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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달(月) 남극의 충격적 진실

오주한

인류 첫 月 남극 착륙선 “지표‧지하서 양극화”

韓 개척 참여…月도 ‘엄카’ 등 찌든때 물들까

 

옥토끼와 월궁항아의 전설

 

달(月)은 누구나 알다시피 지구의 유일한 위성(衛星)이다. 달은 태양계 위성들 중 모(母)행성과 비교했을 때 유독 크다. 때문인지 달은 조수간만차(潮水干滿差) 등 지구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탄생 원인으론 원시지구에 화성만한 행성이 부딪혔고(자이언트 임팩트‧Giant Impact), 그 충격으로 떨어져나간 지구파편들이 중력으로 모여 형성됐을 것이란 추측이 있다.

 

달은 동서양 막론하고 태고적 신앙(信仰) 대상이 돼 왔다. 과거 구미(歐美)는 대체로 늑대인간 등 달을 불길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동양은 숭배(崇拜) 대상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는 ‘방아 찧는 토끼’ 구전(口傳) 등이 있다. 중국은 최소 주(周)나라 때부터 추석 기원이 된 중추절(仲秋節‧음력 8월15일)을 지냈다. 고대 대륙인들은 달의 여신 항아(姮娥) 또는 월궁항아(月宮姮娥)에게 제를 올렸다.

 

주례(周禮) 등에 따르면 주나라인들은 보름달이 뜨면, 마을 단위로 모여 달을 본 딴 둥근 과자‧과일 등을 항아에게 올린 뒤 음식을 나눠먹었다. 과거엔 지구·달 거리가 지금보다 짧았기에, 밤하늘의 보름달은 말 그대로 휘황찬란했다고 한다.

 

도가(道家) 서적인 포박자(抱朴子)는 항아에 대해 고대의 궁신(弓神) 예(羿)의 아내라고 기록했다. 예는 어느 날 천제(天帝)의 아들 열 명이 천지조화(天地造化) 어지럽혀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뜨자, 그 중 아홉을 활로 쏘아 죽였다. 노한 천제는 예‧항아 부부를 천계(天界)에서 내쫓았다.

 

인간이 된 예는 우연히 곤륜산(崑崙山)의 서왕모(西王母)를 만나 어떤 비약(또는 복숭아)을 받았다. 이 음식은 두 사람이 나눠 먹으면 둘 다 불로장생(不老長生)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전부 먹으면 홀로 승천(昇天)할 수 있었다. 항아는 남편 몰래 그걸 먹고 하늘로 돌아갔으나, 괘씸죄에 걸려 옥토끼와 함께 평생 달에 유폐됐다.

 

현대 들어선 양유기(養由基)보다 훨씬 이전의 한 활잡이 또는 궁족(弓族)에 얽힌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처럼 남은 것으로 추측 중이다. 공교롭게도 ‘예’는 우리 한민족 뿌리가 된 종족 중 하나인 ‘예맥(濊貊)’과 발음이 비슷하다.

 

고조선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웅녀(熊女) 설화는, 청동으로 만든 활‧창칼 등 다루며 곰을 토템(totem)으로 받든 선진(先進)세력이 호랑이를 숭배한 후진(後進)세력을 정복‧흡수한 게 전승(傳承)됐을 것이란 추측이 있다.

 

아무튼 이러한 달을 둘러싼 원시종교는, 세월이 흘러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접어들어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하나인 음양가(陰陽家)에 적잖은 영향 끼쳤다. 그리고 달의 이야기는 만주(滿洲)‧한반도‧열도‧월국(越國‧지금의 베트남) 등으로 퍼져나갔다.

 

가구야공주의 눈물

 

일본도 달을 신성시했다. 열도에서 가장 오래된 전래동화 격인 타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대나무꾼 이야기)엔 가구야히메(かぐやひめ‧가구야공주)란 주인공이 등장한다.

 

원작과 애니메이션 내용이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2013년 개봉해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 애니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가구야공주 이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달에 살던 한 선녀(仙女)는 늘 지구를 바라보며 “저기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 했다. 이웃에 살면서 항시 지구만 바라보며 흐느끼던 또 다른 선인(仙人)은 궁금증을 부추겼다. 결국 선녀는 선을 넘은 탓에 선계(仙界)에서 잠시 내쫓겨 인간계(人間界)로 내려가는 벌을 받았다.

