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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지엉덩이 기운 자리 들킬라” 누리호 개발 의의

오주한

정찰(첩보)위성, 공산권 도발감시 중핵으로 활약

‘위성 자력발사’ 누리호, 韓 국방강화 한 획 되길

 

‘핵전쟁’ ‘3차 세계대전’ 막아낸 정보의 힘

 

“왜 우리 공산당 지도자들은 미국을 쫓아가자고만 하지 앞질러 가자는 소리는 안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그야 미국을 앞질러 가면 바지엉덩이 기운 자리를 들킬까봐 그런 거지”

 

냉전시기 서구에서 유행한 ‘공산주의 유머’에 나오는 내용이다. 냉전 당시 소련은 자국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위험한 치킨게임의 유혹에 종종 빠져들었다. 그럴수록 미국 등 서방은 ‘철의 장막(Iron curtain)’ 너머를 엿보기 위해 첩보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첩보를 통해 공산권 음모를 분쇄한 대표적 사례가 1962년 10월 쿠바미사일위기(Cuban missile crisis)다. 당시 소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투발 전력에서 미국에 뒤쳐졌다. 이에 소련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yov)는 미국 턱 밑인 쿠바에 미사일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지가 완성되면 시애틀 등 소수지역을 제외한 미 본토 전역을 핵미사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은밀히 협력 중이던 소련군 총참모부 정보국(GRU) 대령 올레크 펜콥스키(Oleg Penkovsky)로부터 이 정보를 접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로선 이를 국제사회에 폭로하고 소련을 응징하기 위해선 보다 가시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이 때 활약한 게 U-2 고공정찰기다. 쿠바 상공으로 침투한 U-2는 기지 공사현장 등을 낱낱이 촬영했다.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는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한 뒤 단호한 어조로 소련의 철수를 요구했다. 회의에 출석한 애들레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소련 대사에게 “귀하는 귀국 탄도탄이 쿠바에 배치되고 있음을 인정합니까? 통역 기다릴 것 없이 예‧아니오로 답하시오”라고 몰아붙였다. 케네디는 한편으로는 최악의 경우 핵전쟁까지 각오하면서 만반의 준비태세를 육해공군에 지시했다.

 

실제로 흐루쇼프는 건설자재를 실은 상선 등의 쿠바행을 강행했다. 그는 1962년 7월 모스크바를 찾은 쿠바 고위급 인사에게 “난 케네디의 X알을 움켜쥘 것이오”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었다. 소련 폭스트롯(Foxtrot)급 잠수함 B-59는 함장‧정치장교 승인 하에 미 해군 함정에 대한 10㏏ 위력의 핵어뢰 발사 직전까지 갔다. 이는 부함장 바실리 아르히포프(Vasili Arkhipov)의 결사반대로 극적으로 저지됐다.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당시 미 국방장관은 훗날 회고에서 “회의가 끝나고 백악관에서 나오면서 노을이 드리운 가을하늘을 봤다. 참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다음 주 토요일이 오기도 전에 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흐루쇼프는 핵공멸을 우려한 제3세계 등 국제사회 비판, 미국과의 현격한 핵전력 차이 등을 고려해 결국 백기 들었다. 그는 1962년 10월28일 미사일기지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또 미국이 튀르키예에 배치한 미사일 철수를 전제로 쿠바에 배치된 소련 미사일들을 전량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인류가 직면한 아마겟돈(Armageddon)의 위기는 U-2의 맹활약 덕분에 종식될 수 있었다.

 

‘테러범’ 김일성 숙소사진도 신속배달

 

U-2는 방공망을 피해 고고도를 비행할 수 있지만 아음속(亞音速)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U-2는 1960년 5월 소련 상공에서 SA-2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된 적 있었다. 소련은 자국 영토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U-2를 잡겠다며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대공미사일을 소나기처럼 퍼붓는 ‘눈물의 X꼬쇼’ 끝에 겨우 한 대 떨어뜨릴 수 있었다. 피격된 기체의 조종사 게리 파워즈(Gary Powers)는 소련군 포로가 돼 미국에 충격을 던졌다.

 

이에 미 공군은 쿠바미사일위기로부터 2년 뒤인 1964년 초음속정찰기 SR-71을 배치했다. 해당 기체는 성층권인 26㎞ 고도에서 마하3(시속 약 3600㎞)의 속도를 거의 상시 유지하며 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상, U-2도 그렇지만, SR-71 조종사들은 우주복과 흡사한 복장을 착용하고 작전에 임했다.

 

SR-71에는 우리나라가 얽힌 재밌는 비사(祕事)가 있다. 고(故)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회고록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21사태 직후 김일성 소재를 찾는데 주력했다. 1‧21사태는 김일성이 박 대통령 암살을 기도하며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무장게릴라 31명을 남파했다가 저지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천하의 중앙정보부도 김일성 위치를 몰라 난처해했다.

