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난 3일, 자신의 체포를 염두에 두고 대표직을 승계할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급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대신할 당권자를 지명한 셈인데, 당내에서는 비상 상황에서 빠른 상황 판단을 했다는 견해와 일극체제의 단면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6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곧바로 국회로 이동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한준호 의원실로 이동한 이 대표는 자신이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20여 명의 이름이 담긴 '대표 승계 명단'을 작성했다. 이 자리에는 한 의원과 민주당 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의원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 명단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고 자신이 체포되면 이를 언론에 공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승계 명단을) 공표해야 민주당이 국민과 끝까지 싸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 당시 당국의 체포 명단에는 민주당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계엄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서 이 대표의 행동을 두고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라는 평가와 함께 '1인 정당'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계엄이 급박하게 전개되던 상황이라 당연히 당대표로서 자신이 사라지면 누군가 당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 "계엄이 계속되면 정치 행위가 일절 금지되는 상황에서 이런 준비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당헌에 따른 당대표 궐위 시 절차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임의로 20여 명을 나열한 것은 민주당의 일극체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당헌에 따른 승계 순위에 따른 대행 체제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임의로 승계 순위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표 궐위 시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의 득표율 순으로 대표 권한을 승계하고 이후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비대위를 구성하면 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민주당의 오너라고 생각하는 것이 은연 중 행동으로 나온 것"이라며 "과거 계엄에 시달린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도 급으로 본인을 격상시키고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14일 오전 1시 1분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면서 무산됐다. 계엄 선포 2시간 38분 만이다. 오전 4시 27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고, 3분 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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