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개담] 거세개탁(擧世皆濁)하도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을 담은 담론

찢고 뜯고 혼자 하고 떼로 하고 동물의 왕국

이 거세개탁 원흉들을 원심분리기에 돌려야

 

굴원(屈原‧생몰연도 기원전 340~278)은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학식이 높고 정치적 안목이 탁월했던 그는 회왕(懷王)에 의해 최측근으로 발탁돼 정무‧외교 등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회왕이 타국에 억류돼 비참하게 눈감고 경양왕(頃襄王)이 왕위에 오르자 조정에는 탐욕스럽고 혹세무민만 능한 간신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간신들은 떼로 엉켜 다니며 눈엣가시 굴원을 난잡하게 모함했다. 강남으로 추방당한 굴원은 회왕을 그리워하며 이소(離騷)라는 시를 지었다. 당시 대륙의 강남은 밀림이 펼쳐지고 온갖 사나운 짐승들이 출몰하는 불모지였다.

 

마치 광부(狂夫)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채 멱라강(汨羅江)을 떠돌던 굴원은 백발의 늙은 어부와 마주쳤다. 굴원은 어부와의 문답에서 변하지 않는 우국충정(憂國衷情)의 기개를 토해내는가 하면 때로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천붕지통(天崩之痛)의 심정을 드러냈다. 마침내 대화를 끝낸 굴원은 멱라수에 몸을 던져 한 많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게 어부사(漁父辭)다.

 

어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屈原旣放(굴원기방) : 굴원이 쫓겨나

游於江潭(유어강담) : 강호에서 노닐며

行吟澤畔(행음택반) :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고 다니는데

顔色樵悴(안색초췌) : 안색은 초췌하고

形容枯槁(형용고고) :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漁父見而問之曰子非三閭大夫與(어부견이문지왈자비삼려대부여) :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십니까”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셨습니까”

屈原曰擧世皆濁(굴원왈거세개탁) : 굴원이 말하기를 “세상이 다 혼탁한데”

我獨淸(아독청) : “나 홀로 깨끗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 :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我獨醒(아독성) : “나 홀로 깨어 있었소”

是以見放(시이견방) : “이런 까닭에 추방을 당했소”

漁父曰聖人(어부왈성인) :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不凝滯於物(불응체어물) : “세상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 “세상을 따라 변하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世人皆濁(세인개탁) : “세상 사람들이 모두 탁하면”

何不淈其泥而揚其波(하불굴기니이양기파) : “왜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衆人皆醉(중인개취) :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다면”

何不飽其糟而歠其醨(하불포기조이철기리) : “어째서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아무렇게나 빚은 술)를 마시지 않으십니까”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여”

自今放爲(자금방위) : “스스로 쫓겨남을 당하게 하십니까”

屈原曰吾聞之(굴원왈오문지) : 굴원이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新沐者(신목자) :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必彈冠(필탄관) :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新浴者(신욕자) : “새로 목욕한 사람은”

必振衣(필진의) :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 했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 “어찌 결백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녕부상류) : “차라리 상강에 가서”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 “어찌 결백한 몸으로서”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 :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漁父(어부) : 어부는

莞爾而笑(완이이소) : 빙그레 웃고서

鼓枻而去(고설이거) :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 부르면서 떠나갔다.

乃歌曰滄浪之水淸兮(내가왈창랑지수청혜) : 노래하기를 “창랑(은자가 사는 강변)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 : “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 : “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 “내 발을 씻으리라”

遂去不復與言(수거불복여언) : 마침내 떠나가 다시 함께 이야기하지 못했다.

 

“세상이 다 혼탁한데” 즉 거세개탁(擧世皆濁)은 어부사의 내용을 네 글자로 압축하다시피 한 표현이다. 해당 사자성어는 2012년 교수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굴원이 멱라수에 몸 던져 단오(端午)의 기원이 된 지 약 2300년. 바야흐로 거세개탁의 무리들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더럽히고 있다. 하나는 뭘 찢는다 하고, 하나는 뭘 뜯는다 하고, 하나는 상납 받아 한다 하고, 하나는 떼로 몰려 한다 하고.

 

그러면서 무슨 화타(華陀)가 남녀의 음양(陰陽)으로 여자를 치료한다는 밤의 문학이나 써제끼고. 정작 후한(後漢) 말의 명의(名醫) 화타는 부적절한 방사(房事)를 경계했었는데 말이다. 기록에 의하면 화타는 죽을병에 걸렸다 살아난 돈자헌(頓子獻)이란 자에게 “수고로운 일(남녀관계)”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러나 수고롭고 싶었던 돈자헌은 마침 찾아온 아내와 동침했다가 이승과 작별했다.

 

무슨 변태적 성(性)도착증 환자와 성범죄자들 집합소처럼 된 게 2024년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고래(古來)로 많은 양심 있는 이들은 스스로의 건방진 양물(陽物)을 가차 없이 처단함으로써 무아지경(無我之境)‧득도(得道)의 경지에 올랐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그 처절했던 이들의 안타까운 아비규환(阿鼻叫喚)이 줄줄이 검색된다. 2005년 1월 AP통신 등 보도에 의하면 미국 네바다주(州)의 한 50대 남성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한 끝에 스스로의 심볼에 안녕을 고했다. 하의실종 상태로 과도를 떨어뜨린 남성은 911(우리의 119)에 전화해 “살려줘” 통성(痛聲)을 내뿜었다고 한다. 다행히 경찰은 “환자에게 큰 문제는 없다. 이 남성은 나중에 상담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1976년 9월 우리나라 서울에서는 똘똘했던 오랜 친구를 제 손으로 떠나보낸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던 걸로 확인된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산 중턱에서 서울 K중학교 3학년8반의 김모(당시 14세)군이 인체의 중심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데굴데굴 구르다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김 군 옆에는 한 자루의 가위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의식을 회복한 김 군은 “12세 때부터 몸과 마음을 자위(自慰)해왔는데 몸이 쇠약해지고 종교인으로서 죄책감을 느껴 그랬다”고 토로했다. 김 군의 친구를 봉합수술했던 병원 원장은 “남성으로서의 삶은 끝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도 김 군은 장성한 뒤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믿고 싶다. 어린 시절 누렁이에게 그것의 일부를 뜯어 먹혀 입궁한 이조(李朝)시대 환관들 상당수의 그것은 차렷자세에 문제가 없었으며, 때문에 배우자와도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눌 수 있었다 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거 무슨 정치판인지 뭔지 낯 뜨거워서 얼굴을 들지를 못하겠다. 개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더 이상의 그 짓거리들을 중단하길 요구하며, 정 스스로 절제가 안 되면 알아서들 잘라내길 바란다. 그 추악한 탐욕들을.

 

20000.png.jpg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