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용' 형법 개정에는 속도를 내면서 정작 국익 보호를 위한 형법 개정안은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간첩법 개정에 대한 반대 기류가 뚜렷해지자 정치권에서는 "대한민국 정당이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국민의힘에서는 간첩법 반대 기류가 역력한 민주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산업스파이 막는 간첩법 가지고 '국민 약올리고' 있다"며 "반대하다가 반대 아니라고 화내다가 오히려 자기들이 주도하겠다고 하다가 지금 와서 다시 갑자기 슬며시 반대"라며 "민노총이나 민변 때문이냐"고 쏘아붙였다.
한 대표는 "진영 눈치 보다 국익 버릴 거냐"라며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이 돼야 중국 등 외국의 산업스파이, 안보스파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민주당도 머리로는 알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형법 개정안(간첩법) 처리에 대해 민주당이 최근 부정적 입장으로 돌변했다"라며 "국익에 반하는 군사·산업 정보 유출은 간첩죄로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첩법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 로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산업 및 국가기밀 유출 사건의 발생 빈도를 고려해 시대에 걸맞은 간첩법 개정을 강조해왔다.
특히 국민의힘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경찰이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례는 총 25건에 달하고 이중 중국으로 유출된 것은 18건에 달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민주당도 그동안엔 법안 개정을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최근 들어 반대로 선회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간첩법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추 원내대표는 "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소위에서 '언제적 간첩인데 지금 간첩을 얘기하냐, 군사기밀은 다 국가기밀이냐'라면서 간첩죄 적용 확대에 반대했다고 한다"라며 "이런 발상이야말로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인 80년대 운동권식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기류 변화가 최근 사드배치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재인정부 시절 고위당국자가 중국과 '반(反)사드' 시민단체에 사드배치 작전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을 포착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권은 중국에 사드 군사기밀을 유출하더니 이재명의 민주당은 군사·산업기밀 해외 유출을 간첩죄로 다스리는 데 반대한다면 도대체 민주당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정당이 맞긴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은 간첩죄 확대를 위한 형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간첩법 개정에 대한 협조 대신 감사원장 탄핵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고 오는 4일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최 원장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감사원이 문재인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월북 조작, 부동산 통계, 월성원전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및 기밀 유출 사건 등을 감사한 활동을 열거하며 "감사원장 탄핵은 민주당 정권의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시도이자 치졸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 사유 검증은 뒷전이고 일단 직무 정지부터 시키고 보자는 민주당의 무책임안 탄핵소추는 그자체로 위헌"이라며 "더이상 의회 정치가 아닌 조폭 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감사기관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시키고 군사·산업 기밀 보호는 등한시 하는 사이 민주당은 이 대표와 자당의 '방탄용' 입법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이 대표의 '성남 FC 후원금 사건'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죄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형법 개정안(주철현 의원)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서 제3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공익법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성남FC 방탄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지난 9월에는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정당법 위반죄 시효를 6개월로 제한하고 과거 범죄행위에도 소급적용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의 전·현직 민주당 의원 20여 명은 모두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단히 개탄스럽다"며 "국민의힘이 국민들과 함께 막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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