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을 볼모 잡고 탄핵 드라이브에 나섰다. 정부와 재계가 경제 위기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집권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예비비과 대통령실, 검찰과 감사원 특활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도 없고 나머지 감액된 예산들도 민생·기업·경제 리스크와 관련이 없다"면서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민생경제 회생 목적이 아닌 초부자감세와 권력기관 특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감액만 이뤄진 예산안을 상정해 정부안을 가로막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내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 감액된 자체 감액안을 단독 처리했다.
예산 삭감은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에 집중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 원)와 특활비(80억900만 원), 감사원 특경비(45억 원)와 특활비(15억 원) 등을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497억 원과 용산공원 예산 352억 원, 예비비 2조4000억 원도 삭감됐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 자체 감액안을 올려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상정 날짜를 오는 10일로 늦췄다.
여당은 민주당 출신 우 의장과 민주당이 예산안 독주 명분을 쌓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先) 사과와 감액안 철회 없이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야가 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잠시 시간을 가진 상황에서 민주당은 그 틈을 탄핵으로 채웠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4건을 보고했다. 타깃은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등 4명이다. 탄핵안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4명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전까지 정지된다.
특히 감사원장 탄핵안 발의는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은 최 원장의 탄핵 사유로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부실과 국정감사 위증과 자료 미제출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이 탈원전 정책과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감사를 주도한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유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검사 탄핵은 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12명의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22대 국회에서만 벌써 7명의 검사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2023년에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의 탄핵안을 발의했다. 안 차장검사와 이 차장검사의 탄핵안은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손 차장검사의 탄핵안은 탄핵 심판 청구와 같은 사유(고발 사주 사건 ) 형사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심판 절차가 정지됐다.
지난 7월에도 현직 검사 4명의 탄핵안이 발의됐다. 이들 중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와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민주당은 이들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8월과 10월에 개최했다.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와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의 탄핵 청문회도 오는 11일 연다.
민주당은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탄핵도 수시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2월 이태원 참사를 이유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첫 번째 표적으로 삼았다.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3명을 연속 탄핵하려 하다 이들의 자진 사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틀만에 탄핵을 당했다.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방통위는 현재 4달 동안 개점휴업 상태다. 민주당은 김용현 국방부장관 탄핵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탄핵 드라이브가 국가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잠재성장률 2% 대가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경제 위기론이 계속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전국상의 회장회의에서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반가운 얼굴로 만나 뵙고 싶었지만,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회장님들의 마음도 다소 무겁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전국상의가 모여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68%가 2025년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내던졌던 거대 야당의 각종 무리수가 결국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부메랑이 돼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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