사람들은 “저런 미친 X” 손가락질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우연히 냇가를 지나게 된 동방삭도 이 신기한 풍경에 넋이 나가 “너 지금 뭐하냐?” 물었다. 강림도령은 콧물을 줄줄 흘리며 “하얗게 만들려고요” 답했다. 천하의 동방삭도 놀라 나자빠져 “내 18만 년이나 미친 짓거리를 연구개발(R&D)했지만 나보다 더한 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외치며 이 신의 경지에 오른 광신(狂神)에게 엎드려 절했다.
비로소 이 노인이 동방삭임을 알아챈 강림도령은 체포영장 내보이며 동방삭에게 쇠고랑을 채웠다. 동방삭의 18만 년 악행은 그렇게 올스톱됐다고 한다. 이 전설은 경기도에서 발원해 서울 시내로 흘러들어오는 탄천(炭川)의 지명 유래가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어지럽다. 이게 무슨 공복(公僕)들을 뽑는 건지 미친 X 콘테스트를 하는 건지 총선판이 헷갈리고 또 헷갈린다. 강림도령이 필요하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