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싸드, 더 필요하나?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은 선거과정에서 싸드를 추가로 더 배치하겠다고 공약하였고 이에 대해 서울과 충청의 유권자들은 반발한 바 있다. 
싸드보다 우리가 L-SAM을 조속히 개발완료해 배치하자는 주장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싸드를 더 배치할 필요가 있는가, 싸드를 더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尹이 과연 옳은가 검토해보자. 
 
싸드의 요격률부터 점검해보자. 
싸드의 요격률이 80%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고 90%를 넘는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던데 그러면 싸드 한발의 요격률을 85%라고 치자. 
논쟁이 있지만 단순히 85%라고 가정해도 이 글의 논의에 중요한 쟁점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발의 요격률이 85%라고 치면 싸드는 날아오는 미사일 한발당 두발씩 발사하므로 요격률은 
 
1-(1-0.85)^2 = 98% 
 
가 된다. 
따라서 이 정도면 요격의 신뢰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런데, 만약 개전시 북한이 10발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쏘고 추가 배치된 여러 포대가 동시에 싸드로 요격하려 한다고 가정하면 10발의 핵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확률은 
 
0.98^10 = 80% 
 
가 되므로 날아오는 핵미사일 중 한발이라도 요격에 실패할 확률은 
 
1-0.8 = 20% 
 
가 된다. 
이런식으로 북한이 동시에 쏘는 핵미사일 갯수별 싸드의 요격률과 요격실패율, 즉 우리가 한발이라도 미사일을 맞을 확률을 계산해보면 
 
핵미사일 1발 => 98% 요격, 2% 실패 
핵미사일 10발 => 80% 요격, 20% 실패 
핵미사일 30발 => 51% 요격, 49% 실패 
핵미사일 60발 => 26% 요격, 74% 실패 
핵미사일 100발 => 10% 요격, 90% 실패 
 
말하자면, 아무리 싸드의 요격률이 높다 하더라도 북한이 다수의 핵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쏜다면 우리가 핵미사일을 맞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MD체계만으로 북핵을 방어하기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논의가 싸드가 아예 필요없다는 뜻으로 오해되선 곤란하다. 
현재 국내에 배치된 싸드포대는 북핵 방어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 
유사시 김정은이 핵버튼을 누르는 짓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기왕에 핵버튼을 누르려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할 것이므로 한발이 아니라 여러 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쏘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남북한 모두의 절멸(絕滅)을 의미하므로 김정은의 결심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동시다발적 핵공격을 방어하는데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싸드의 추가배치는 군사적인 효용보다는 국제정치적, 외교적 수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서 한국이 싸드의 증가로 미국의 MD체계에 편입하길 원한다면 미국이 철통같다고 말만 하는 한국에 대한 핵우산공약의 신뢰성을 더욱 높여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싸드의 추가배치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외교적 카드로 쥐고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보수의 표심을 붙들기 위해 싸드를 추가배치하겠다는 윤석열의 공약은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반대급부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중요한 외교적 레버리지를 단번에 날려버린 셈이다. 
윤석열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국무부가 아니라 국방부가 주도했었다. 
국방부의 한국안보가 국무부의 한미외교보다 우선이었고 북핵에 대한 국무부의 외교적 해법도 국방부의 동의 하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정부가 트럼프를 기만하면서 바뀌어버렸고 한국의 안보도 국무부의 외교가 주도하면서 국방부는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형국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에 대해 무장평화론보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는 윤석열의 태도를 보고 문재인의 그림자를 읽어내는 것은 나 뿐이란 말인가?
윤석열의 안보관을 두고 보수진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尹은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 싸드를 추가하겠다"가 아니라 "종전선언은 안한다, 싸드 추가는 검토할 수 있다"고 했어야 했다. 
 
청와대는 절대로 들어가기 싫으니 국방부더러 빨리 나가라는 윤석열의 앙칼진 고집까지 빨아대는 尹의 참모들과 보수진영을 보면 민망해서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입닫고만 있는 자칭 보수언론도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보수부터 정신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