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혼잡도' 완화를 목표로 내년 1월부터 지하철 4·7호선 열차 2칸에 객실 의자를 없애는 시범사업이 운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압사사고를 우려하며 "숨쉴 공간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쏟아냈다.
서울교통공사는 출퇴근 시간대의 특정 지하철 객실 의자를 없애는 '전동차 객실의자 개량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호선과 차내 환경 등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밑 중요 구성품이 적은 열차를 우선 선정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최고 혼잡도는 올해 3분기 기준 각각 193.4%, 164.2%로 혼잡도 관리 기준인 150%를 크게 웃돌았다. 지하철 혼잡도 150%는 승객들이 열차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수준이다.
이에 공사 측은 "의자를 제거하면 그 공간만큼 사람들의 밀집도를 줄여 혼잡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좌석 없는 열차 시범 사업 후 효과성이 입증되면 추후 확대 시행해 시민들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공사는 지하철 혼잡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 4호선 3편성 30칸, 7호선 1편성 8칸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오히려 의자가 제거된 빈 공간에 이용객이 늘어 더 혼잡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 우려에 대해선 "의자를 탈거하면 공간이 생겨 그에 따른 혼잡도 수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라며 "그 공간에 더 많은 이용객들을 빡빡하게 채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 확보"라고 했다.
현장 시민들 반응은 싸늘… "압사 우려된다" 사람이 화물이냐" 발끈
이날 4호선 서울역에서 만난 한 시민(남·42)은 '혼잡도 개선을 위해 일부 열차 칸에 의자가 사라지면 어떨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혼잡도를 줄이려면 애당초 차량수를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며 "좌석이 없으면 지하철 이용의 질이 떨어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빈 공간이 생겼다고 사람들이 몰리면 압사사고도 우려된다"며 "출퇴근 시간 오히려 (해당 열차는) 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홍색 '임산부 먼저' 마크를 가방에 단 한 시민(여·34)도 '임산부로서 출퇴근 시간 의자가 사라진 열차를 타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는 질문에 "노약자와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 문제가 없지만, 오랜 시간 열차를 타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남·67)은 같은 질문에 대해 의견을 묻자 "지하철비를 150원이나 올려놓고 앉지도 못하고 가냐"며 "이용객들을 화물로 보는 느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낸 아이디어인지 기가 막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같은 시민들 반응에 대해 "시는 작년부터 혼잡도 정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며 "시민들이 공사 측의 이번 시범사업을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조금이나마 완화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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