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편지
한국근무를 마치고 돌아간 유럽기자가 한국 친구에게 보낸 편지 #16
한국 사람들은 정신이 죽어 가는가?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역과 문화는 다르지만 한 사람의 평범한 세계시민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은 남이 잘 되는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있는가, 아니면 배가 아프고 뒤틀리는가?”
최근 한국에서 전해 온 소식은 한국의 한 여학생이 미국의 하버드, MIT 등 유수한 명문대학 에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는 자랑스런 뉴스가 전해졌다. 그런데 충격적인 뉴스는 이런 우수한 학생의 대학 입학을 취소해 달라고 한국 사람들이 그 미국 대학에 메일을 보냈다는 뉴스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난 정말 한국인들은 뇌가 없는가, 아니면 정신이 죽었나 싶을 정도의 순간적인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내내 만점을 받은 수재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 대학 입학자격 시험도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왜 한국사람들은 이런 자기 나라 학생의 탁월한 성적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심술을 부리는가? 이게 한국인의 민족성인가?
한국 사람으로서 그 학생이 정말 자랑스럽지 않는가? 그런데 입학을 취소해 달라고 미국 대학에 연락을 취했다니, 그런 한국 사람들은 제정신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적인 것인가? 진정 배가 아픈가, 아니면 열등의식으로 스스로 콤플렉스를 느끼는가?
한국 친구가 한 말 중 불유쾌하나, 인상적이 말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배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남이 잘 되는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I can stand being hungry, but I can’t stand having a stomachache that works well for others.)”라고 하는 표현이다. 이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한국속담과 같은 것으로 한국 인들의 정서적 그리고 사회 문화적 민족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을 보면 아직 한국은 정신적, 의식적 면에서 선진사회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선진국은 돈의 크기나 입고 있는 옷, 차량, 집의 크기, 먹는 음식, 사회적 직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생각이나 가치와 수준으로 사회, 다른 사람들이나 사물, 세상을 보고 있는가 하는 의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유럽의 지식인이나 학생들, 직장인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알프스 산을 오르고, 3~5천 미터높이의 차마 고도의 험한 길을 걷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는 과정에서 깊은 사색과 묵상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를 뒤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며 깨닫고 사유의 힘을 키워 간다. 유럽이 다른 서구에 비해서 정신적인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것은 로마시대부터 철학자들이 많았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유럽인들 스스로 내면을 쌓아가는 이런 묵상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가? 한국인 여행객들을 가이드 하는 사람에게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명품구입’이라고 한다. 그들은 명품 구입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명품은 정말 귀하고 좋다. 그런데 그런 명품 가방이나, 옷, 장식품 등을 입고, 걸치거나, 들고 갈 곳이 어딘가? 출퇴근, 사무실에 입고, 들고, 소지하고 가려고 그러는가? 그런 명품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포장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내용물이 수준이하면 그것은 저급에 불과하다. 사람의 의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국에서 TV를 켜면 가장 많이 눈에 보이는 것이 먹방과 노래라고 한다. 또 연예, 다른사람 흉보기, 연애, 연예인들의 말장난 등이 대부분이란다. 지성과 의식, 정신을 위한 내용은 찾아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의식이 죽어가는가?
또 정치는 어떤가? 제1야당의 당 대표가 온갖 범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수사의 대상이 되는데도 아직도 버젓이 정당의 대표를 하고 있다는 것은 유럽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다. 중요 회의에 3분 지각한 차관이 잘 못했다고 사표를 냈다. 어떤 총리는 부정한 일에 관련됐다는 의혹으로 총리 자리를 물러났다. 자기 집 가정부의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서 장관직을 물러나는 곳이 유럽이다. 한국은 재판 받는 자, 중대 범죄 의혹자, 전과자도 큰소리 치면서 국회의원을 하고 당 대표 자리를 뻔뻔하게 유지하는가?
더 가관인 것은 이런류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하니, 진정 한국 국민들은 정신이 죽었는가? 그런 광란의 지지자들은 어떤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가 궁금하다.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가지고 있는가? 당 대표 선거 시에 신성한 주권인 선거권을 돈을 뿌려 매수하고, 그렇게 대표로 당선된 사람이 지금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프랑스의 어떤 연구기관인지 참으로 당혹스럽다. 왜 프랑스에 있는가? 그런 자가 버젓이 유럽에 머물고 있다니 말이 당혹스럽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우쭐해 하지만 정치나 사회적 면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한국은 10대 경제대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도덕, 양심 등에 선진의식과 정신을 바르게 정립하고, 교육하는 것이 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독일의 속담에 “늙은 개가 짖으면 사람들은 창문을 열지만, 어린 개가 짖으면 창문을 열지 않는다.”라고 한다. 한 사회나 나라가 어른들과 지혜로운 이들의 충고를 경청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다. 인간의 기본도리, 부끄러움, 염치를 모르면 인간으로 취급되기 어렵다. 떡잎부터 정신을 올바르게 훈육해야 반듯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