 

인세(人世)에 살면서 대나무 팔아 생계 꾸리던 한 노인은 어느 날 숲에 갔다가 영롱한 광채를 발견했다. 그가 다가가자 연꽃이 열리며 자그마한 선녀가 나타났다. 놀란 것도 잠시, 노인이 황급히 엎드려 절하고 조심스레 제 손에 옮기자 동녀(童女)는 갓난아기로 변했다. 평생 자식이 없던 노부부는 하늘이 점지한 아이라 생각하고 애지중지 키웠다.

 

아기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며 평범한 시골소녀로서 행복 누렸다. 동시에 노인이 대나무를 켜자 안에서 귀하디 귀한 비단옷이 쏟아져 나왔다. 노인은 “이 아이는 공주가 틀림없다” 여기며 수도 교토(京都)에 대저택을 사들이고 이사했다.

 

소녀는 도시에서 인간세상의 온갖 추악함을 목격‧경험했다. 여러 황족(皇族)들은, 이제는 처녀가 된 소녀의 미모에 반해 조강지처(糟糠之妻)마저 내치고서 목숨 걸고 구혼(求婚)했다. 급기야 천황(天皇)마저 나서서 처녀를 첩실로 들이려 했다. 노인은 의붓딸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황제의 비빈(妃嬪)이 된다니 여자로서 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혼자 흥분했다.

 

결국 천황에게 겁탈당하기 직전, 처녀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기억이 난 듯, “선계로 돌아가고 싶다” 외쳤다. 그 순간 부처의 형상을 한 초월적(超越的) 존재가 여러 수행원들 거느리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존재와 마주치는 순간 처녀는 홀린 듯 속세(俗世)의 모든 번민(煩悶) 잊고 따라나섰다.

 

노부부, 특히 자식 심정을 유일하게 공감했던 노부인은 딸을 애타게 부르짖었다. 선계로 향하던 처녀는 불현듯 그간의 모든 희로애락(喜怒哀樂) 떠올린 듯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 나지막이 부르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그 뒤로 처녀 아니 선녀는, 과거 그 선인이 그랬던 것처럼, 선계에서 인간세상 내려다보며 매일매일 눈물로 옷깃을 적셨다.

 

月 만큼은 더 이상의 눈물 없길

 

인도 탐사선 찬드라얀 3호(Chandrayaan-3)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南極)에 착지했다는 소식이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 들어, 달은 신앙대상을 넘어 심우주(深宇宙)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기지로 기대 받고 있다. 더구나 달엔 80억 인류가 수백~수천년을 쓰고도 남을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때문에 인류는 1969년 7월20일 달 착륙을 넘어 ‘달 식민지’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우리나라 일부도 참여 중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은 달에 유인(有人)기지 짓고,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달 남극이다. 이곳에서 생명(生命) 필수품인 물(水)을 찾는 게 찬드라얀 3호 임무 중 하나다.

 

기지야 달 표면에 넘쳐나는 토양(土壤) 이용해 3D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고, 정거장이야 미국 업체 스페이스X(SpaceX) 등의 무지막지한 로켓으로 인력‧화물‧식량 날라 궤도에서 조립할 수 있지만, 막대한 양의 공업용수(工業用水)‧농수(農水)‧식수(食水) 없으면 이 모든 건 말짱 꽝이다. 우주가 얼마나 혹독한 환경이냐면 2015년작 헐리웃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간접체험 할 수 있다.

 

그런데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서 한 가지 특기(特記)할만한 현상 발견했다고 한다. 27일(현지시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에 의하면 달 남극 토양온도는 극과 극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표면은 섭씨 영하 50도이지만, 불과 8㎝ 아래 지하는 영하 10도라고 한다. 이는 달 지하에선 약간의 기계화만으로 온실(溫室) 속의 화초처럼 살 수 있으나, 표면에 나가는 순간 지옥(地獄)이라는 걸 뜻한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필자는 어쨌거나 정계(政界)가 일터이기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훗날 달 식민지화가 성공한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사회처럼, 앉아서 탁상공론이나 하는 ‘엄카(엄마카드)의 힘’과 속칭 노가다 내몰리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의 양극화(兩極化)가 불가피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대한민국도 아르테미스 계획에 관여 중인만큼, 월궁항아‧가구야공주 등 태곳적 인류기억 간직한 순수한 달이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우(杞憂)다.

 

‘엄카의 힘’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일부 병폐(病弊)는, 원정출산 등에서 보듯 지구상 마수(魔手)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필자가 ‘월화수목금금금’에 찌든 탓에 따른 스트레스가 기우 원인일 수도 있지만, 모쪼록 작금의 대한민국에 물든 나쁜 기운으로 인해 달이 찌드는 대신, 도리어 달 개척이 대한민국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길 바란다. 달토끼가 행복하게 떡을 찧고, 가구야공주가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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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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