 

장 총장은 도쿄(東京)의 세스 매키(Seth Mackie) 미 공군 중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던 매키 중장은 “걱정 말라”고 답했다. 이틀 뒤 장 총장은 휘하로부터 “총장 각하, 큰일났습니다. (북한) 서해안 진남포 상공에서 동해안 원산 방향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상한 비행물체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10만 피트(3만50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한 것 같습니다. 이동시간은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장 총장은 소련의 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긴장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공군에는 김일성 숙소 등을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들이 두 개의 나무박스에 실려 도착했다. 당시 미국은 SR-71의 존재를 극비에 부치고 있었다. SR-71은 1990년 퇴역할 때까지 단 한 차례의 피격도 없이 ‘기운 엉덩이’처럼 가려진 공산권의 치부를 샅샅이 들춰냈다.

 

미 우주군(USSF)은 2000년대 들어 X-37B라는 정체미상의 무인항공기를 운용 중이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하는 X-37B는 2010년 4월 이륙한 뒤 7개월10일 동안 지구궤도를 돌다가 귀환했다. 2020년 5월의 6차 발사 때는 2년6개월 동안 외기권 바깥에서 모종의 작전을 수행하다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 활주로에 안착했다.

 

X-37B의 정확한 임무가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우주공간에서의 생명체 생존법 연구 등이다. 그러나 민간에서의 비행궤적 분석 등을 토대로 하면 중국‧러시아‧북한 등을 감시하는 정찰기일 것으로 강하게 추측되고 있다. USSF는 향후 X-37B에 6명가량의 인원을 태운다는 방침이다.

 

우주에서 지표면을 ㎝ 단위로 감시

 

정찰위성(첩보위성)은 상시 우주에 머물며 지표면을 내려다보는 감시자산이다. 위성은 요격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위성요격미사일(ASAT) 시험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인도뿐이다. 그마저도 우주쓰레기(Space debris) 발생 등으로 인해 ASAT를 반대하는 국제여론이 높다.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은 2013년작 헐리웃 영화 ‘그래비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2020년 미국이 발사한 X-37B에는 고출력 극초단파 광선을 발생시킬 수 있는 ‘태양광발전 전파 안테나 모듈(PRAM)’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다. 극초단파 광선을 맞은 ASAT‧위성 등은 컴퓨터가 망가져 파편 발생 없이 무력화된다. 중국도 지난해 8월 쏘아올린 무인 우주왕복선이 276일만인 이달 초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밝히는 등 ASAT 대응기술 확보에 매진 중이다. 킬러위성(공격위성), ‘ASAT 잡는 ASAT’, 레이저와 같은 지향성에너지무기(DEW) 개발 등도 ASAT에겐 위협적이다.

 

미국이 운용 중인 키홀(Key Hole) 위성의 성능은 상상이상이다. 대당 10억달러(약 1조1256억원) 상당의 KH-12의 경우 해상도 15㎝의 초정밀 디지털카메라, 야간촬영을 위한 적외선탐지기 등을 통해 가로세로 15㎝ 크기인 지상물체를 하나의 픽셀로 인식할 정도의 고화질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때문에 감시대상이 읽고 있는 신문이 월스트리트저널인지 뉴욕타임스인지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해상도 1㎝의 초정밀카메라를 탑재한 KH-13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특급기밀 취급되는 정찰위성 특성상 키홀 시리즈가 그간 거둔 성과가 무엇인지는 세세히 알 수 없다.

 

물론 정찰위성이 만능인 건 아니다. 지구는 자전‧공전을 하기에 미국처럼 다량의 위성을 운용하지 않는 한 대상을 지속 감시하는 건 어렵다. 게다가 구름이 끼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카메라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각 국이 정찰위성‧정찰기를 함께 운용하는 배경이 된다. 그럼에도 주요국들이 앞 다퉈 보유 대수를 늘리는 등 정찰위성은 여전히 첩보전의 중핵(中核)으로 활약 중이다.

 

25일은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가 세 번째로 날아오르는 날이다. 누리호는 위성 등 수 톤의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한다. 누리호 덕분에 한국은 1톤급 이상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그간 위성발사 등에서 타국 로켓에 의존해왔던 우리나라로서는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6시24분께 대지를 박차고 오를 예정이다. 16~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아는 것이 힘이다”고 했다. 북한‧중국 등의 위협이 고조되는 지금 누리호가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의 한 획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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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email protected]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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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이 없습니다.
  • 멸공통일
    2023.05.25

    흐루시쵸프가 그 사태로 실각하고 크림반도로 유폐되어서 통나무에 앉아 울고 있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 멸공통일
    오주한
    작성자
    2023.05.25
    @멸공통일 님에게 보내는 답글

    말씀하신대로 쿠바미사일위기가 흐루쇼프 축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의 급소 움켜쥘 생각하기 전에 제 급소부터 챙겼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 풀소유

    발사 위성이 많은 만큼 어렵겠지만 성공 기원합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5.2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다행히 무사히 발사됐다는 소식 접했습니다.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 오주한
    풀소유
    @오주한 님에게 보내는 답글

    4차 5차 6차 차세대 계속해서 발사에 성공하기를!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5.25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필승입니다! /(-_-*)

  • INDEX
    2023.05.25

    이런데 돈을 더써야지!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5.25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